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300홈런’ 이호준, 어떻게 회춘의 아이콘 됐나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5.06.19 09:27  수정 2015.06.19 09:29

올 시즌에도 타율 0.309, 15홈런 67타점

노력과 의지엔 한계 없다..후배들에게 귀감

이호준이 KBO 리그 통산 8번째로 300홈런을 달성했다. ⓒ 연합뉴스

NC 다이노스의 '큰 형님' 이호준(39)이 통산 300호 홈런을 달성했다.

이호준은 18일 수원 kt 위즈파크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경기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투런홈런 포함 5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NC는 이호준 홈런에 힘입어 kt에 9-4 승리했다.

이호준 300홈런은 이승엽을 비롯해 양준혁, 장종훈, 심정수, 박경완, 송지만, 박재홍 등에 이어 한국 프로야구 통산 8번째이자, 역대 최고령 기록이다. 이호준은 39세 4개월 10일 만에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이호준은 대기만성의 전형이다. 광주일고를 졸업한 이호준은 1994년 해태 타이거즈의 고졸 우선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했다. 원래 투수였지만 프로에 진출해 이듬해부터 타자로 전향한 것은 이승엽과도 유사하다.

그러나 빛을 발하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96년에야 1군 경기에 나서기 시작한 이호준은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주전 자리를 꿰차며 타율 0.303, 19홈런 77타점으로 첫 3할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했다.

이호준의 기량이 만개하기 시작한 것은 SK 와이번스 시절이다. 2000년 트레이드로 SK 유니폼을 입은 이호준은 첫 두 시즌간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며 부진했지만 2002시즌부터 4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2003년과 2004년에는 2년 연속 30홈런-100타점 이상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이 시기에 이호준은 자신의 한 시즌 최다홈런(36개·2003년)을 쳤고 타점왕(112타점·2004년)에도 올랐다.

이호준은 SK에서만 12년을 뛰면서 2007년, 2008년, 2010년 등 세 차례 한국시리즈 정상을 맛보기도 했다. 2008년 부상으로 8경기 출전에 그치는 등 부침도 있었지만 꾸준히 팀 타선의 한 축으로 활약했다.

이호준은 2013시즌을 앞두고 3년 20억 원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통해 신생팀 NC로 팀을 옮겼다. 전 시즌 SK에서 타율 0.300, 18홈런을 터뜨리며 건재를 과시한 이호준이지만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긴 베테랑이기에 그 이상의 활약을 기대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호준의 NC 입단 후 오히려 제3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주장까지 맡은 이호준은 젊은 선수들이 많은 신생팀의 정신적 기둥이 되는 것은 물론 성적으로도 녹슬지 않은 위력을 과시했다.

2013년 타율 0.278, 20홈런 87타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타율 0.271, 23홈런 78타점으로 2년 연속 20홈런을 돌파했다. NC가 1군 진입 2년 만에 포스트시즌까지 진출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한데는 이호준을 비롯한 베테랑들의 공헌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호준은 불혹을 바라보는 올해도 기량이 쇠퇴하기는커녕 62경기에 나서 타율 0.309, 15홈런 67타점으로 최정상급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홈런은 리그 9위, 타점은 전체 1위다. 심지어 5월에는 타율 0.355, 9홈런 34타점을 기록하며 월간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최근 프로야구는 베테랑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승엽이 KBO 리그 최초로 400홈런을 돌파한 데이어, 홍성흔은 우타자 최초의 2000안타를 달성했다. 여기에 이호준이 역대 최고령 300홈런을 돌파하며 그야말로 노장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프로 통산 홈런왕을 단 한 번도 차지해보지 못한 선수가 300홈런 고지에 도달한 경우는 양준혁, 송지만에 이어 이호준이 세 번째다. 재능은 한계가 있어도 노력과 의지에는 한계가 없다는 증명이 되고 있다. 이처럼 세월을 뛰어넘는 베테랑들의 활약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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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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