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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당 사무처 당직자 징계 시도 '유감'


입력 2020.01.10 06:00 수정 2020.01.10 06:00        정도원 기자

당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 총선 승리의 고언

취하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징계는 지나쳐

선례조차 없는 일…징계 시도, 신중 기해야

당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 총선 승리의 고언
취하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징계는 지나쳐
선례조차 없는 일…징계 시도, 신중 기해야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사무처 당직자들이 지난 2016년 12월 15일 이정현 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는 국회 당대표실에서 '지도부 즉각 사퇴'와 '윤리위 원상 복구'를 요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사무처 당직자들이 지난 2016년 12월 15일 이정현 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는 국회 당대표실에서 '지도부 즉각 사퇴'와 '윤리위 원상 복구'를 요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을 이어가던 어느날, 한국당 사무처 당직자 한 명이 씩씩거리며 국회본청 계단 위로 올라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을 향해 "특검 받아라. 특검 받아"라고 연신 소리를 지르는 '돌발 사건'이 있었다.

이 당직자는 국회경비대에 제지당해 끌려내려가는 상황 속에서도 분을 삭이지 못했다. 어버이날이라 김성태 원내대표가 천막 속에서 딸과 '눈물의 만남'을 가지는 모습을 보고 가뜩이나 심란하다가, 민주당 지지층의 조소와 조롱이 계속되자 본인이 더 격분했던 것이다.

정당에 애정이 가장 깊은 사람들이 대개 사무처 당직자다. 의원실 보좌진은 수틀리면 다른 의원실로 옮길 수 있다. 의원은 수가 틀리지 않아도 간혹 당적을 이탈하거나 다른 당으로 옮긴다. 하지만 당이 죽으면 사무처 당직자들은 같이 죽기 때문에 말그대로 혼연일체가 돼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한국당이 황교안 대표의 투쟁 방향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사무처 당직자를 당무감사위에 불러 조사하고 인사위를 소집해 징계를 시도한다고 한다. 해당(害黨)행위의 성격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당행위로 징계를 하려면 당에 해를 끼치려는 의도와 행위가 있어야 한다. 팀장 보직을 맡고 있는 당직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당의 의사결정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제대로 된 총선 전략 없이 지지를 호소하기 어렵다 △정당과 애국시민의 역할을 분리해야 한다 △묵묵히 일하는 국민의 시각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당이 총선에서 승리하기를 바라는 충정(忠情)의 고언일 뿐, 당에 해를 끼치려는 의도는 읽을 수가 없다. 당대표의 투쟁 방향에 의문을 제기한 행위가 곧 해당행위일 수는 없다. '대표가 곧 당'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당은 이념과 가치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뭉쳐 수권이라는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정치 결사체다. 당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고언이 나왔다면, 동지적 애정의 관점에서 바라볼 일이다. 취할 수 없어서 물리쳤다 하더라도, 징계까지 시도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당의 결속을 해치는 행위다.

필요할 때는 동원의 대상으로 찾으면서, 평소에는 아무런 생각을 갖지 말고 무색무취하게 지침만을 따르기를 원하는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정당을 상상할 수 있나. 그런 정당이야말로 '죽은 정당'일 것이다.

'이정현 체제' 때에는 사무처 당직자들이 최고위원회의를 하는 당대표실까지 들어와 '지도부 즉각 사퇴'와 '윤리위 원상 복구'를 요구하는 피케팅을 벌였지만, 징계를 시도했다는 말은 듣도보도 못했다.

당에 오래 몸담았던 사람들이 황당한 심정으로 이번 징계 시도를 주시하고 있다. 당의 앞선 선례를 폭넓고 깊게 살피면서 징계 시도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마땅할 것이다. 파격적으로 초선(初選)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세웠던 황교안 대표의 결단에 이런 일로 금이 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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