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이충성이 패인? 일본 축구팬들의 ‘이중잣대’


입력 2011.01.12 09:23 수정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전술·선수기용 문제점 드러내며 요르단전 졸전

화풀이 대상은 ‘이충성’ 냉혹한 현실에 또 상처

일본 축구팬들이 요르단전 부진으로 들끓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이충성에 대한 비난 수위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일본 축구팬들이 요르단전 부진으로 들끓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이충성에 대한 비난 수위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경기 후반 이충성이 투입됐다. 상상조차 하기 싫은 예감이 들었다."

일부 일본 축구팬들이 요르단전 졸전 원인으로 이충성(26·일본명-리 타다나리)을 지목, 거센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

일본은 9일(한국시각) 카타르서 열린 ‘2011 아시안컵’ B조 첫 경기 요르단전에서 전반 45분 하산 아브델파타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고전한 끝에 종료 직전 터진 요시다 마야의 극적인 동점골로 간신히 패배를 모면했다. 1-1 무승부.

문제는 경기가 끝난 직후 일본 일부 축구팬들의 반응이다. 유독 재일교포 4세 출신 이충성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다. 이들은 함께 부진했던 다른 선수들보다 더 냉혹한 시선으로 이충성의 골 결정력 부족을 직접적인 패인으로 지적했다.

전형적인 이중 잣대였다. 이충성이 두 차례 득점기회를 놓치긴 했지만, 그의 감각적인 위치선점이 아니었다면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기회였다.

반면 선발 출전한 ´2010 일본 J리그 득점왕´ 마에다 료이치는 전반 종료와 함께 교체될 때까지 페널티박스 안에서 제대로 된 슈팅을 기록하지 못했다. 정통 스트라이커 포지션이 무색할 만큼 위치선점이 나빠 골 기회를 창조하지 못한 것.

마에다 대신 후반 교체 투입된 이충성은 동료의 패스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공의 낙하지점을 정확히 포착해냈다. 다만, 첫 국가대표 출전경기가 주는 중압감 때문인지 마무리 미숙이 아쉬운 건 사실이었다.

정작 요르단전 부진의 진짜 원인은 따로 있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카가와 신지(도르트문트)의 무리한 플레이가 전체적인 경기 흐름을 망쳤다는 지적이다.

카가와는 공격 기회 때마다 패스보다 슈팅을 선호했고, 무모한 슈팅은 요르단의 밀집수비에 번번이 막혔다. 때문에 툭 하면 공격 리듬이 끊어졌고, 마에다와 이충성의 부진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전반기 최우수선수(MVP)라는 자만심이 화를 부른 셈이다. 특히, 카가와는 크로스의 질도 좋지 못해 동료에게 이렇다 할 득점기회를 만들어주지 못했다.

일본의 공격이 풀리기 시작한 것은 후반 중반 마츠이 대신 오카자키 신지가 투입되면서부터다. 오카자키는 주로 측면에서 공격 전개를 시도했고, 이는 요르단의 중앙 밀집 수비진을 분산시키는 효과로 이어졌다. 과감한 드리블 돌파와 질 좋은 크로스도 일품이었다.

성실한 팀플레이를 펼친 오카자키가 만약 전반전부터 뛰었다면, 이날 경기 양상은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 이는 선수기용과 전술에서도 문제가 적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만큼, 일본 축구팬들의 이충성에 대한 비난은 과도하다. 일본인의 케케묵은 차별과 편견이 다시 한 번 표출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충성은 대표팀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동료와의 관계, 전술, 환경 등 모든 부분이 낯설어 아직 적응 단계일 뿐 기량만큼은 이미 검증을 마쳤다. 올림픽대표팀 시절 9경기서 4골을 넣으며 2008 베이징올림픽 본선으로 이끈 ‘영웅’ 이충성을 일본은 벌써 잊은 듯하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관련기사]

☞ ‘애증의 한국’ 이충성…조국 등져야만 했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이충민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