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부터 프로 지도자로서 첫발을 내디딘 최진철 감독이 첫해부터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2002 한일월드컵의 영웅 중 한 명인 최진철 감독은 지난해 ‘2015 U-17 칠레 월드컵’에서 17세 이하 대표팀을 16강에 올리며 지도자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최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올 시즌 현재 6라운드까지 1승 3무 2패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12개 구단 가운데 10위에 머물고 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이하 ACL)에서도 상황이 좋지않다. 조별리그 5경기에서 고작 승점 4를 수확하는데 그치며 1승 1무 3패로 H조 최하위에 머물렀다. 19일 광저우를 상대로도 0-2로 완패하며 사실상 16강 진출에서 멀어졌다.
포항 팬들에게는 충격적인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포항은 K리그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명문이다. 포항은 세르지오 파리아스-황선홍 감독 체제를 거치며 리그, FA컵, ACL 등 무수히 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11년 이후로는 리그에서 4위밖에 밀려나 본적이 없다.
황선홍 전 감독은 2013년 외국인 선수 한 명 없이 리그와 FA컵을 동시에 석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자연히 눈높이가 높아진 팬들이 최진철호의 축구에 만족할 수 없는 이유다.
경기 내용도 기대 이하다. 포항은 과거 K리그 구단 중 드물게 정통 공격수 없이도 뛰어난 패싱 게임과 점유율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스틸타카’를 구사하던 팀이었다. 하지만 최진철 감독은 짜여진 패턴에 의한 플레이보다는 좀 더 선수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창의적인 축구를 원했다.
기존에 익숙한 스타일과 새 감독의 축구철학이 엇박자를 내면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런 상황은 최 감독이 부임할 때부터 어느 정도는 우려했던 대목이다. 최 감독은 U-17 대표팀에서의 단기성과를 제외하면 지도자로서는 경력도 일천하고 프로 1군 감독은 아예 처음이다. 그렇다고 포항과 현역 시절 인연이나 축구철학에서 특별한 연결고리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여기에 최 감독의 부임 시기와 맞물려 포항의 상황도 좋지 않았다. 이미 황선홍 감독 시절부터 구단의 투자가 지지부진해진 상황에서 고무열-김승대 같은 기존 전력들마저 팀을 떠났고, 실질적인 외부 전력보강은 양동현 정도뿐이었다.
더구나 핵심자원 손준호마저 시즌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장기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이를 메울 플랜 B가 마땅치 않다. 팀이 지난 시즌 ACL 티켓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과정을 거쳤던 것을 생각하면 올 시즌 준비과정부터 너무 안이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최 감독은 첫해부터 자기 색깔을 내보이기도 전에 리그와 ACL를 넘나드는 정신없는 일정을 소화해야했다. 더구나 ACL에서는 광저우, 우라와, 시드니 같은 만만치 않은 팀들과 한 조에 속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모든 면에서 최진철 감독에게는 최악의 조건이었던 셈이다.
포항의 현 상황을 최 감독 탓으로만 모두 돌리기는 어렵다. 어떤 감독에게든 자신의 축구를 구현할 수 있는 시간과 지원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미처 기다릴 시간도 없이 너무 빠르게 침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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