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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민주당만빼고' 운동 하루만에…'총선 악재될라' 고발 취하


입력 2020.02.14 15:43 수정 2020.02.14 15:51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싸늘한 여론에 떠밀려 고발 취하한 민주당

여야 불문 "오만하다" 비판에 '화들짝'

그럼에도 '진정한 반성'보단 '변명'에 치중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자당을 비판하는 내용의 칼럼을 쓴 학자와 이를 게재한 경향신문사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기로 14일 결정했다. 민주당의 고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 안팎에서 숱한 비판이 쏟아지고, 해당 칼럼의 제목인 '민주당만 빼고' 해시태그가 유행처럼 번진지 하루 만이다.


정치권에서는 이해찬 당대표의 지시로 '고발'이라는 다소 무리한 조치를 취했지만, 진보 진영조차 등을 돌린 싸늘한 반응에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교수 칼럼 고발한 집권 여당, '오만'의 대명사 됐다
'진보 지식인' 중심으로 비판 쇄도…'민주당만 빼고' 태그 달기 운동도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는 내용이 공직선거법 위반인데다 해당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가 안철수 전대표 싱크탱크의 실행위원 출신이라는 게 고발의 명분이었지만 설득력이 떨어졌다.


이에 '진보' 성향을 자처하는 지식인들이 가장 먼저 들고 일어났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게 요지다.


'88만원 세대' 공동저자인 박권일 사회비평가는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방약무도가 넘치다못해 기본권마저 파괴하고 있다.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헌재 결정문에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당에 대한 찬반 발언은 문제가 없음'을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기어코 전체주의 정당 내지 파시스트당으로 가려는 건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권경애 변호사는 "민주당만 빼고 찍어달라고 아예 고사를 지내신다"며 "우리가 임미리다. 어디 나도 고소해봐라"는 반응을 보였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민주당만 빼고', '나도 고발하라', '나도 임미리다'는 내용의 해시태그 달기 운동도 시작됐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물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경률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이 "민주당은 절대 찍지 말자, 나도 고발하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잇달아 올리면서 일반 네티즌들도 참여했다.


분투하는 'TK' 의원들 '당혹'…고발 취하하라"
공동선대위원장 이낙연도 "문제 있다" 꼬집어


여야 구분이 없는 거센 반발이 이어지면서 '바닥 민심'에 민감한 민주당 후보들이 앞다퉈 움직였다. 당을 향해 '고발을 취하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 험지'인 TK(대구·경북)에서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 김부겸 의원은 이날 당에 공식적으로 고발 취하를 요청했다. 김 의원은 "지금 이 건은 누가 뭐라고 해도 중도층의 이반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며 "당이 임 교수와 경향신문 편집자에 대한 고발을 철회해주시길 건의 드린다"고 읍소했다.


이어 "오랜 독재시대를 거쳐 온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권력이 겸허와 관용의 미덕을 잃는 순간 금세 알아채고 노워여한다"며 "우리 민주당이 관용하는 자세를 좀 더 갖추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 북구을에 지역구를 둔 홍의락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만이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다. 민주당 얘기다"며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홍 의원은 "어쩌다 임미리 교수의 작은 핀잔도 못 견디고 듣기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억울해도 참고 견디며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정성호 민주당 3선 의원도 "오만은 위대한 제국과 영웅도 파괴했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며 "가치의 상대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4·15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을 방문해 재개발 구역으로 이동하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15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을 방문해 재개발 구역으로 이동하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여기에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이낙연 전 총리까지 움직이며 지도부는 끝내 '백기 투항'하게 됐다. 이 전 총리는 전날 윤호중 사무총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임 교수 고발건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이 전 총리의 요청이 고발 취하에 영향을 줬는지에 대해 "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가볍게 여길 수 없는 말이긴 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다만 고발 취하 소식을 알리면서도 임 교수에게 개인적으로 유감의 뜻을 전하거나 적극적인 사과의 표현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임미리 교수는 안철수 싱크탱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으로서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고발을 진행하게 되었던 것"이라고 알렸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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