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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보기 정치④] 그린벨트…당정청의 '역대급' 오락가락에 집값만 들썩


입력 2020.07.27 04:00 수정 2020.07.26 22:25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반나절마다 입장 바꾼 당정청

당정이 운 띄우고 여론 살핀 뒤 청와대가 정리

"부동산 대책 안 통하니 말폭탄 돌리기 하나"

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그린벨트 보전 발표에 대한 시민사회 기자회견에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그린벨트 보전 발표에 대한 시민사회 기자회견에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부동산 대책으로 최근 급부상했던 그린벨트 해제 논의가 약 일주일간 군불만 때다 없던 일로 종지부를 찍었다.


정부와 여당이 말을 꺼냈다 여론이 악화하자 대통령이 이를 주워담은, 전형적인 '간보기 정치'라는 평가를 남겼다.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한 것은 정부 쪽이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MBC에 출연해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고 말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6·17 대책과 7·10 대책 등 연이은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가라앉기는커녕 비판의 목소리만 커지는 상황에서 야당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이며 나온 제안이었다.


문제는 이후 당정청의 주요 인사들이 이 문제를 두고 엇갈린 말들을 쏟아낸 것이었다.


홍 부총리의 발언 직후인 다음날 오전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정부 차원에서 아직 검토하지 않았고, 서울시와도 협의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며 홍 부총리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린벨트 해제 자체에 대해서도 "그린벨트는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목적도 있지만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같은날 오전 국회 국토교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그런 것(그린벨트 해제)까지 포함해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서 범정부적으로 논의하게 된다"며 박 차관과 상충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자 박 차관은 그날 오후 "실무기획단에서 활용 가능성을 논의하겠다"고 반나절 만에 말을 바꿨다.


이후 17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KBS 라디오에서 "당정이 이미 의견을 정리했다. 모든 정책 수단을 메뉴판 위에 올려놓지만 그것을 하느냐 마느냐는 또 다른 판단의 문제"라며 그린벨트 해제를 시사했다.


그러나 18일과 19일에는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정세균 국무총리, 여권의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나서서 그린벨트 해제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추 장관은 "한정된 자원인 땅에 더이상 돈이 몰리게 해서는 국가 비전도 경쟁력도 다 놓친다.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을 전국의 돈이 몰리는 투기판으로 가게 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고, 정 총리는 "한 번 훼손하면 복원이 안 된다"며 신중론을 펼쳤다.이 지사도 "서울 핵심요지 그린벨트를 통한 주택공급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자 드디어 침묵을 지키던 청와대가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정 총리와의 주례 회동에서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 나가야 한다"고 결정했다.


당정청이 그야말로 '오락가락'한 일주일이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이들이 '정책 간보기'를 하는 동안 집값만 한 차례 더 들썩이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해제 예상 지역으로 검토되는 강남구 세곡동 등지에 시세 차익을 노린 매입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은 이와 관련 "22번의부동산 대책으로도 통하지 않으니 정부 여당의 말폭탄 돌리기가 시작됐다"며 "너나 할 것 없이 당정청 고위 공직자들이 앞다퉈 그린벨트를 거론하는 통에 호가만 잔뜩 올려놓았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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