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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가마니 전략'…의외로 효과 만점?


입력 2020.08.10 04:00 수정 2020.08.10 07:04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집권세력 실정 따른 반사이득…'볼륨 업' 자제

스스로 내실 키워야 선거 때 평가받을 수 있어

8월 결산국회 집중하며 당명 등 재정비할 듯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금, 이 나라에 무슨 일이'라는 물음이 담긴 배경을 뒤로 한 채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금, 이 나라에 무슨 일이'라는 물음이 담긴 배경을 뒤로 한 채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청와대·정부·여당의 실정으로 여야 정당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접어들었지만,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볼륨을 낮춘 채 '로우-키'로 가고 있다. '가마니(가만히) 전략'이 의외로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통합당은 지난 4일 임시국회 폐회 이후 집권 세력의 부동산·검찰 관련 실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지도부 차원의 '십자포화'를 자제하고 있다. 6일 비상대책위원회의도 비공개로 진행했으며, 금·토·일 사흘간은 당 차원의 공식 일정 없이 보냈다.


특히 정당 지지율과 관련한 질문에는 극도로 말을 삼가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지지율을 많이 따라갔다는 말이 독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경계심을 갖게 된다"고 토로했다. 주 원내대표도 대여 공세보다는 경기 이천과 충북 충주·단양을 돌며 수해 복구 봉사활동을 하는 등 현장에서의 민생정치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가마니 전략'의 배경에는 현재 국면이 부동산 정책파탄과 검찰 인사 폭거,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등으로 집권 세력이 스스로의 지지율을 까먹는 상황이기 때문에, 반사적 이득을 보고 있는 통합당이 '제 세상 만난 듯'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전략·전술적으로 현명하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통합당 핵심 당직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의 지지율 상승 현상과 관련해 "국민들은 '통합당이 정신 차리려나' 보고 있다. 방심하면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라며, 내년 4·7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가리켜 "겨울을 나려면 아직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 '조국 사태'로 온 나라가 들끓고 10·3 개천절 집회 때는 백만 시민이 광화문부터 서울역까지 도심을 꽉 채웠는데도, 겨울을 난 뒤 치러진 올해 4월 총선에서는 통합당이 참패했다. 스스로 내실을 키우지 않고 집권 세력의 실정에 기대는 반사 이익은 선거 때까지 유지될 수 없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3~4일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월세가 전세보다 낫다'며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을 공격한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에 국민 압도적 다수가 "잘못된 주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안 박진희 그래픽디자이너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3~4일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월세가 전세보다 낫다'며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을 공격한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에 국민 압도적 다수가 "잘못된 주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안 박진희 그래픽디자이너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부동산 임시국회' 때 5분 자유발언으로 인기를 얻은 윤희숙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것도 신중하지 못하다는 반응이 통합당 안팎에서 나온다.


통합당 관계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미니 대선'이라 불릴 정도로 판이 커진 상황인데, 초선 의원을 그런 선거판의 후보로 거론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냉정히 말해 '윤희숙 신드롬'은 윤준병 의원의 '월세가 전세보다 낫다'는 등의 발언으로 민주당이 자멸하며 커졌던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본지가 지난 3~4일 알앤써치에 의뢰해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월세가 전세보다 낫다'는 민주당 일각의 주장에 국민 61.6%가 "잘못된 주장"이라며 거부 반응을 보였다. 현 정권의 부동산·검찰 정책도 국민 57.1%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바라봤다.


이처럼 민주당의 자초위난(自招危難)과 같은 국면이기 때문에, 통합당은 반사적 이득에 고무돼 정치공세를 하기보다는 '로우-키'를 유지하며 8월 결산 임시국회에서 사실에 기반한 대여 비판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또, 집권 세력이 혼란에 빠진 틈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취임 100일이 되는 내달 3일 이전까지 당명·당색·로고 등을 변경하며 내부 재정비를 통해 내실을 기하겠다는 계획이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장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지금 이 상황은 통합당이 잘해서 지지율이 올라가거나, 통합당이 민주당을 잘 공격해서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진 상황은 아니다"라며 "자칫 '민주당 정권 몰락'이라며 마구 공격하다가는 정권 지지층의 위기감을 고조시켜 결집을 시켜줄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미증유의 수해에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든지 공영방송의 재난 보도 외면, 추미애 법무장관의 검찰 인사 등에서 민심의 임계점이 다가올 수 있다"라며 "통합당은 상황을 주도하려 할 게 아니라 민심을 뒤따라가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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