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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공개 사과 놓고 깊어지는 삼성의 고민


입력 2020.04.09 05:00 수정 2020.04.09 05:40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삼성, 준법위 권고문 입장 발표 시한 한달 연장 요청

내부서 다양한 의견...보다 심도 있는 논의 필요 판단

대국민 사과하고 싶어도 재판·수사 영향 우려로 고심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전경.ⓒ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전경.ⓒ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문에 대한 삼성의 입장문 발표 시한이 한 달 연장되면서 입장 발표에 대한 깊은 고심의 흔적이 드러나고 있다. 삼성 측이 당초 기한 이틀을 앞두고 연장 요청을 한 점은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대한 고민이 읽히는 대목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측이 입장문 발표 시한 이틀을 앞두고 연장 시한을 요청한 것을 두고 준법위 권고를 이행하면서도 최적의 내용과 방식으로 입장을 밝혀야만 한다는 고심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준법위는 지난달 11일 삼성측에 전달한 권고문을 통해 삼성 최고경영진에 대해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 등 3가지 준법의제를 제시하고 각 의제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계열사가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실상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벌어진 위법 행위와 노동법규 위반에 대한 반성과 사과,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시민사회에 대한 신뢰회복 등에 대한 요구다. 준법위는 권고문에 대한 답변을 30일 내로 해달라고 요청해 당초 마감시한은 오는 10일이었다


삼성은 그동안 답변 시한인 오는 10일까지 준법위의 권고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는다는 방침 하에 어떤 방식과 내용을 취할지를 놓고 면밀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결국 시한 내 입장 발표가 어렵다는 판단 하에 위원회 측에 연장 시한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준법위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삼성은 위원회의 권고를 받은 후 권고안 이행 방향과 주요 내용 논의에 착수했지만 그 과정에서 내부에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했다며 연장 요청 배경을 설명했다.


권고안 이행방안을 최종 도출하기 위해 내부에서 심도 있는 논의와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는 데 필수적인 의견청취, 회의, 집단토론, 이사회 보고 등의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이 예상보다 더 시일이 소요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는 것이 위원회 측의 설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내외 사업영역 전반의 심각한 위기 국면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경영체제도 이유로 들었다.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장(가운데)이 지난 2월 5일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위원회 제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장(가운데)이 지난 2월 5일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위원회 제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하지만 재계에서는 현재 삼성측이 처한 현실적 이유가 연장 시한 요청을 하게 된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준법위의 권고문에서 제시한 의제들이 현재 진행 중인 재판과 수사와 연관될 수 밖에 없는 사안들이라는 점에서 쉽게 결론을 내릴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준법위가 제시한 3가지 준법의제 중 시민사회 소통을 제외한 경영권 승계와 노동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재판과 수사와 연관될 수 있는 만큼 입장 발표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은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연결돼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증거인멸은 항소심 재판이, 분식회계는 현재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노조 이슈와 관련해서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재판이 1심 판결 이후 검찰의 항소가 이뤄져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삼성의 총수인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노동 이슈에 대한 사과나 입장을 밝히게 될 경우, 향후 이들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탓에 그동안 재계에서는 삼성측의 입장문이 상당히 절제된 수준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었다. 시한 연장으로 한 달이라는 시간이 추가로 주어졌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준법위가 제기한 준법의제들이 모두 현재 진행 중인 재판과 연관될 수 밖에 없는 이슈”라며 “삼성측에서 준법위의 권고에 따라 대국민사과를 하고 싶어도 향후 재판과 수사 등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손가락 가리키는 이)이 지난달 3일 경북 구미사업장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임원들과 함께 점검하고 있다.ⓒ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손가락 가리키는 이)이 지난달 3일 경북 구미사업장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임원들과 함께 점검하고 있다.ⓒ삼성전자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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