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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리맨에도 표현의 자유 허용해야 되겠네"


입력 2011.07.27 14:55 수정         윤경원 기자

성기사진 파문에 네티즌들 "심의해야할 심의위원이 본분 망각" 비난

파문 커지자 문제의 심의위원, 사진 삭제 "모자이크해 다시 올릴것"

박경신 방통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이 음란물 판정이 난 게시물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위원회로부터 심의를 받게 된 사실이 전날 본보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27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 관련기사 : <단독>방송심의위원이 블로그에 성기사진 ´파문´


박 심의위원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해당 게시물을 전체공개 상태로 유지했다가 정오께를 기해 글은 그대로 둔채 문제가 된 사진들만 삭제했다. 이미 해당 블로그의 방문자 통계는 2만4천여건(이날 오후 2시 30분 현재시각)에 이르고 있는 상태다.

박 심의위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기사가 보도되면서 방문자 수가 갑자기 늘었고, 불필요한 논쟁이 야기되는 것 같아 게시물을 수정했다”며 “내 신념에는 변화가 없지만, 문제를 제기 하는 방식이 꼭 한 가지 방식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사진을 내렸다”고 말했다.

박경신 방통심의위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성기 사진이 문제가 되자 해당 사진을 삭제했다. 해당 블로그 화면 캡처. 박경신 방통심의위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성기 사진이 문제가 되자 해당 사진을 삭제했다. 해당 블로그 화면 캡처.

그는 “꼭 사진을 그대로 올려야만 문제제기가 되는 게 아닌데, 매일매일 급하게 ‘검열자 일기’를 쓰려다보니 서툴렀던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검열자 일기’는 계속 쓸 것”이라고 밝혔다.

박 심의위원은 해당 게시물이 심의되는 통신심의소위원회에 참석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내일(28일) 심의를 하러 소위 회의에 나갈 것이다. 다른 심의 대상에 대해서는 심의를 하고, 내 것이 올라오면 당사자로서 그 건에서는 (심의에서)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정된 게시물에 새 글을 올리고 “내가 기록해두려고 했던 것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는 행정기구가 법적 판단도 없이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면서 검열의 엄밀한 기준이나 국민에게 최소한의 고지나 의견청취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었다”면서 “내 웹상의 일기(블로그)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진 지금 청소년이나 나와 시각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해당 사진을 내리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또 “사진들을 내리기는 하지만 청소년이나 일부 성인들에게 다르게 보인다고 해서 국가기관이 일방적으로 엄밀한 기준 없이 국민의 표현을 차단해서는 안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며 “시간이 되면 이 일기가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모자이크 처리를 하여 다시 올릴 것”이라고 썼다.

박 심의위원이 스스로 문제의 사진은 내렸지만,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일반 네티즌들은 그의 행동에 대해 갖가지 촌평과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전희경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은 이날 통화에서 “박 심의위원이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고 있지만, 그 사회적인 한계와 범위를 어떻게 봐야할지를 정하기 위해 심의위가 존재하는 게 아니겠느냐”며 “그곳에서 다수 심의위원들이 음란물이라고 결정한데 대해 동의는 못하더라도 전면으로 거스르는 행동을 한 것인데, 이는 정말 무책인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실장은 “이런 행동은 오히려 박 심의위원이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성찰의 계기’를 가져오기 보다는 방통심의위라는 국가조직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저해시키고,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한 논의를 할 수 있는 것을 오히려 저해하는 처사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방통위는 이례적인 일이 생긴 만큼 더 철저하게 박 심의위원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고 책임을 물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의 블로그에는 소식을 접하고 들어온 네티즌들의 의견이 속속 달리고 있다. 댓글은 현재 300여개에 이를 정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대다수인 가운데,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글도 간간이 오르고 있다.

필명 ‘골고십삼’은 “박 교수님의 기사를 보고 응원하려고 들어왔는데 이건 아니다”며 “성기가 노출돼도 예술적 가치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저런 삼류 변태X의 홈페이지 때문이라면 절대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낯뜨거워라’는 “즉 바바리맨들에게도 표현의 자유를 허용해야 하겠다는 말과 같지 않으냐”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똑같다”라고 비꼬았다.

‘안녕야옹아’는 “속이 역겹다. 예술도 아니고 그냥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기 좋아하는 한 개인의 게시물에 대해 유해물이 아니라면서 감싸주고 당당하게 반박하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리미나’는 “나 14살인데 남자 성기 처음 본다. 지금 충격을 받았다. 잠을 못잘 것 같다. 넘한거 아니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본보의 해당 기사 댓글에서도 ‘진실감정단’ 필명의 네티즌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적으로 행사되고 보호되는 절대적인 자유가 아니다”면서 “정작 성기사진을 게재하고 싶으면 불특정다수에게 노출되지 않게끔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또 ‘단풍좋아’는 “분명히 표현의 자유는 있지만, 한 사회의 금기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 “남성의 나체사진을 꿋꿋이 올리는 교수님의 내재적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도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비판했다.[데일리안 = 윤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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