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H200과 AMD MI325X 등 칩에 25% 관세
미국 거쳐가는 제품에 부과…미국 내 사용 땐 면제
반도체 업계 "당장 수익성 악화 등 리스크 크지 않아"
"미국 생산 거점 중요해져"…삼성·SK하닉 예의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다시 관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H200 등 일부 첨단 반도체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다. 중국을 향한 압박 성격이 짙지만, 국내 반도체 업계는 미국 내 생산을 더욱 강하게 유도하려는 조치로도 해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H200, AMD의 MI325X 등 특정 고성능 반도체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대만 TSMC 등에서 생산된 칩이 미국을 거쳐 제3국으로 재수출되는 물량에 한정된다. 미국 내수용 제품에는 관세를 매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면 규제라기보다는 공급망 경로를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포고문에 서명한 뒤 H200를 가리켜 "중국은 그것을 원하고 있고 다른 이들도 원한다"며 "우리는 그 칩 판매액의 25%를 벌게 될 것이다. 아주 훌륭한 거래"라고 말했다. 같은 날 중국 역시 맞불을 놨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세관은 최근 관계 부처에 H200 칩의 자국 내 반입을 불허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한국 반도체 업계에 적잖은 긴장감을 안길 요인이다. 해당 제품들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이 탑재되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는 이번 조치가 HBM 공급사들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HBM은 이미 고객사와의 장기 계약 구조로 묶여 있고, 가격 협상력 역시 메모리 업체 쪽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최신 GPU '블랙웰'과 올해 출시 예정인 차세대 칩 '루빈'에는 이번 조치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전면적인 규제를 고려했다면 모든 제품에 같은 조치가 내려졌어야 하는데 일부 조치만 이어졌다는 이유에서다.
반도체 업계는 단기 영향보다 구조적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H200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사실보다 '미국을 거쳐간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결국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의 의중에는 중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자국 생산 능력을 강화하려는 게 읽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석처럼 '어디서 제품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이 다시 전면에 등장한다. 지난해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모든 제조업이 미국으로 생산 거점을 이동하는 움직임의 연장선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미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반도체를 가동 중이며, 테일러 신규 팹은 2026년 중 양산을 목표로 막바지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첨단 공정을 도입해 AI·고성능 칩 생산을 확대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피엣에 19조원 규모 첨단 패키징·R&D 공장을 추진 중으로, 2028년 하반기 HBM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미·중 두 국가의 줄다리기 상황은 새로운 변수가 아니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대응 전략은 하나로 귀결되고 있다고 평가와 함께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수출입 문제는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문제였다는 점에서 대응이 가능한 예상 범주 내 있었다"면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술력은 키우면서 변화에 맞는 거점을 구축하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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