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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을 위하여


입력 2020.06.23 07:00 수정 2020.06.22 17:19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정은의 건강이 궁금한 우리의 속마음

어느 때 보다 리더십 부재가 위험한 북한

하늘이 준 기회를 놓치느니, 미뤄지기를

평양 남북정상회담 사흘째인 지난 2018년 9월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 남북정상회담 사흘째인 지난 2018년 9월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의 건강이 궁금한 우리의 속마음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대남전단물 살포, 그리고 총참모부 주도의 군사적 조치들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공개담화에서 밝힌 ‘대적사업’의 시리즈다. 아마도 우리 정부의 어떠한 성의 있는 태도가 있을지라도 북한은 김여정의 지시를 차곡차곡 실행에 옮길 것이다.


김여정의 말 한마디에 통일전선부, 외무성뿐 아니라 총참모부도 ‘대적사업’에 열을 올리고, 북한 전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 총궐기하는 모습을 보며, 북한의 행동이 김여정 띄우기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북한의 행동에서 2인자 김여정을 주목하는 우리의 속마음에는 지난 4월11일 이후 70일이 넘도록 겨우 3번밖에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무슨 일 있는 거 아냐’라는 의구심이 깔려 있다.


그리고 이 의구심을 쉽게 머릿속에서 떨치지 못하는 이유는 민족의 골칫거리인 북한 핵 문제와 어려워지고 있는 남북관계가 북한 급변사태로 새로운 해결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어렴풋한 희망 때문이다.


어느 때 보다 리더십 부재가 위험한 북한


만약 현상태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여러 가지 이유로 통치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어느 때 보다 북한은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위원장이 당, 정, 군에 너무도 많은 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2012년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초기 5년 동안 140여 명의 고위간부가 처형당했다. 지금이야 철권통치로 불만이 있어서도 숨죽여 있지만 언제 그 불만이 폭발할지 알 수 없다. 게다가 북한 주민들의 불만도 누적되고 있다. 두 번의 미북 정상회담(판문점까지 회동을 합치면 세 번)이 이뤄지고도 북한 주민들의 삶에는 변화가 없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국경에 폐쇄되면서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악몽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번 고생은 몰라서 겪는다손 치더라도, 두 번째 고생이 찾아오면 더욱 절망하는 법 아닌가. 혁명은 절대빈곤 때문이 아니라 심리적 박탈감(frustration) 때문이라고 사무엘 헌팅턴 교수는 이미 밝힌 바 있다.


반면에 김정은 후계 구도는 어느 때 보다 취약하다. 김정은과 리설주 사이에는 세 명의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식적으로 2009년에 리설주와 결혼했으니 첫째 아이가 10살이 넘기 어렵다. 첫째가 아들이라 하더라도 아버지를 이어받기에는 너무 어리다.


그나마 믿고 맡길 만한 혈육은 여동생 김여정일 텐데 체제 안전에 핵심 기제인 군을 모른다. 그러니 현재 상황에서 김정은의 부재는 앞선 두 번의 북한 리더십의 교체보다 훨씬 파괴력이 클 것이다. 그런 만큼 김정은의 급작스러운 부재는 급변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봐야 한다.


하늘이 준 기회를 놓치느니, 미뤄지기를


북한의 급변사태는 이것이 우리에게는 평화 통일의 기회로 활용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한다면 우리에게 재앙일 뿐이다. 국내적 대비태세는 차치하고, 핵심적인 외교적인 과제만을 살펴보더라도 간단치 않다.


가장 우선적 과제는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확실한 보증자로서 미국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 출범 초기부터 북한 문제에 대해 엇박자만 낸 한미관계에서 미국의 진심 어린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까. 특히 동맹 관계까지도 경제적 이익으로만 계산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생각하면 더욱 확신이 서질 않는다.


미국만 문제가 아니다. 중국이 발목 잡지 않도록 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일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우려 사항을 불식시켜 내야 한다. 급변사태시 대량난민 발생문제, 통일한국 핵처리 문제, 백두산 간도 등 국경문제, 주한미군의 중국 국경지대 주둔 문제 등에 대해서도 사전에 논의가 필요하다.


중국은 물론 북한 급변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와 공식적으로 논의하기를 거부할 것이다. 북한에게는 배신과 같은 행동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를 뚫고서라도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한반도의 역사적 상황을 준비해야 할 텐데, 정부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하늘이 주는 기회를 놓칠 것 같으면, 차라리 이 기회가 미뤄지길 바라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이 조금 더 버텨주었으면 한다.


ⓒ

글/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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