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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자 인터뷰] 정태호 "임금격차 해소할 수 있는 법안 만들 것"


입력 2020.04.30 05:00 수정 2020.04.30 05:13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코로나 극복 위해서는 속도가 중요"

"당정청 일체감 위해서 역할 할 것"

"추진력·협상력 다 갖춘 원내대표 필요"

"21대 국회 하반기 화두는 개헌"

민주당 정태호 당선자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민주당 정태호 당선자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삼세판만에 진보진영의 텃밭을 되찾아왔다. 21대 총선 서울 관악을에서 당선된 민주당 정태호 당선자의 얘기다. 그간의 굴욕을 해소하듯 역대 지역구 선거와 비교해 가장 큰 표 차이로 승리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코로나 극복을 염원하는 민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정 당선인은 공을 돌렸다.


21대 국회에서 해결해야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는 코로나19와 경제위기의 극복을 꼽았다. 이를 위해서는 당·정·청의 원활한 소통과 조율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청와대 출신이고 문 대통령의 측근으로 통하는 만큼, 핵심 역할이 주어질 전망이다. 특히 정 당선인은 열린우리당 시절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을 맡아 당청 간 조율이 얼마나 중요한 지 잘 알고 있는 인물 중 하나다.


코로나 극복과 문재인 정부의 임기 이후에는 ‘개헌’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다만 개헌이라는 이슈가 워낙 예민하고 파급력이 큰 사안이다보니 정 당선인은 “지금은 경제위기 극복이 우선”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인터뷰는 28일 서울 관악을 정 당선인 캠프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정 당선인과의 일문일답이다.


-3번 도전 만의 당선이다. 당선 소감부터 말씀해달라.


“감사인사를 다녀보면 되려 당선돼줘서 고맙다고 하시는 유권자도 계신다. 저보다 더 절실했던 분들이다. 이 지역이 민주당 텃밭이었는데 다른 당에 빼앗겼던 것에 대한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신거라 생각한다. 당선이 돼서 조금이라도 기쁨을 드렸다는 게 행복하게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코로나와 경제위기를 극복하라는 명령으로 180석의 엄청난 의석을 주셔서 마음이 무겁다.”


-선거에서 나타난 지역의 민심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나.


“역대 관악을 선거만 놓고 보면 가장 큰 표 차이다. 관악을이 아무리 텃밭이라고 해도 10% 이내 격차에서 당락이 결정돼 왔다. 이번에는 13% 포인트 차이다. 역대 최다 표 차이였기 때문에 나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선거과정 중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다. 위기의 순간이나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면.


“위기의 순간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한번은 밤에 대학동을 지나는데 배달어플의 라이더가 다가오더니 힘내라고 격려를 해주더라. 하이바를 쓰고 옷도 두툼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갑자기 다가와서 겁이 났었는데 파이팅하니까 당황했다. 난곡동에서도 선거운동을 하는데 찾아왔더라. 배달하면서 번 돈으로 음료수 같은 것을 사왔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런 분들 때문에 더 열심히 절실히 하게 되는 것 같다.”


-당내 인사가 아닌데 선거과정에 도움을 준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김동연 전 부총리가 왔었고, 김현철 전 경제보좌관과 김성한 전 타이거즈 감독도 봤다. 어떤 인연인가.


“김동연 전 부총리는 청와대 있으면서 초창기부터 정책 관련 대화를 많이 나눴던 분이다. 그 이전에는 참여정부 때 비전2030을 만든 분이다. 그 때 같이 만들면서 인연을 맺었다.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오랜 세월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김현철 전 보좌관도 국민성장(문 대통령 과거 싱크탱크) 시기부터 함께했고 청와대에서 같이 일했던 분이다. 김성한 감독님은 제가 야구를 좋아하다보니 인연이 됐는데 지난 대선 때 선거운동을 해주신 이후 관계를 맺어왔다. 제 후원회 회장도 맡아주셨다.”


-여담인데 김 전 부총리 하면 문재인 정부 초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갈등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두 분 사이 생각이 달랐던 것들이 있었다. 김 전 부총리는 경제관료를 오래했고, 장 실장은 학교에서 진보적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차이가 좀 있었다. 제가 중간에서 심부름을 하며 두 분 관계를 조율했는데 난처할 때도 있었다. 장 전 실장은 제가 모시고 있었고, 김 전 부총리와는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조율하는 역할을 나름 적절하게 수행한 것 같다.”


민주당 정태호 당선자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민주당 정태호 당선자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우여곡절 끝에 배지를 달았는데 상황이 엄중하다. 180석의 의미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같이 청와대에 근무했던 윤건영 당선자는 협치 보다는 신속을 강조하는 것 같더라.


“무엇이 우선이냐는 질문은 맞지 않는 것 같다. 180석은 코로나 사태와 경제위기를 극복하라는 국민의 명령이고,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는 당이 선택할 문제다. 기본적으로는 무엇보다도 속도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 예를 들어 긴급재난지원금 같은 경우는 단순히 복지적 차원이 아니라 소비진작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속도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밀어붙일 수는 없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야당과 협치도 잘해야 한다. 야당을 설득하면서 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치력이 필요하다.”


-이번에 선출될 원내대표가 중요한 것 같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닥쳐오는 경제위기를 잘 극복해나갈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다. 당정청 일체감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국회 내에서 타협을 이끌어 국력을 총결집해낼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추진력과 협상력을 갖춘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과연 있을까(웃음).”


