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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무늬만 극장 개봉작②]왜 '극장 개봉작' 타이틀에 집착하나


입력 2020.05.11 08:53 수정 2020.05.12 05:35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극장 개봉작' 타이틀 얻으면 부가수익 증가

1일 상영 영화 중 80% 이상이 성인물 눈길

최근 IPTV 등을 통한 부가 수익을 위해 ‘극장 개봉작’ 타이틀을 얻으려는 성인물들이 쏟아지고 있다(자료사진). ⓒ 뉴시스 최근 IPTV 등을 통한 부가 수익을 위해 ‘극장 개봉작’ 타이틀을 얻으려는 성인물들이 쏟아지고 있다(자료사진). ⓒ 뉴시스

영화 개봉편수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개봉 자체에 "왜?"라는 의문부호가 붙는 작품들도 적지 않다. 영화제작사도, 감독이나 배우도 낯설지만, 이렇다 할 홍보조차 없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영화 제작 환경이 디지털화되면서 더 많은 작품이 쏟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부 작품은 애초에 영화로서 가치를 인정받기보다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 '극장 개봉작'이란 타이틀을 통해 얻는 부가 수익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풍토를 가장 잘 이용하고 있는 건 성인물들이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017년 10월 영화진흥위원회가 제출한 '최근 5년간 개봉영화 현황'을 토대로 "1일 상영 등 단기간 개봉 영화 편수가 급증하는 이유 인터넷TV(IPTV) 등 디지털 온라인 시장 수익을 주목적으로 하는 영화들이 콘텐츠 가격을 높이기 위해 형식적으로 개봉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라고 지적했다.


자료에 따르면, 단 하루 상영 영화가 전체 개봉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3년 17.5%에서 2017년 상반기 69.3%까지 늘어났다. 특히 1일 상영 영화 중 85.7%인 731편이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였으며 대부분 성인물이었다.


실제로 IPTV 영화 콘텐츠는 영화 개봉여부, 개봉 시기 등에 따라 가격이 차별 책정된다. 심지어 개봉 시기가 한참 지난 작품들조차 '극장 재개봉' 프리미엄이 붙으면 콘텐츠 가격은 1000원대에서 2000원대로 올라간다.


한 IPTV 관계자는 "아무래도 (극장 개봉작) 타이틀이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라며 "대중들은 그것을 통해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양경미 한국영상콘텐츠산업 연구소장도 "등급을 받고 개봉을 하게 되면 작품 판권의 가격이 올라간다"며 "IPTV와 같은 2차 시장에 판매할 때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하루라도 극장에 거는 게 유리하다. 그 자체를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판매 수익을 내기 위한 전략 중 하나"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대중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갈수록 변화하는 환경 속에 높아진 대중들의 시선을 언제까지 '극장 개봉작'이란 문구 하나로 현혹할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일 뿐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이제는 영화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콘텐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라며 "작품성과 재미를 갖추지 못한 작품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극장에서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다고 해서 모든 작품을 '저급한 성인물'로 치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대중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경쟁에서 밀려난 작품 중에는 작품성을 인정받은 독립예술영화들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또 영화계 관행이던 '끼워팔기'로 들여온 작품들도 있다. 한 영화 제작·수입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세일즈사 입장에서는 여러 작품을 팔아야 하고, 수입사 입장에서는 특정 작품을 수입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들은 개봉 시기를 잡는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리다 보니 2~3년이 지나서야 극장에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들을 '극장 개봉작'이란 타이틀을 목표로 한 작품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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