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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세금 판 바뀐다-2] 세제 완화 노하우가 해외 증시 분위기 갈랐다


입력 2019.02.27 06:00 수정 2019.02.27 06:04        백서원 기자

일본 증권거래세 단계적 완화로 시장 충격 최소화, 회전율 25%p 상승

스웨덴·대만은 성급한 양도세 부과로 자본 이탈…단기 충격 반면교사로

조세제도 재정비에 대한 공감대가 자본시장에서도 형성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자본시장 활성화와 투자문화 개선을 위해 자본시장에 적용되는 조세제도의 전면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증권거래세를 포함해 손실이월 및 손익통산, 직접투자와 간접투자간 조세 형평성, 장기투자 문화 정착을 위한 세제유인 제도 등의 본격적인 개편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본지에서는 증권거래세 개편에 대한 현 주소를 짚어보고 향후 개편시 시장에 미칠 영향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과세제도 개편 방안에 대해 다각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거래세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거래세 폐지와 양도세 강화가 자본시장에 미칠 파급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거래세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거래세 폐지와 양도세 강화가 자본시장에 미칠 파급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증권거래세 단계적 완화로 시장 충격 최소화, 회전율 25%p 상승
스웨덴·대만은 성급한 양도세 부과로 자본 이탈…단기 충격 반면교사로


주식시장 분위기에 세제 부담이 미치는 영향은 세계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포착된다. 사례들을 보면 증권거래세 폐지 또는 인하 대신에 양도소득세 부과를 만지작거리는 정부의 행보가 비생산적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무엇보다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모두 부과하는 사례 자체가 드물다. 대부분 자본시장의 효율성과 과세 형평을 위해 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 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흐름을 타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세계 주요 국가들이 주식거래에 매기는 세금 제도 개편 방향에 따라 증시 방향성이 상당 폭 좌우됐다. 국내 증시 세제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거래세 폐지와 양도세 강화가 자본시장에 미칠 파급력에 주목해야하는 이유다.

증권거래세는 단기적 투기 수요를 감소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과세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러 국가들은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거래세를 폐지했다. 미국·독일·일본 등의 경우 거래세 없이 주식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중국·홍콩·태국·싱가포르 등은 반대로 거래세만 부과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영국·대만 등은 우리나라와 같이 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모두 부과하고 있다.

일본, 단계적 증권거래세 폐지, 양도세로 대체…주식시장 활성화

금융투자업계는 증권거래세 폐지의 성공적인 사례로 일본을 제시한다. 일본의 경우 10년에 걸쳐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했고 그 자리를 주식양도소득세(자본이득세)로 대체했다. 1953년 당시 일본은 양도차익 계산이 실무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양도소득세 대신 증권거래세를 도입했다. 1988년 증권거래세율을 0.55%에서 0.3%로 인하하면서 양도소득세를 부과했고 이후 10년간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가 함께 과세됐다.

이어 일본은 1998년 증권거래세율을 0.1%로 한번 더 인하한 뒤 다음 해 금융소득 일체화 차원에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의 신고분리과세화(세율 20%)를 추진했다. 증권거래세가 폐지되자 일본 주식시장의 거래금액은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배승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증권거래세 폐지 이후 4~5년간 증시환경이 악화했지만, 시가총액 회전율(거래대금/시가총액)이 월평균 50%에서 75%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실에 근거해 증권거래세가 폐지될 경우 국내 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1조원 이상 늘 것으로 내다봤다. 전 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거래세 폐지 효과의 기본 시나리오로 회전율 10% 상승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최길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해외 사례를 보면 증권거래세 폐지 후 주식시장의 거래량이 증가했다”며 “국내 주식시장도 2017년 4월 이후 우정사업본부 차익거래의 영향으로 3개월 만에 일평균 거래대금이 30% 이상 증가했고 외국인 쏠림 현상도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빠르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운용적인 측면에서도 거래비용이 크게 낮아질 경우 과거 사용되지 못했던 투자전략들이 전면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새로운 초과수익 창출이 가능해져 다양한 상품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며 “거래세 폐지로 인한 거래량증가·유동성 유입 등 긍정적인 효과도 빠르게 등장하고 주식시장의 건전성·효율성이 강화돼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스웨덴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고 조언한다. 증권거래세가 금융시장 불안 등 자본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1984년 스웨덴은 거래소 내 주식 취득 및 양도에 대해 0.5%의 세율의 증권 거래세를 도입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세수가 적다는 이유로 1986년에는 세율을 두 배로 인상했고 그 결과 심각한 수준의 자본이탈이 발생했다. 스웨덴 주식시장 거래량의 30%가 런던거래소로, 1990년에는 50% 이상이 런던으로 이동했다.