-청와대 출신이다보니 당정청 소통에 당선인의 역할이 있을 것 같다. 가교역할을 하겠다고 직접 말도 한 것으로 아는데.


“비공식적 영역에서 당청가교 역할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느 시기보다 당정청 간 일체감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물론 정책적 조율은 이미 당정청 간 시스템화 돼 있다. 다만 제가 청와대에서 국정과제를 총괄했던 자리에 있었고 누구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방향과 내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당내에서 공감대를 넓혀 갈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본다.”


-최근 이해찬 대표가 공식 비공식 가리지 않고 열린우리당 이야기를 많이 한다. 당정청 소통도 비슷한 맥락으로 강조하는 것 같다. 열린우리당 때 청와대에 있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되돌아 보면 두 가지 특징이 있었다. 하나는 지도부가 계속 바뀌었다. 당대표 임기가 불과 6개월 정도였던 것 같고 늘 비대위였다. 두 번째는 당내 아젠다가 하나로 모아지질 않고 말 그대로 백가쟁명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당청 간 일체감도 없었다. 국민들이 볼 때는 152석을 줬는데 규율도 없고 방향도 안보이고 늘 혼란스러운 정당으로만 비춰졌던 것 같다.


성찰해보면 당정청 안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고 실제로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성과가 없으면 민심은 무능하다고 본다. 당시 청와대에서 정무기획비서관을 맡고 있었다. 총선에서 152석으로 국민들이 원내 다수당을 만들어주셨는데 제 값을 못하고 다음 총선에서 쪼그라들었다. 180석이 80석으로 줄 수 있는 게 정치다. 그래서 더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어서 성과를 내야 한다.”


-21대 국회의 화두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21대 국회는 문재인 정부 후반기 2년과 새로 등장할 정권의 초기 2년과 겹쳐있다. 문재인 정부 2년 기간에는 경제위기 극복과 개혁과제에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위기는 적어도 1~2년은 갈 것이라고 본다.


다음 2년은 한국의 현대정치사가 다시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정부 2년 때 개헌이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후반기 2년은 개헌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다. 물론 지금은 경제위기 극복에 전념을 해야 할 때다.”


민주당 정태호 당선자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민주당 정태호 당선자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라는 말까지 나온다. 경제와 사회 전반적으로 대격변이 있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예상을 하고 있나.


“지엽적으로 봤을 때 경제위기가 온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처음 겪기 때문에 어느 강도로 올지 예상하기 힘들지만 금융위기 보다는 심각할 것 같다. 생활상에서도 큰 변화가 올거다. 예를 들면 원격교육의 보편화, 배달문화의 확대 등이다. 현재 플랫폼 노동자가 약 200만 명 정도로 전체 고용의 10% 수준인데 더 늘어날 것이다. 고용의 측면에서 새로운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사회적 관계도 공동체 보다는 개인적 활동이 보편화되는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경제위기와 삶의 방식의 변화가 맞물리기 때문에 국가의 역할도 새롭게 규정해야 할 일이 생길거라 본다. 불확실성이 대단히 높아지는 사회로 가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기업이든 사람이든 결정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게 된다. 이런 상태가 상당한 기간 지속될 것 같다.”


-그런 불확실성 때문에 각국의 거대정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거대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민주당의 180석은 독주와 독재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대한민국의 코로나 사태 대응방식이 세계적 모델이 되고 있다는 점을 볼 필요가 있다. 성공적 모델로 갈 수 있었던 것은 세 가지 요인이 있다고 본다. 첫째는 투명성이다. 모든 것을 감추지 않고 드러냈기 때문에 제대로 방역을 할 수 있었다. 둘째는 시민의식이다. 시민들이 스스로 자가격리하고 정부의 방침에 잘 따라주셨다. 마지막이 높은 기술수준이다. 진단키트의 대량생산과 대규모 진단이 가능했다.


종합하면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여러 가지 일탈적인 행위들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투명성을 전제로 하는 민주적인 정부운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른 나라는 봉쇄령으로 접근했지만 우리는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효율적으로 코로나를 통제했다고 생각한다. 거대국가의 문제는 코로나 극복 모습을 참고하면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선호하는 상임위가 있나.


“일자리 수석의 연장선상에서 계속 일을 하고 싶다. 제가 추진했던 아젠다가 몇 개 있는데 가장 큰 것은 고용문제다. 공공부문에서 늘리는 것도 있지만 민간이 중요하다. 대기업은 한계가 있고 중소기업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의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 동시에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제도화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렇게 보면 기획재정위원회나 산업통상중소벤처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이런 쪽이 제가 갈 수 있는 위원회 같다.”


-1호 법안으로 고민하고 있는 게 있다면.


“임금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보고 싶다. 임금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노사 간 타협 또는 지역에 정부가 과감하게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해외사례를 연구해서 실제 노사민정 간 타협을 촉진하고 지원해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기본법 혹은 특별법이다.


한국 경제의 돌파구는 사회적 대타협에 있다고 본다. 구체적인 모델은 광주형 일자리다. 개인적으로 우리 경제와 고용이 왜곡된 가장 큰 요인을 임금격차라고 보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첫 번째 과제다.”


-마지막으로 지역주민과 국민께 드리고 싶은 말.


“국가적으로 봤을 때 대단히 어려운 시기에 국회의원 됐다. 지금의 경제적 위기를 잘 극복하고 제가 공약했던 관악을 통째로 바꾸겠다는 것을 중요한 화두로 삼고 임기를 시작하겠다.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시고, 늘 주민과 함께하도록 열심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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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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