"난임부부의 희망, 자연 임신의 길을 열다"[명의열전]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5.12.09 13:38  수정 2025.12.09 13:39

길기철 여의도성모병원 나프로임신센터장 인터뷰

맞춤 진단·심리 돌봄 결합한 자연 임신 접근

“자연 임신 가능군 집중…난임 정책 다변화 기여”



환자를 향한 사'명'감으로 의료 현장을 지켜온 '의'료인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전'달하겠습니다. 각 분야에서 환자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분을 제보해주시면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길기철 여의도성모병원 나프로임신센터장이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제가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걸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임신할 수 있었습니다.”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나프로임신센터를 찾은 환자가 남긴 이 말은 의료진에게도 기억에 남은 순간이다. 여러 차례 인공수정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그는 이곳에서 “큰 문제는 없다”는 진단과 함께 간단한 치료만으로 자연 임신에 성공했다. 나프로임신센터가 강조하는 ‘몸의 리듬을 회복하는 치료’가 실제 환자에게 적용된 대표적 사례다.


여의도성모병원은 2016년부터 가톨릭 생명윤리를 기반으로 한 ‘나프로임신법’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나프로(NaPro)란 ‘자연적인 임신’을 뜻하는 합성어로, 나프로임신법은 여성 스스로 신체 변화를 기록·관찰해 가임력과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연 임신 가능성을 높이는 치료 모델이다. 인공시술을 전제로 하는 기존 난임 치료와는 접근법이 다르다. 길기철 여의도성모병원 나프로임신센터장을 만나 나프로임신법에 대해 들어봤다.


의료·상담·교육의 결합, 자연 임신 돕는다

길 센터장은 나프로임신법 도입 배경에 대해 “가톨릭 의료기관으로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난임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같은 방법을 배제하고 자연 임신법 중에 여성 스스로 본인의 몸을 관찰하고 기록해서 임신을 시도하는 방법을 찾아보게 됐다”며 “2016년도부터 도입하고, 준비 기간을 거쳐 2017년 실질적인 센터 개소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의도성모병원은 오랫동안 국내 유일의 나프로 시행 의료기관이었다. 올해 들어 서울성모병원을 포함한 CMC 산하 4개 병원으로 확산되면서 비로소 네트워크가 구축되기 시작했다.


센터가 강조하는 강점은 ‘전문 의료진, 심리 상담, 교육 시스템’의 결합이다. 길 센터장은 “환자의 생리적 지표를 스스로 기록하도록 교육한다”며 “환자 스스로 자신의 주기를 이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여성 건강 문제나 난임 원인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프로임신법은 기존 시술 방식의 ‘대체재’가 아닌, 자연 임신이 가능한 환자에게 적합한 하나의 선택지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그는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보다 우월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자연 임신이 가능한 환자라면 이 방법으로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는 소유물이 아닌 선물, 합심하는 마음 필요”
여의도성모병원 나프로임신센터 모습.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센터는 난임 환자에게 흔한 심리적 소진을 줄이는 데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길 센터장은 “여기서는 마음을 내려놓으셔도 된다고 늘 말씀드린다”며 “처음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던 분들도 결국 심리적 안정이 생기면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길 센터장은 초기 환자 중 40대 초반 여성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번 인공시술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본인 건강에 큰 문제가 있다고 믿고 있었다”면서 “검사를 해보니 문제가 없었고 간단한 치료 후 바로 임신했다. ‘문제없다는 말을 들은 것이 가장 큰 치료였다’는 말을 들을 때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길 센터장은 나프로임신법이 저출생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정부의 난임 지원 정책과 보완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험관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 층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자연 임신이 가능함에도 반복 시술에 지친 분들도 있다. 나프로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고, 비용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센터는 앞으로 나프로임신법의 인식 확산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두고 있다. “한국 난임 치료의 패러다임이 되겠다기보다는, 최소한 환자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고 싶다”는 것이 길 센터장의 목표다.


길 센터장은 난임으로 지친 부부들에게도 “난임 때문에 부부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부부가 서로 합심해 삶을 이어가는 게 더 중요하다”며 “아이는 소유물이 아니라 선물이다. 치료와 시도 과정에서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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