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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김소향 "'마리 퀴리' 만드는 과정, 투쟁의 연속이었죠"


입력 2020.03.07 08:28 수정 2020.03.07 11:41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뮤지컬 '마리 퀴리' 재연과 확 달라진 작품 완성

"초연의 실수 반복하기 싫어 싸움닭처럼 싸웠어요"

뮤지컬 '마리 퀴리'의 배우 김소향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뮤지컬 '마리 퀴리'의 배우 김소향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시체들이 쌓여 있는 방에 갇혀서 소리치며 싸우는 꿈까지 꿨어요. 그만큼 '마리 퀴리'를 만드는 과정은 투쟁의 연속이었죠."


배우 김소향에게 뮤지컬 '마리 퀴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투쟁'이었다. 잘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과 욕망은 김소향을 '싸움닭'으로 만들었다. 매일 같이 제작진과 치열한 토론을 반복하며 작품의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바꿔 가려 애썼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지금 같은 작품은 아니었어요. 초연 배우로서 어떻게 하면 안 된다는 걸 정확하게 알았기 때문에 똑같은 실수는 반복하고 싶지 않았죠. 정말 싸움닭처럼 많이 싸우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는 일상의 연속이었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었기에 이 모두가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특히 김태형 연출은 제작진과 배우들의 의견을 조화롭게 작품 속에 녹여냈고, 마침내 막을 올린 '마리 퀴리'는 초연과 확연히 다른, 업그레이드된 완성도로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을 끌어낼 수 있었다.


실제로 '마리 퀴리'는 극 중 인물 관계에 변화를 주며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무엇보다 마리 퀴리와 안느의 첫 만남부터 갈등에 직면하기까지의 서사를 깊이 있게 담아내 여성 서사극으로 재탄생시켰다.


"초연 때 마리 퀴리는 모두를 상대로 싸우는 파이터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엔 같은 목적, 옳은 길을 향해 함께 간다는 느낌이 강조됐어요. 그래서 관객들의 공감을 더 많이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뮤지컬 '마리 퀴리'의 배우 김소향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뮤지컬 '마리 퀴리'의 배우 김소향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마리 퀴리와 관련된 책이란 책은 모조리 읽었다는 김소향은 "시간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 극은 공연 3주 전까지만 해도 지금과 같은 작품이 완성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김태형 연출이 어느 날 모든 의견을 다 정리해 왔고 마법처럼 모두가 따라가게 됐죠. 연출의 힘인 것 같아요. 비로소 '이성과 감성을 모두 건드릴 수 있는 작품이 나왔구나'라는 확신이 생겼죠."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은 제작진과 배우들에게도 큰 시련일 수밖에 없다. '마리 퀴리'뿐만 아니라 모든 공연이 관객 감소로 인한 매출 감소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소향은 "언제 중단돼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연장에서 마스크 낀 관객들을 보면 정말 눈물이 나요. 내 딸,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걱정될 것 같은데도 위험을 감수하고 찾아온 거잖아요. 끝나고 기립박수를 할 때 정말 뭉클해서 펑펑 울었죠."


뮤지컬 '마리 퀴리'의 배우 김소향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뮤지컬 '마리 퀴리'의 배우 김소향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소향은 최근 뮤지컬계에서 가장 핫한 배우로 우뚝 섰다. 뮤지컬 '웃는 남자' '마리 앙투아네트' 등 대작 뮤지컬의 주역을 꿰찼고, 지난해에는 관객들이 뽑은 최고의 뮤지컬배우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소향은 "대극장과 소극장을 오갈 수 있는 배우가 됐다는 게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2010년 미국 뉴욕필름아카데미로 돌연 유학을 떠난 게 지금의 김소향을 만들어낸 원동력이 됐다. 무모하게 떠나 고생도 많았지만, 다녀온 뒤엔 뮤지컬배우로서 새로운 인생이 펼쳐져 있었다.


"뮤지컬 데뷔 10년째가 됐지만, 이 상태로는 뮤지컬을 더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저란 배우는 무슨 역을 연기해도 다 비슷했거든요. 노래를 제대로 배우지 않아 클래시컬하게 부를 줄도, 조용하게 부를 줄도 몰랐죠. 객관적으로 프로듀서들이 저를 캐스팅할 거 같지 않았어요."


팬카페와 그의 활동을 지원하는 소속사도 생겼고, 좋은 작품을 선택하는 안목도 생겼다. 이제 관객들은 김소향이 출연하는 작품이라면 믿고 본다. 김소향도 그에 대한 책임감이 남다르다. 특히 한국 뮤지컬의 발전에 일조하겠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그동안 제가 봤던 책과 영화, 다양한 경험들이 무대 위에서 구현됐으면 좋겠어요. 주연인지 조연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창작 작품들에 참여해서 작품을 완성해가는데 일조한다면 그것만큼 보람된 일이 있을까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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