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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김문수 비난은 ´부천 혈투´의 추억?


입력 2010.10.18 13:20 수정         김현 기자 (hyun1027@ebn.co.kr)

부천 소사 지역구 총선서 패배후 절치부심…정가 "옛날 악연 작용"

김문수, 특강서 ´박지원을 이긴 경험...´ 언급 ´상처에 소금 뿌려´

최근 경기도의 ‘골프장 인허가수 증가’를 둘러싸고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손학규 대표를 대신한 민주당간 공방이 뜨거운 가운데, 민주당 공세의 선봉에 서고 있는 박지원 원내대표와 김 지사의 과거 악연(?)이 주목받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김 지사가 이제 와서 ‘도장만 찍었다’고 하는 것은 궁색한 변명”이라며 “경복궁이 무너지면 (중건한) 대원군한테 찾아가서 항의하느냐”고 김 지사를 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앞서 14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어떻게 이렇게 거짓말, 허위 답변을 할 수 있느냐”며 “김 지사는 불성실한 태도에 대해 취소를 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박 원내대표가 이처럼 김 지사에 대한 공격의 최일선에 나선 것이 국감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국감을 총지휘하는 원내대표로서 자당의 대표인 손 대표를 대신하는 모양새이기도 하지만, 일각에선 박 원내대표와 김 지사간 과거 악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 지사와 박 원내대표는 지난 1996년 15대 총선에서 부천 소사에서 맞붙었었다. 당시 박 원내대표는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의원이었고, 김 지사는 노동운동가로서 선거에 뛰어든 정치 신인이었다.

경북 영천 출생인 김 지사는 호남 출신 유권자가 영남 출신 유권자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이 지역에서 박 원내대표에게 승리한 후 내리 3선을 내달렸고, 2006년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해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다.

박 원내대표는 당시 김 지사에게 패배한 이후 정치적 방황기를 걷다가 1998년 김대중(DJ)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로 입성하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이후 문화부장관과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내고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산파 역할을 하면서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2003년 노무현 정부의 대북송금특검으로 인해 길고긴 옥중 생활을 거친 뒤 2007년에서야 사면복권이 됐고, 2008년 총선에서 목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드디어 재선에 성공했다. 박 원내대표로선 김 지사로 인해 재선에 성공하기까지 12년이라는 세월이 걸린 셈이다.

그래선지 정치권 일각에선 최근 박 원내대표의 김 지사에 대한 집중 공세는 구원(舊怨)에 의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17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박 원내대표의 김 지사에 대한 비판이 남다르다는 얘기가 많다”고 전한 후 “박 원내대표가 과거 부천 소사에서 김 지사에게 패배한 이후 절치부심을 했지만, 뜻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 이번 김 지사에 대한 비판에 묻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정치권 인사도 이날 통화에서 “손 대표가 당 대표가 됐으니 손 대표의 입장에서 김 지사를 비판하고 방어하고 그럴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과거 선거에서 졌으니 김 지사에게 좋은 감정을 갖고 있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9월 1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 KBS 수원센터 잔디마당에서 열린 KBS 경인방송센터 개국식에서 자리를 함께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앞줄 첫번째)와 김문수 경기도지사(앞줄 세번째). 지난 9월 1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 KBS 수원센터 잔디마당에서 열린 KBS 경인방송센터 개국식에서 자리를 함께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앞줄 첫번째)와 김문수 경기도지사(앞줄 세번째).

특히 최근 여권의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김 지사가 특강을 하는 과정에서 15대 총선 당시 박 원내대표와 맞붙었던 일화를 자주 언급하는 것도 박 원내대표의 불편한 심기를 건드린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김 지사는 최근 있었던 특강에서 박 원내대표와 대결 당시 승리비결을 자주 얘기했다. 다음은 지난 8일 대한상의에서 있었던 김 지사의 특강 내용 중 박 원내대표에 대한 언급이다.

“선거를 하려는데 내가 만난 분이 처음부터 요즘 잘 나가는 당시 박지원 대변인이었다. 또 소사는 출신이 호남 30%, 충청 30%고 경상도는 10% 정도다. 내가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당신, 여기 뭐 하러 왔어’ 한다. ‘내가 봉사할 것 없나’ 하고 왔다고 하면 ‘당신 3등이야, 3등’이라고 한다. 그런데 선거 시작하고 투표 3일 전에 여론조사 결과 내가 1등으로 올라섰다. 대역전이 일어났다.

나는 어려운 곳에 항상 갔다. 불, 자동차 다음으로 내가 가서 다친 곳 없냐고 물어보고 물난리나면 내가 지하 단칸방에 찾아가서 물에 잠긴 짐을 꺼내는 것을 도와주고 했다. 그런 것이 상당히 소문이 났다. ‘저 사람은 어려울 때 공무원보다 빨리 나타난다’고 하더라. 내가 그렇게 2년을 했고, 선거에 당선됐다. 당시 총선에선 이변이라고 하는데 나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생각하고, ‘주민들이 그것을 알아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당선된 후에 부천 소사는 재선이 안 되는 지역이니 다른 곳으로 빨리 가라고 한다. 당시 김윤환 의원께서 정치는 고향에서 해야지 하면서 고향에 가면 공천을 준다고 하더라.

내가 집 사람에게 ‘당대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집사람이 ‘당신이 얼굴이 잘 났냐, 돈이 많냐, 그런데도 주민들이 뽑아주셨는데 봉사해야지, 벌써 다음 생각을 하면 어떻게 하냐’고 핀잔을 하더라. 그 다음부터 내가 죽기 살기로 했다.

당시 박지원 의원만 해도 잘생기고, 돈 많고, 매일 TV 나오고 했고 했는데도 나를 뽑아주신 것을 생각했다. 그 다음 선거를 하는데 박지원 대변인을 청와대로 불러서 사진을 찍고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고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2월 달에 여론조사를 했는데 내가 지지도가 3배가 높았다. 그래서 박지원 씨는 ‘출마를 안 하고 오직 DJ 선생님만 모시겠다’고 했다. 내가 경상도, 전라도 빼고 재선에서 전국 최다 득표율이었다.”


김 지사의 이 같은 언급은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박 원내대표에겐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었을 터다.

일각에선 김 지사의 박 원내대표에 대한 잦은 언급을 두고 최근 여권이 야당의 ‘실질적 당 대표’ 역할을 해왔던 박 원내대표를 제대로 상대하지 못해 여론에서 밀리자, 김 지사가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김 지사의 한 측근은 “김 지사의 언급은 박 원내대표에 대한 견제 등의 차원은 아니다. 별다른 의미는 없다”며 “굳이 따지자면 여권에 ‘자신감을 갖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볼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데일리안 = 김현 기자]

김현 기자 (hyun1027@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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