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가 ‘친미’보다 훨씬 어렵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1.08 07:07  수정 2026.01.08 07:07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후천적 ‘반미’라는 공통점을 지닌 국가들

제대로 된 반미는 도덕적 우위와 경제적 자립이 있어야 진정한 의미

최강국과 협력하며 얻는 실익이 맞서면서 치르는 비용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 기억해야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 AFP=연합뉴스

2026년 초부터 세계 뉴스의 주인공이 된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반미(反美·Anti-Americanism)’라는 공통점이 있다.


1980년대 최루탄이 캠퍼스에 날리던 시절, 대학가 운동권의 키워드는 ‘반미’로 집약되었다. 당시 북한의 직·간접 지령받은 경우도 일부 있었지만, 사회주의를 꿈꾸는 운동권의 생리상 미국을 매판자본과 제국주의의 두목으로 보았다. 그러나 대학생 시절의 ‘다소 순수했던 반미’는 이후 ‘습관성 또는 묻지 마 반미’로 변질하였고, 그들 중 상당수가 정치권에 진입하여 한국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런데 ‘반미’를 외치던 인사들이 정작 미국에 집을 사고 자녀를 유학 보낸 사실이 드러날 때, 그 언행 불일치는 위선으로 비친다. 군대 시절이었다. 사회학을 전공하고 좌파 혁명이론가인 로자 룩셈부르크를 좋아했던 K모 군은 어디선가 흘러나온 미국 국가(The Star-Spangled Banner)를 듣더니 진짜 경기(警氣)를 일으키는 듯했다. 자칭 ‘골수 반미’였다. 미국을 비판하지 않는 동기들을 비웃는 듯한 찢어진 눈매가 지금도 기억난다. 훗날 그가 미국으로 유학 갔다는 말을 들었다. 미국에서는 국가가 자주 들릴 텐데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보통 ‘반미’ 감정이 생기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가령 ▲ ‘세계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의 잦은 외교·군사적 개입 ▲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질서가 확산되면서 미국이 달러 패권을 이용해 통상압력을 가하거나 적성 국가에 경제 제재를 가하는 사례 ▲ 미국의 할리우드식 문화 제국주의·상업주의를 혐오하는 분위기 ▲ 주로 중동의 경우이지만 미국의 ‘묻지 마 친(親)이스라엘’ 정책 ▲ 한국, 일본, 독일 등에서 발생하는 미군 주둔과 관련된 마찰 ▲ 그저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이기 때문에 생기는 태생적 반감 ▲ 사회주의 또는 이슬람 혁명을 이룩하는 데 최대 걸림돌 등을 지적할 수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세력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한 이집트 출신 사이드 쿠틉(1906~1966)은 ‘친미’에서 ‘반미’로 돌아선 케이스다. 이집트에서 교사로 일하던 그는 당시 아랍 세계 지식인들처럼 “미국을 닮아 서구 근대화의 길을 가야 한다”라고 믿었다. 1948년 정부 지원으로 2년간의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곳에서 ‘반미’로 돌아섰다. 미국 사회의 인종 차별, 도덕적 부패, 원나잇스탠드와 프리섹스 같은 성적 문란을 접한 뒤 충격을 받고 자기 생각을 바꾸었다. 귀국한 그는 과격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의 리더가 되었고 결국 국가전복 혐의로 교수형에 처해졌다. 쿠틉이 처형되자 그가 외친 ‘반미’는 오늘날 이슬람 테러의 뿌리가 되었다. 미국에 대한 실망이 가장 파괴적인 ‘반미’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쿠틉 자신도 실망스러운 미국보다 도덕적으로 더 나은 조직을 만들지는 못했다.


사실 미국조차 내심 겁을 낼 정도로 제대로 ‘반미’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첫째, 이념적으로 볼 때 미국에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국가 차원에서 각종 부정부패를 확실하게 몰아내야 한다. 둘째, 실용적으로 볼 때 국력이 미국보다 강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미국의 도움 없이 온전히 자립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밀수나 마약, 또는 테러같이 인류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전제가 붙는다. 적어도 이 2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반미'란 공허한 구호가 되기 쉽다.


지금 화제가 되는 두 나라, 즉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반미’를 국시처럼 내세운 나라이고 거기에 ‘친중(親中)’이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2가지 조건과는 거리가 멀다.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 AFP=연합뉴스

1979년부터 47년간 줄기차게 ‘반미’ 장사를 해 온 이란의 신정체제(神政體制). 이슬람 혁명을 일으켰던 아야톨라 호메네이는 “미국은 큰 사탄, 이스라엘은 작은 사탄”이라고 외치며 오직 선(善)만이 넘치는 이슬람 공화국을 만들듯이 외쳤다. 하지만 지금 보면 ‘친미’ 정권이었던 팔레비 왕가의 부패는 저리 가라고 할 정도다. 이란 국민들은 미친 환율과 고물가로 죽느냐 사느냐 하는데, 현재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87)는 세타드(Setad)라고 불리는 투자 펀드를 통해 2013년에만 950억 달러(약 137조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 정권을 지탱하는 최정예 부대인 IRGC(이슬람혁명수비대)는 국가 곳간의 3분의 1을 소유하고 있다. 이번 이란의 시위는 바로 ‘반미’ 정권에서 외치는 ‘반미’의 실체가 위선이며 이란 국민들에게 먹히지 않음을 보여 준다.


베네수엘라는 또 무엇이 다를까. 트럼프의 마두로(64) 체포 방식이 과격하고 실제로는 석유를 노린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마약과 부패와 밀수에 의존해온 마두로 대통령의 13년 통치를 보면 기가 막힌다. 그는 버스 기사 출신으로 운송노조 활동을 할 때부터 강한 ‘반미’를 표출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뒤 나라 경제를 파탄 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축재(蓄財)와 정적 제거에 급급했다. 미국 내 약물중독 사망자는 2015년 5만 3000명에서 2021년에는 10만 8000명으로 급증했는데, 마두로는 “미국을 코카인으로 익사시키겠다”라면서 베네수엘라 고위층이 주도하는 밀매조직을 통해 연간 수백 톤의 마약을 미국에 유입시켰다고 한다.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한때 미국과 친했던 나라들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계기로 사이가 멀어지면서 견원지간(犬猿之間)이 되었다. 두 나라는 대신 ‘친중’을 외치며 급하면 중국에 손을 내밀곤 했다. 미국과 친했던 시절만큼 중국이 도움이 되었을까. 그리고 그것이 과연 국가 운영 전략으로 바람직했을까.


미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우방국이지만, 개인적으로야 ‘반미’ 정서를 가지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반미’가 국가나 정당의 지도 이념이나 정책 방향으로 설정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다르다.


물론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기에 무조건 따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다만 세계 최강국과 협력하며 얻는 실익이, 맞서면서 치르는 비용보다 훨씬 크다는 점은 냉정한 현실이다. 국가의 미래를 고민하는 지도자라면 슬쩍슬쩍 미국을 비판하면서 얻는 ‘정신 승리’보다는 국민의 삶을 우선에 두는 진지함이 더 필요할 것이다. 옳은 정신이 나쁜 정신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정신이 나약한 정신을 잡아먹는 시대라 더욱 그렇다.

글/ 최홍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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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수 와 이란 반미의 결과는 독재자가 다스리는 국가가 된것, 수많은 사람들이 어이없이 처형된것, 인권은 어디에도 없는 나라가되었다는것....국민들은 완전히 거지수준이 되었다는것...반미로 얻은것이 뭔데?
    2026.01.0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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