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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차 한미정상회담 '북한 대변인' 논란 면할까


입력 2019.09.23 16:30 수정 2019.09.23 16:38        이배운 기자

비핵화 진정성 대신 피력해온 文대통령…결과는 '한미균열'

남한 중재역할에 기대 저버린 北…'통미배남' 가속화 초래

제재해제 대신 안전보장 초점…'새로운 접근법' 도출 기대

비핵화 진정성 대신 피력해온 文대통령…결과는 '한미균열'
남한 중재역할에 기대 저버린 北…'통미배남' 가속화 초래
제재해제 대신 안전보장 초점…'새로운 접근법' 도출 기대


지난해 5월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트위터 지난해 5월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트위터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9번째 정상회담을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북한 대변인'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북미협상 훈풍을 틈타 '한반도 중재자' 위치를 되찾고 핵협상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한편 섣부른 제재완화 요구 등 북한에 치우친 태도는 한미 간 불신만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는 미 워싱턴에 '북한의 진정성'을 설득하는데 주력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촉구해왔다. 아울러 북한이 상응조치로 요구하는 대북제재 완화 및 남북경협 재개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한미공조에 균열을 일으키고 중재자 역에서 소외를 자초했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AP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지난 3월 "김정은이 비핵화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한미 정상 간 '불화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일각에서는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미 균열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북미 협상 교착국면에서 정부는 균형 잡힌 중재로 양방의 오해를 동시에 줄여야 했지만, 남북경협 강화 의지 천명 등 북측에 치우친 태도만 내비추면서 미국의 불신을 샀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은 남한의 중재자 역할에 기대를 버린 듯 '통미배남' 전략을 펼치고 있다. 북측은 지난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을 가진 뒤에도 단거리 발사체 도발을 잇따라 감행하면서 남한과 대화할 이유가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는 상황이다.

또 문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 폐기 제안을 '불가역적 단계'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이 영변 외 지역에 대규모 핵시설을 숨겨두고 있으며 그 시설까지 폐기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정부가 북한의 기만적인 협상 전략에 '잘못된 보증'을 서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전문가들은 이처럼 정부가 한미 공조에서 어긋난 움직임을 지속할 때마다 북미가 졸속 핵 합의를 체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비판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이끌 외교적 동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하면 남한을 겨냥한 핵 위협은 남겨두는 '불완전한 핵협상'에 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선 비핵화 후 보상' 원칙의 리비아 모델 대신 '새로운 방법'을 언급한 것은 유연한 스탠스로 방향을 전환 했다는 기대가 나오는 반면, '불완전한 핵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상당히 높아졌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3일 "북한이 하노이 회담 이후 안전보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며 "안전보장 문제라든지 제재해제 문제 등 이런 모든 것에 대해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한다는 게 미국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최근 "북한은 제재해제보다는 안전보장 쪽으로 방점이 많이 옮겨갔다"고 말했다.

이는 앞으로 전개될 북미 협상에서 '제재해제'보다 '안전보장' 이슈가 우선적으로 다뤄질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동안 미국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제재해제와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접근법'과 맞물려 협상을 진전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모이는 부분이다.

주재우 경희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지금은 남북경협 및 제재해제가 아니라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도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한미간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하노이회담 때처럼 미국의 핵협상 계획 추진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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