최 연구원은 “총 세액 내 세수의 비중은 1984년 0.21%, 1985년 0.28%, 1986년 0.53%였고 세율을 두 배로 인상한 이후에도 총 세액의 0.66%에 머물렀다”며 “결국 증권거래세는 1991년 말 폐지됐다”고 말했다. 소득과세체계는 근로소득과 자본소득을 구분해 과세하고 자본소득에 대해서는 비교적 낮은 세율의 단일세율을 적용하는 이원적 소득과세체계로 전환됐다.

대만, 급격히 세율 높이며 거래량 감소·주가 폭락으로 실패

전문가들은 거래세가 폐지된다면 양도세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한 조세정의 실현 및 형평성 강화를 강조했다. 증권거래세의 점진적 축소와 양도차익세의 확대 추진도 이러한 일환에서 비롯됐다. 관련 법안들도 발의된 가운데 작년 12월에는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폐지하고 양도소득세를 강화해 과세 체계를 양도소득세로 일원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거래세에서 양도세로의 전환에 성공한 일본 등은 물론, 반대로 실패한 국가의 경우도 주목하고 있다.

대만은 양도소득 과세 실패 사례로 꼽힌다. 대만은 주식 양도소득세를 1973년과 1989년, 2013년에 총 3번 도입했다. 2013년에 도입된 주식 양도소득세 제도는 2016년 폐지되어 대만의 주식 양도소득세 실험은 실패로 마무리 됐다.

1989년 대만은 일본과 동일한 방식으로 과세전환을 유도했었다. 양도소득세를 도입하며 거래세율을 기존 0.3%에서 0.15%로 낮췄지만 50%에 이르는 고세율을 유보기간 없이 즉시 시행했다. 최 연구원은 “그 결과 당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던 대만 가권지수는 19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988년 9월 24일 8,798.78pt에서 10월 21일 5,615.33pt로 30% 이상 급락했다”고 짚었다.

결국 급격한 세율 전환에 따른 시장 충격으로 양도세 과세에 실패한 것이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대만은 급격히 세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거래량 감소 및 주가 폭락으로 이어져 중단됐으나 일본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거래세를 단계적 인하 후 폐지하고 양도세 비과세 범위는 점진적으로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차이점은 일본은 외국인 비중이 많은 반면 대만은 개인 비중이 많다는 점이다. 김고은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는 이중과세방지협정에 의해 자국에서 납세하는 경우 대부분이기 때문에 조세저항이 비교적 적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했다.

“양도세 강화, 일본 사례 따라갈 것”…개인거래 위축·장기투자 확대

증권가는 국내 양도세 도입은 일본의 모습을 따라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거래세 면제와 더불어 기존에 과세하지 않았던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투자심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관한 투자자들의 우려도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정부는 몇 년 동안 점진적으로 대주주 양도소득 지분율 기준을 낮췄기 때문에 대주주 지분이 큰 주식에 대한 수급 불안감을 높인 바 있다”며 ”여기에 양도소득에 대한 세금이 부과될 경우 오히려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증권거래세 폐지 논의는 양도세 도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기대수익률 하락 요인“이라며 ”기대수익률 하락으로 개인 거래 및 신용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 있어 키움증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세제혜택이 있는 투자상품 매력도가 커져 변액보험 부문 강자인 미래에셋생명에는 긍정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증권 관련 세제 개편에 따른 해외주식 거래 활성화도 기대된다는 평가다. 다만 주식 시장은 단기적인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 연구원은 “양도세 도입은 중장기적으로는 장기투자가 확대되는 계기가 되며 자본시장 발달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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