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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업계 제 살 깎아먹기 경쟁에 불완전판매 '먹구름'


입력 2020.01.10 06:00 수정 2020.01.09 21:56        부광우 기자

대리점 지원 1년 새 2000억 불어…제 식구 급여는 감축

외부 영업망 불완전판매 논란 여전…쌓이는 소비자 불만

대리점 지원 1년 새 2000억 불어…제 식구 급여는 감축
외부 영업망 불완전판매 논란 여전…쌓이는 소비자 불만


대리점 수수료 지출 상위 10개 손해보험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대리점 수수료 지출 상위 10개 손해보험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자신들의 상품을 대신 팔아 주는 대가로 외부 대리점에게 지급한 비용이 1년 새 2000억원 넘게 불어나면서 사상 최대 기록을 또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제 식구인 직원들에 대한 급여는 줄이며 씁쓸한 온도차를 나타냈다.

갈수록 영업이 힘겨워지면서 이처럼 대리점 판매를 키우는 대신 자신의 허리띠는 졸라매는 제 살 깎아먹기 식 경쟁이 더 심화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외부 영업망을 둘러싼 불완전판매 논란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보험업계의 소비자 불만은 계속 쌓여갈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 국내 15개 일반 손보사들이 대리점 수수료로 쓴 금액은 총 1조885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460억원) 대비 14.5%(2394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수수료는 대리점의 상품 판매에 따라 보험사들이 내주는 수당으로, 이 금액이 늘었다는 것은 그 만큼 대리점을 통한 영업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로써 지난해 손보업계의 연간 대리점 수수료 지출은 2조5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기존 역대 최고액이었던 2018년(2조2306억원)의 액수를 상당 폭 웃돌며 무난히 새 기록을 쓰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손보사별 추이를 살펴보면 우선 현대해상의 대리점 수수료 비용이 같은 기간 3291억원에서 12.9%(426억원) 늘어난 3717억원으로 최대였다. DB손해보험 역시 2978억원에서 3368억원으로, 삼성화재도 2846억원에서 3189억원으로 각각 13.1%(390억원)와 12.0%(343억원)씩 대리점 수수료가 확대되며 뒤를 이었다. 메리츠화재의 대리점 수수료 지출은 2026억원에서 2879억원으로 42.1%(853억원) 급증하며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렇게 손보사들이 대리점 영업에 대한 지원사격을 강화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른바 보험 백화점으로 불리는 독립법인대리점(GA)의 영토 확장이 자리하고 있다. GA는 다수의 보험사와 제휴를 통해 운용되는 보험 대리점으로, 여러 보험사 상품을 한 곳에 모아 놓고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 덕에 보험업계의 주력 판매 창구로 자리 잡았다. 국내 보험 모집액에서 GA가 차지하는 몫이 2018년에 이미 절반을 넘어섰을 정도다.

아울러 손보업계의 영업 여건이 극도로 악화된 현실도 대리점에 대한 보험사의 의존을 키우고 있는 주요 요인이다. 보험시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로 접어들면서 마땅한 출구가 보이지 않게 되자, 그나마 영업 확대 여력이 있어 보이는 대리점 영업망에 목을 매고 있다는 얘기다.

손보사들은 본업인 보험영업에서만 지난해 5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손실을 떠안을 것으로 예상된다. 10대 손보사들의 보험영업에서 발생한 손실은 지난해 1~9월에만 총 3조9872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2407억원) 대비 77.9%(1조7465억원) 급증했다. 이를 기반으로 추산해 보면 올해 손보업계의 연간 보험영업 적자는 기존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3조6145억원) 기록을 한참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손보사들은 자기 소속 직원들에 대한 급여는 깎고 나섰다. 외부 영업 조직에 대한 실탄 지원은 강화됐지만, 제 식구들에 대한 대우는 예전만 못해진 셈이다. 조사 대상 손보사들이 지난해 1~9월 임직원 급여로 지급한 금액은 총 1조2887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252억원) 대비 2.8%(365억원) 감소했다.

오히려 최근 손보업계의 직원 수는 다소 늘어나는 추세다. 직원 수가 줄어 회사의 급여 지출이 축소된 것도 아니란 얘기다. 지난해 들어 9월까지 해당 손보사 소속 직원은 3만1918명에서 3만2242명으로 소폭(1.0%·324억원) 확대됐다.

손보업계의 이 같은 경영 기조는 당분간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 환경 악화를 막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 데다, 정부의 가격 통제 압박도 점점 거세지고 있어서다. 문제는 대리점 영업이 늘어나는데 따른 시장 내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불완전판매는 대리점을 둘러싼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다. 말 그대로 무한경쟁을 펼치는 시장이다 보니 고객에게 상품의 운용방법이나 위험도, 손실가능성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영업을 벌이는 설계사들이 많아서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보험 대리점에서 발생한 손보업계 불완전판매는 1630건으로 일반 설계사 채널(741건)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각 판매 영역별 신계약 규모를 감안해도 보험 대리점의 불완전판매 비율이 0.05%로 일반 설계사(0.03%) 대비 1.5배 이상이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대리점에서의 불완전판매를 줄이기 위한 보험업계의 자정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면서도 "결국 특정 채널로 경쟁이 쏠릴수록 불완전판매가 확대될 개연성이 높은 만큼, 울며 겨자 먹기로 대리점 판매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손보사들 입장에서 고민이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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