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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입법, 국회의 미래 아니다"…국회미래硏, 與 '일하는 국회' 주장에 제동


입력 2020.10.15 13:49 수정 2020.10.15 13:49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법안 통과 쉽게 하려는 근시안적 접근 우려"

"20대 국회 발의 법안, 13대의 40배로 폭증"

"심사시간은 계속 줄어 1건당 평균 13분 불과"

"주어진 조건에서 심사의 질 높이는 노력해야"

지난 6월 16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상임위원장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김태년 원내대표와 윤호중 법사위원장 등이 인사를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6월 16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상임위원장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김태년 원내대표와 윤호중 법사위원장 등이 인사를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하는 등 입법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은 소위 '일하는 국회법'을 1호 당론으로 제출한 상황에서, 이를 반박하는 연구 내용이 발표됐다. 우리나라 국회의 입법 활동을 양적인 측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내실 있는 발의 및 심사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게 요지다.


국회미래연구원은 14일 '더 많은 입법이 우리 국회의 미래가 될 수 있는가'(박상훈 초빙연구위원)를 발간하고 "법안 통과를 손쉽게 달성하려는 근시안적 접근이나 입법 기술만 일반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대 국회에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2만3047개로, 13대 국회의 570건보다 약 40배 폭증했다. 이는 프랑스의 22배, 독일의 60배, 영국의 90배 수준이다. 우리 인구의 7배가 되는 미국에 비해서도 2배가 되고, 일본보다는 60배가 넘는다. 가결·반영된 법안의 건수를 비교해보더라도 다른 나라들의 최소 21배(미국)에서 최대 172배(영국)에 달한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어느 한 의원이 하루 4시간씩 1년 300일 동안 동료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한 건당 15분 정도 읽고 검토한다고 할 때, 그것만으로도 5년이 걸릴 정도의 분량"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법안 발의 남발 경향은 21대 국회 들어서 더욱 심화하고 있다. 20대 국회와 21대 국회의 첫 4개월을 비교해보면, 20대 국회 2376건에서 21대 국회 3928건으로 1.7배 증가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21대 국회의 법안 발의는 4만 건 넘어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법안 발의 건수가 늘어나면서 소위에 상정된 법안의 심사 시간이 계속 줄어들면서 '부실 검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0대 국회를 기준으로,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법안을 심사하는 데 들인 시간은 1건당 평균 13분에 불과했다. 17대 국회 23분, 18대 국회 19분, 19대 국회 18분에 이어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공동발의 인원도 13대 국회 평균 73.2명에서 20대 국회에선 12.5명으로 줄었다. 공동발의 인원을 늘려 법안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노력이 그만큼 사라졌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고서는 "과도한 발의와 빈번한 법안 제·개정은 법안 심사와 토론, 조정 등 국회의 입법 기능 자체에도 심각한 과부하를 낳고 있음은 물론, 사회 대표와 사회 통합 기능, 예결산과 행정부 견제 기능 등 국회가 해야 할 다른 역할도 어렵게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회의원이 범죄사건의 대상자로 고소·고발된 현황을 보면, 2017년에 133명이던 것이 2018년에는 1,344명으로 대폭 늘었다"며 "법안 접수와 통과가 급증하면서 여야 정당 사이의 갈등과 양극화가 심화하고, 이는 의원들 사이에서 정치적 해결보다 고소, 고발에 의존하는 경향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문제로 여야가 충돌을 일으키면서 여야 의원 100명 이상이 무더기로 고발된 것이 최근 사례에 해당한다.


박상훈 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의사 절차를 바꾸고 강제해 더 많은 법안을 발의하고 더 많은 법률을 만들게 하기보다는, 주어진 조건에서 심사와 토론의 질, 조정과 협의의 노력을 더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며 "법안이 무책임하게 남발되지 않게 하는 환경의 조성이 먼저 이루어져야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나 절차의 강화도 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 7월 당론 1호 법안으로 제출한 '일하는 국회법'에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상시국회 체제 제도화 △국회의장 산하 윤리조사위원회 신설 및 윤리특위 의결건 본회의 자동부의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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