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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수사’ 리더 한동훈이 당하는 ‘진보 5공’ 시대의 정치공작


입력 2020.07.27 09:30 수정 2020.07.27 08:16        데스크 (desk@dailian.co.kr)

군사정권 시절 재야인사의 최후진술 연상

정치공작은 정권 수명 단축시키는 레시피

한동훈 검사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차량을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한동훈 검사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차량을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권력이 반대하는 수사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30~40년 전 신문을 보는 줄 알았다. 소위 ‘검언유착’ 사건의 검(檢)측 당사자인 검사장 한동훈(법무부장관 추미애에 의해 대검 -> 부산고검 ->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2차례 좌천)이 수사심의위에 출석해 한 말은 3공과 5공시절 흰 죄수복을 입고 최후진술을 하던 유명 재야인사의 그것을 연상시켰다.


한동훈이 누구인가? 현대고-서울법대 출신에 대학 재학 중이던 22세에 사법시험을 통과한 소년급제(少年及第, 원래는 19세 이전에 과거시험에 붙는 것)에 이어 미국 컬럼비아 로스쿨 수료 후 뉴욕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현 대한민국 검찰의 엘리트 중 엘리트이다.


그리고 서울지검(현재 자신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의 전신)부터 시작해 검찰 요직을 두루 거치며 승승장구, 문재인 정부의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와 대검 반부패 강력부장으로 전 대통령 이명박, 박근혜와 전 대법원장 양승태를 구속시킨 이른바 적폐(積弊) 수사라는 정권교체 후 정치보복 작업을 이끈 인물이다.


정권 초반에 충성을 다한 검사가 정권 후반 들어 왜 역신(逆臣)으로 몰려 저런 ‘최후진술’을 하게 됐는지 한편의 사극을 보는 것 같다. 그는 “심의위가 저에 대한 불기소를 검찰에 권고하더라도 법무장관(추미애)과 중앙수사팀(작년부터 친정부 검사들로 채워져 총장 윤석열과 대립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의 형사1부)이 저를 구속하거나 기소하려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비장한 각오를 피력했다.


“그럼에도, 제가 위원님들께 호소 드리는 것은, 지금 이 광풍의 2020년 7월을, 나중에 되돌아 볼 때, 적어도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 중 한 곳만은 상식과 정의의 편에 서 있었다는 선명한 기록을 역사 속에 남겨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그래주시기만 한다면, 저는 억울하게 감옥에 가거나, 공직에서 쫓겨나더라도, 끝까지 담담하게 이겨내겠습니다.”


한동훈 사건의 본질은 정권과 친정부 언론이 주장하는 ‘검언유착(檢言癒着)’이 아니라 ‘권언유착(權言癒着)’, 즉 권력과 언론이 짜고 눈엣가시를 제거하기 위해 시도한 정치공작(政治工作)이었음이 두 공영방송의 터뜨리기와 중간 과정의 오보, 피의자 측의 반론적 녹취록 공개, 그리고 최종적으로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의 한동훈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 결정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니까 사실은, 절대 이뤄지지 않겠지만, 이번 수사는 권언유착 사건으로 전환돼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뽑은 윤석열과 그의 추진력의 원천이자 집행 능력의 축인 한동훈을 몰아내려고 한 공작 세력을 검찰이 조사, 그 전모를 밝혀내고 국민 앞에 사죄토록 해야 할 것이다.


그 공작 핵심으로 주목된 이들은 법무장관 추미애, 지난번 윤석열과의 대치 국면에서 법무부 문건 유출 의혹이 일어 사실상 추미애를 조종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 받았고,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 재직 당시 조국 딸에게 허위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줘 윤석열의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았던 열린민주당 대표 최강욱,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으로 ‘검찰개혁’을 열렬히 주장해 조국에 의해 법무부 인권국장이 잠시 됐던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황희석 등이다.


윤석열 축출에 장관직을 걸고 있는 추미애는 오보가 된 사건을 ‘검언유착’으로 일찍이 단정 지었다. 그녀는 페이스북에 “문제는 검언유착이다. 검언이 처음에 합세해 유시민 개인을 저격했다”라고 썼다. 그리고 자신의 심복 지검장 이성윤의 서울중앙지검에서 한동훈을 수사하도록 밀어붙였다. 법무부 역사상 15년 만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산사(山寺)로 휴가가 윤석열과 대치하며 세상을 시끄럽게 한 바로 그 일이다.


권언유착이 된 검언유착 사건이란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던 종합편성 케이블 채널A 이동재 전 기자(구속)가 한동훈과 공모해 이철(55·수감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편지 등으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 의혹을 제보하라고 요구했는지가 핵심이다.


최강욱이 녹취록을 조작하기도 했지만, 한동훈의 유시민 관련 촌평은 공모라는 말을 쓰기가 무색해지는 일언지하(一言之下) 거절이다. 그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관심 없어. 그 사람 밑천 드러난 지 오래됐잖아. 그 1년 전 이맘때쯤과 지금의 유시민의 위상이나 말의 무게를 비교해봐.”


이렇게 관심 없는 사람을 엮어내기 위해 사건을 처음 방송에 제보한 이철 전 대표의 대리인 지 모라는 사람이 최강욱과 황희석을 언급하며 “작전에 들어간다”라고 말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그래서 이들이 작전(정치공작)을 짠 것으로 보는 게 두 사람의 윤석열 검찰과의 적대적 관계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추론이며 추미애가 장관의 파워를 동원해 한동훈, 나아가 윤석열 제거를 위해 그 작전의 사령관 역할을 자임했다고 보는 것이다.


더욱이 대통령 문재인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자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호언한 최강욱에게 검찰개혁을 위해 큰 역할을 해달라며 무한 신임을 보여 주기도 했다. 이 모든 정황이 이번 사건은 정권과 행동대 정치인, 어용(御用) 매체, 일부 친정부 검사 등 집권세력이 한 팀이 돼 벌인 정치공작이란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한동훈은 문재인 정부보다는 추미애 개인과 악연(惡緣)이 큰 것으로도 보인다. 그가 그녀에 대해 특히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말이 권언유착 사건 기자의 녹취록에 의해 공개됐다.


“아니, 일개 장관이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를 포샵질을 하고 앉아있어. 국민의 알 권리가 나중에 알아도 될 권리야? 로또도 나중에 알고 먼저 아는 게 차이가 얼마나 큰 건데. 당연히 알 권리에 핵심은 언제 아느냐야. 국민은 나중에 알아도 된다는 뜻은, 우리만 먼저 알겠다는 뜻이라고.”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관련 공소장 비공개 결정에 대해)


그는 이 발언 공개로 어쩌면 추미애 심복들에 의해 구속, 기소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일종의 사전 배심원제인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하고 자기들 하고 싶은(하려고 한) 대로 결국 했다는 국민적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며 이 나라가 진보 민주 정권이 아니라 ‘진보5공’ 독재 정권이라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팽배(彭排)해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민심은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으로 휘발성이 매우 높은 상태이다. 문재인 정부는 목적이 야비한 정치공작 기도와 강행은 정권 수명을 단축시키는 최선의 레시피(Recipe, 요리법 비결)라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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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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