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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피로도는 높아지는데 종목리포트는 매수 일색


입력 2020.05.22 05:00 수정 2020.05.21 21:52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팬데믹 이후 투자의견 매수 비중 77%, 전년도보다 더 높아져

코스피 2000선 회복 시도 속 지표 기업실적 전망 재정립 필요

코스피가 전장 대비 13.56pt(0.68%) 오른 2003.20에 출발한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코스피가 전장 대비 13.56pt(0.68%) 오른 2003.20에 출발한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코스피지수가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2000선 회복을 시도하는 가운데 매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증권사 종목 리포트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본격 악화일로에 접어들고 있는 경제지표와 기업 실적으로 어느 때보다 지수 상승 피로도가 높음에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고집하고 있어서다. 대형 우량주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가치 대비 주가를 냉정하게 반영한 평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44개 증권사가 발간하는 리포트 가운데 투자의견 '매수' 비중이 77.6%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의 77.5% 대비 0.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중립의견은 17.4%에서 18.1%로 0.7%포인트 올랐고, 매도의견은 5.1%에서 4.4%로 내렸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은 5월 8일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 줄어든 BGF리테일의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했다. 21일 마감기준으로 BGF리테일은 당시 목표가인 20만5000원에 4만6500원 가량 모자란 15만8500원이다. 또 신영증권은 지난 14일 역시 1분기 영업익이 39.8% 감소한 넷마블의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올해 1분기 국내 코스피지수는 1457.64~2243.59포인트 선에서 움직였다. 변동성이 컸던 만큼 장세에 따라 투자의견도 유동적이어야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면, 지난해 1분기에는 2025.27~2232.56포인트로 변동이 적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수 일색의 리포트 현황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유지된 셈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13.56포인트(0.68%) 상승한 2003.20으로 장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지 두 달 만에 2000선 복귀다. 코스피 지수가 마지막으로 2000선을 터치한 것은 장중 기준 지난 3월 6일의 2062.57, 종가 기준 같은 날 2040.22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시장전문가들의 의견의 단기 시장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매크로팀장은 "사실 2000은 앞자리가 바뀌는 정도의 의미 있는 상승은 아니고 지금 경제상황이나 기업실적을 봤을 때 지금 당장 신규 매수를 들어가는 것은 기대수익률이 크게 높지 않을 것 같다"며 "2050포인트 정도는 돼야 의미가 있는 수익구간으로 접어들 수 있는데 단기적으로 그런 상승장이 펼쳐지긴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업 실적은 악화됐다. 지난 19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92곳의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9조4772억원으로 전년 동기(28조3100억원)보다 31.2%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11조336억원으로 47.8% 급감했다.


코스닥 상장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944개 코스닥 상장기업의 올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조7636억원, 1조1369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9%, 35.2% 감소한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본격화로 수익성 지표가 악화된 모습이다.


기업들의 시장 인식도 좋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 자금사정에 대해 기업이 인식하고 있는 전망을 지수화한 '자금사정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 4월 66으로 전월의 68 대비 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치던 2008년 12월(6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도 증권사 리포트는 투자의견으로 '매수'만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갑작스러운 증시 변동으로 인해 투자의견에 조정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증시 상황과 기업 경기가 반대로 가고 있는 만큼 무조건적인 매수보다는 중립이나 매도 같은 의견으로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3분기 컨센서스를 높게 책정한 만큼 기업들이 팬데믹을 이겨내고 그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 지가 향후 주가를 단정 지을 수 있는 재료"라며 "장기적으로 낙관적인 상황만을 가정해 매수의견만 개진하는 것이 아닌 업종별, 기업별에 따른 분석을 통해 중립이나 매도와 같은 소신 있는 의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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