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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샴페인 터뜨리기엔 앞이 너무 캄캄한 시기


입력 2020.05.13 08:30 수정 2020.05.13 09:12        데스크 (desk@dailian.co.kr)

40% 이르는 반대자들에게 예의 아니며 엄중한 코로나 경제 위기 모르는 태도

아부에 면역력 강한 권력자 없어…실패 않도록 자기 자리에서들 최선 다해야

ⓒ청와대 ⓒ청와대

아부(阿附)에 면역력 강한 사람은 없다. 필부(匹夫)도 그렇고 권력자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속이 좁도록 설계돼 있는 창조물이다. 그렇지 않다면 인간이 아니다. 사람마다 그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자기를 나쁘게 얘기한 사람은 절대로 잊지 못하게 되는 법이다. 어떤 식으로든 복수를 하게 돼 있다. 시쳇말로 소심한 복수라도 꼭 한다.


반대로 좋게 얘기한 사람은 방법을 만들어서라도 그 사례를 하고 싶어 한다. 권력의 세계에서는 그러므로 아부는 대가를 바라고 하는 수도 있고, 최소한 보험을 드는 의도로 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요즘 한국의 집권당 주변에서 메아리 치고 있는 이른바 문비어천가(文飛御天歌)는 듣기에 몹시 불편하고 불길하다. 때 이른 축가이고 아부의 합창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3주년을 맞아 고향에서 의원 당선으로 10년 만에 정계에 복귀한 사람이 태종, 세종을 운위하더니 내각의 총책임자라는 이가 '대통령님' 운운하며 과거 주요 치적(그가 평가하는)들을 극존칭을 써 가며 나열했다.


또 새로 원내대표에 오른 친문계라는 다선 의원과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여성 초선 의원, 그밖에 수많은 의원 당선자들이 TV 사극에 나오는, 왕 앞에서 머리 조아리며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라고 읊조리듯 경쟁적으로 영광과 감사의 축원을 올리며 충성을 맹세했다.


일사불란한 건 좋다. 야당이나 무소속처럼 지리멸렬하고 서로 자기 잘났다고 불협화음과 외마디를 지르는 것보다는 단합 면에서 낫다. 그러나 왜 그 일사불란이 하필 아부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가?


우선 지난 4.15 총선에서 그들에게 표를 주지 않은 약 40%(지역과 비례를 합산해서)의 유권자들에게 예의가 아니다. 스포츠나 정치 세계에서 승자가 모든 것을 얻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 겸손해서 득이 되면 됐지 실이 될 수 없다.


또 그래야 패자인 절반 가까운 국민에게 위로가 되고 화합을 이룰 수가 있다. 이들은 문재인정부 3년을, 심하게 말하면, 악몽(惡夢)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에서 인터넷으로 접하는 문 정부의 실정 가운데, 가장 손에 잡히고 피부에 와닿는 이슈 두 가지라고 하면 필자는 탈원전(脫原電)과 조국 시태를 꼽고 싶다. 한 원자력공학과 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수출 포기 기회비용까지 포함해 탈원전 정책의 국가적 손실이 100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또 조국은 어떤가? 그와 그의 부인이 보여준, 소위 진보 인사이기 이전에 나라의 대표적인 지식인들로서의 온갖 위선과 이중적 모습은 그 동안의 수사, 재판, 청문회 등을 통해 다수 국민들이 혀를 내둘러 왔다. 그럼에도 대통령과 집권당은 그를 싸고 돌며 찬반 두 세력이 거리에서 충돌하도록 충동질했었다.


이러고도 태종이고, 그 다음을 이을 것이라고 자신들이 확신하는 이가 세종이 되리라고 보고 있다면 이는 국민을 얕봐도 너무 얕보는 것이며 굉장히 위험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세계는 지금 코로나 이후가 어떻게 될지 캄캄한 암흑 속에 있다. 나라 봉쇄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위해 수천억, 수조 달러를 투입해 일단 먹고는 살게 해놓았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COVID-19 위기가 한 고비를 넘어 경제가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할 것임은 너무나 자명하다.


사실 대위기인 것이다. 대공황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하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샴페인을 이렇게 일찍 터뜨리는 여당 의원들과 당선자들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답답하고 불안하다.


정치에서 성공이란 실패하지 않는 것이다. 최선의 수비가 최선의 공격인 셈이다. 그만큼 나랏일은 쉽지 않고 국민의 마음을 얻기도 어렵다. 지난 3년을 겸허하게 되돌아보고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흔쾌히 수정하고 자기들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만 그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아부의 한마디를 위해 고심하는 대신 국민의 대표자로서 나라를 위해 자기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를 고민해야 할 시기다.


글/정기수 캐나다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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