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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은 잠시?’ 되풀이된 강정호 솜방망이 징계


입력 2020.05.27 00:01 수정 2020.05.27 08:24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강정호, 음주운전 3회 적발에도 1년 자격 정지

솜방망이 징계로 논란 중심에 떠오른 KBO

KBO의 솜방망이 징계로 강정호 복귀 길이 열렸다. ⓒ 뉴시스 KBO의 솜방망이 징계로 강정호 복귀 길이 열렸다. ⓒ 뉴시스

“비난은 잠시, 기록은 영원하다”는 야구계에 유명한 어록 중 하나다.


80~90년대 명장으로 활약한 김영덕 감독의 발언으로 알려져 있으나 감독 본인이 이와 같은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출처가 불분명한 ‘명언’으로 남아있다.


누가 이와 같은 말을 했든, 누가 지어냈든, 역설적으로 이 말은 희대의 명언으로 오래도록 회자되고 있다. 잘못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상실한 채 개선되지 않는 역사가 되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 메이저리거였던 강정호의 KBO 징계 수위가 발표됐다. 복귀 후 등록 시점부터 1년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제재 부과다.


발표 후 많은 야구 팬들은 징계 수위가 턱없이 낮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공인에 버금가는 야구 선수 신분으로 무려 3번(그중 2번은 KBO리그 소속)이나 음주 운전에 적발된 그에게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팽배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KBO는 여론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고 솜방망이 징계로 스스로 논란의 중심으로 빠져들었다.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다. 야구팬들은 그때마다 ‘제 식구 감싸기’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바뀌는 것은 없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잊힐 것이란 안이한 판단을 하는 것 아닌가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시계를 잠시 2018년으로 되돌려보자. 당시 타율 0.334 44홈런 133타점을 기록한 타자가 있었다. 특히 드넓은 잠실 구장을 홈으로 사용한 선수였기에 무지막지한 장타력은 혀를 내두를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 선수의 엄청난 기록은 팬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불법 금지 약물’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적발 당시 KBO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고, 급기야 대기록이 작성된 그해 MVP 후보로 올려놓았다. 여기에 투표권을 가진 기자단이 동조하면서 희대의 ‘약물 MVP’가 탄생했다.


야구팬들은 강정호의 징계 수위가 낮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뉴시스 야구팬들은 강정호의 징계 수위가 낮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뉴시스

이보다 앞선 1년 전에는 심판의 구단 상대 금전 갈취 사건이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복수 구단이 연루되며 큰 충격을 안겼으나 KBO의 징계는 구단별 벌금 1천만 원이 고작이었다.


이처럼 KBO리그에는 매년 온갖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리그의 근간을 뒤흔들 굵직한 사건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음주운전 적발, 폭력, 도박 등은 애교로 보일 정도다. 하지만 KBO는 그때마다 엄중경고 등의 솜방망이 징계로 팬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이번 강정호의 징계도 마찬가지다. 소급적용 여부와 상관없이 향후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KBO가 단호하게 일벌백계를 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그만큼 강정호의 음주운전 사건은 크나큰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비난은 잠시, 기록은 영원하다’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 팬들도 ‘야구만 잘하면 되는 선수’, ‘야구로 보답하는 선수’를 원치 않는다. 논란의 당사자인 선수가 아무리 그라운드에서 활약할지언정 그가 써내려갈 기록이 무슨 의미가 있고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지 생각해볼 일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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