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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일자리 사라졌는데…정부는 또 ‘숫자 놀음’


입력 2020.05.13 10:53 수정 2020.05.13 10:55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4월 취업자 수 21년 만에 최악…홍남기 “55만개+ɑ 직접 공급”

4년간 일자리 예산만 80조원 육박…"숫자 보다는 질적 개선 시급"


일용직 노동자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에서 일감을 구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건설경기 침체로 일용직 노동자 일자리가 크게 감소했다. ⓒ뉴시스 일용직 노동자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에서 일감을 구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건설경기 침체로 일용직 노동자 일자리가 크게 감소했다. ⓒ뉴시스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 대책이 겉돌고 있다. 지나치게 숫자에 집착한 나머지 질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자리 감소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근본적인 문제보다 숫자 맞추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정부는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감소한 일자리를 해결하기 위해 ‘55만개+ɑ 직접 공급’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과 서비스업종 등을 대상으로 정부 주도로 일자리를 만들어 주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그동안 정부가 일자리에 쏟아 부었던 예산에 비하면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55만개 일자리 창출도 구체적 계획은 빠져 있다. 6월 초 발표 예정인 하반기경제정책방향에 담겠다는 구상이 전부다.


◆예견된 고용충격에도 우왕좌왕하는 정부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1월 20일이다. 115일이 지난 시점에서 주요 산업은 여전히 회복이 더디다. 기업들이 부침을 겪는 상황에서 고용충격은 이미 예견 된 수순이다. 결국 취업자 수 감소는 3월과 4월 급격히 줄어들었다. 2개월 연속 역성장했다.


특히 4월 취업자 수는 충격적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1년 전보다 47만6000명 감소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끝자락인 1999년 초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현재 고용 시장이 외환위기때와 흡사하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56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47만6000명(-1.8%) 줄었다. 1999년 2월(-65만8000명) 이후 21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앞서 3월 취업자는 19만5000명 감소했다. 4월은 2배 이상 감소폭이 커진 셈이다.


은순현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사람들이 외출과 모임을 자제하고 관광객 유입이 급감하면서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며 “숙박 및 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 위주로 취업자가 감소했으며 운수 및 창고업 증가 폭도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고용충격이 본격화되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에서 일자리 ‘55만개+ɑ 직접 고용'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고용시장 충격으로 국민이 겪고 있는 민생 어려움을 조속히 덜어드리도록 모든 정책역량을 총동원해 진력할 방침”이라며 “현재 준비 중인 3차 추경안의 조속한 국회 제출과 확정 후 신속한 집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구상하는 일자리 대책은 구심점이 부족하다. 지표를 보고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구조다. 선제적 대응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상황에 따른 고육책을 남발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방역대책과 별개로 일자리 안정에 나서야 했지만 총선 등과 맞물려 시기를 놓쳤다. 뒤늦게 발표한 직접 일자리는 무너진 자영업과 서비스업을 일으키는데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와 관련 4월 고용동향을 주요내용으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와 관련 4월 고용동향을 주요내용으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정부 주도 일자리 확대는 ‘땜질식 처방’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간(2017년 포함) 일자리 예산은 80조원에 육박한다. 지난 2017~2020년 본예산에 편성된 일자리 예산은 각각 17조원, 19조원, 23조원, 25조5000억원 등 총 61조5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20017~2018년 일자리 추경(14조9000억원)에 일자리 안정자금 3조원까지 포함하면 문 정부 출범이후 4년간 일자리 예산은 79조4000억원이다. 80조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쓰고도 고용시장은 여전히 한파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런 추세라면 문 정부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 일자리 예산은 120조원이 훌쩍 넘을 공산이 크다. 다음달 국회에 제출할 3차 추경에도 일자리 관련 예산만 10조원 수준이다. 내년 예산도 20조원이 넘는 일자리 예산이 배정될 가능성을 본다면 누적 일자리 예산은 100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고용시장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정부주도 일자리’를 꼬집는다. 정부가 공공형 일자리 등을 확대한 것이 오히려 민간 고용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13일 일자리 긴급 대책으로 ‘55만개+ɑ 직접 공급’을 내놓은 것이다. 이미 자영업과 서비스업종이 코로나19로 붕괴된 상황에서 정부 단기대책이 일자리 지속성을 유지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몇년간 이뤄지는 공공투자와 공공일자리 확대가 생산적인 곳에서 세금을 걷어 비생산적인 곳으로 재원을 이전하는 결과를 가져와 경기불황을 장기화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아 재정지출 상당부분이 수입재화에 사용되기 때문에 재정지출이 경기부양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경상수지만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조경엽 경제연구실장은 “재정지출 확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구조조정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경기침체기를 과오·과잉투자를 조정하고 새로운 분야로 진출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이어 “재정지출 확대보다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대하고 규제완화 및 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국내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현재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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