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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폭력 아빠의 아들로 살아간다는 것…'아빠의 술친구'


입력 2019.01.20 16:32 수정 2019.01.20 16:35        부수정 기자
'아빠의 술친구' 표지.ⓒ씨드북 '아빠의 술친구' 표지.ⓒ씨드북

매일 술을 마시고 나를 때리는 아빠. 술에 취한 아빠의 주먹은 힘이 세고, 혓바닥과 발바닥은 거칠다. 아빠에게서 도망치고 싶지만 혼자 도망갈 수 없다. 엄마를 지켜야 하니까. 내 믿음과 달리 먼저 도망간 사람은 엄마였다. 엄마가 사라지자 아빠의 주먹은 더욱 힘이 세졌다.

시간이 흘러 내 주먹은 아빠보다 세졌다. 하지만 아빠처럼 술을 마치고 주먹도, 발도 휘두르지 않는다. 죽어도 아빠처럼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난 아빠와 같은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 매일 발버둥 친다.

'아빠의 술친구'는 가장 폭력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담은 그림책(초등)이다. 책은 부모의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의 상처와 외로움을 아프게 담아냈다. 어떻게 해서든 아빠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아이의 모습에선 가정 폭력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는 걸 일깨워준다.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무관심한 어른들의 역할, 더 나아가선 아이들을 품어줄 사회적 울타리가 중요하다는 걸 알려준다.

저자는 "가정 폭력 피해 아이에겐 안쓰러운 시선 뒤로 가해자와 똑같은 어른으로 자랄 것이라는 낙인이 찍힌다"며 "폭력이 대물림될 것이라고 당연하게 여기는 시선 또한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폭력은 또 다른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고, 똑같은 어른으로 자라지 않을 수 있다고도 말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흥식 글·고정순 그림. 씨드북 펴냄. 40쪽. 1만2000원.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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