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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여자농구…16년 만에 정상탈환?


입력 2010.11.18 16:32 수정         이준목 객원기자

정선민 부상 이탈-프로구단 차출거부 등 악재

철저한 대비 없이 맞이한 AG...도하의 악몽 우려

여자 농구는 그동안 한국농구의 자존심이었다.

남자 농구가 2000년대 이후 극심한 하향세를 겪으며 아시아에서조차 정상권에서 밀려난 것과 달리, 여자농구는 꾸준히 세계정상권을 호령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2007년 인천 아시아선수권 우승,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0 체코세계선수권 8강 같은 호성적들은, 열악한 인프라와 세대교체 실패라는 악재를 딛고 한국 여자농구 특유의 끈끈한 팀워크와 근성을 앞세워 이뤄낸 성과였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한국여자농구가 16년 만의 금메달을 노릴 수 있는 유력한 기회로 평가됐다. 지난 9월 체코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아시아 팀으로는 유일하게 8강에 오르며 자신감도 얻었다. 하지만 정작 이번 대회를 코앞에 두고 잇단 악재가 겹치며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대표팀 주장이자 에이스로서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정선민은 프로농구 개막전에서 불의의 골반 뼈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대표팀 주장이자 에이스로서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정선민은 프로농구 개막전에서 불의의 골반 뼈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세계선수권을 마치고 대표선수들이 잠시 소속팀으로 복귀, 프로농구 새 시즌을 맞이하며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첫 악재는 바로 에이스 정선민의 부상. 대표팀 주장이자 에이스로서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정선민은 프로농구 개막전에서 불의의 골반 뼈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대표팀을 은퇴하겠다는 정선민의 태극마크 경력도 허무하게 막을 내리게 됐다.

대표팀에서 정선민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득점은 물론 리바운드, 수비, 패스 등 여자대표팀의 공수 모든 플레이에서 정선민의 역할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남자농구로 치면 전성기의 서장훈과 허재를 합친 것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만큼 정선민의 역할을 대체할 선수는 사실상 없다.

여기에 본격적인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프로 구단의 차출 거부라는 초대형 악재가 발생했다. kdb생명과 신세계가 농구협회의 선수 선발원칙에 불만을 제기하며 대표선수들을 보내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 첫 소집일 날 모인 선수는 8명에 불과했고 정상적인 훈련이 이뤄질 수가 없었다.

연맹의 중재와 쏟아지는 비난 여론에 굴복한 kdb생명과 신세계가 결국 선수들을 뒤늦게 보내주기는 했지만, 잃어버린 훈련시간은 되돌릴 수 없었고 선수들의 사기도 땅바닥에 떨어졌다. 대표팀 감독을 맡은 임달식 감독은 답답함을 토로하며 한때 사퇴하고 싶다는 발언까지 할 만큼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여기에는 협회와 연맹 측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막가파식 행동으로 국가대사를 그르친 여자프로농구의 구단 이기주의도 문제지만, 처음부터 이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한 협회와 연맹의 중재능력 부재도 뼈아팠다.

체코 세계선수권 때부터 대표팀은 부상병동에 시달렸고,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선수들을 억지로 대표팀에 끌고 간다는 구단들의 불만을 자아냈다.

대표팀은 우여곡절에 엔트리는 모두 채웠지만 이번에도 주전들 상당수가 부상에 시달리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제대로 된 훈련도 거의 해보지 못하고 아시안게임에 나서야한다. 자칫 이번 대회에서 실패라도 할 경우, 결과에 대한 책임은 과연 누가지게 될까.

그나마 아시안게임은 열흘간 최대 5경기만 치르면 되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은 적다. 우승을 위해서는 사실상 일본과 중국전에 전력투구하면 된다.

한국 여자농구는 2006년 도하 대회에서 노메달에 그치며 출전국 6개 팀 중 4위에 그쳤다. 중국과 일본은 물론 대만에 밀리는 치욕적인 결과였다.

당시는 세대교체 과정으로 젊은 선수들이 나섰다는 변명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정예 1진이 나서는 대회다. 대표팀의 주축인 몇몇 노장선수들에게는 마지막 태극마크가 될 수도 있다.

밖으로는 날로 성장하는 일본과 중국농구의 기세가 무섭고, 안으로는 열악한 한국 여자농구의 인프라가 안쓰러운 상황으로 단결된 모습이 필요한 시기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4년 전 도하 대회보다 더 지독한 악몽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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