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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수 캐스터의 헤드셋] ‘왜’ 라는 의문을 넘어 ‘또’라는...


입력 2020.10.18 14:38 수정 2020.10.18 14:41        데스크 (desk@dailian.co.kr)

키움 히어로즈에서 자진사퇴한 손혁 전 감독(오른쪽). ⓒ 뉴시스 키움 히어로즈에서 자진사퇴한 손혁 전 감독(오른쪽). ⓒ 뉴시스

‘대체 왜?’ ‘꼭 그렇게 했어야 했나??’


살면서 어떤 결과나, 좀처럼 이해할 수 없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와 같은 질문이나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 8일 키움 히어로즈 손혁 감독의 ‘성적 부진’으로 인한 자진 사퇴의사 소식을 듣고 많은 야구팬들은 갸우뚱했다. 사퇴발표 전인 7일까지 키움은 KBO리그 3위(73승 1무 58패)를 달리고 있었다.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키움의 가을야구 진출 확률은 매우 컸다.


10개팀 중 3위인 팀의 감독이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를 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발표이기에 하나같이 ‘대체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손혁 감독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원론적인 말만하며 “기대만큼 성적을 올리지 못해 죄송하다. 기대가 많았을 팬과 선수들에게 죄송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 채 감독직을 내려놓아 팬들의 ‘왜?’라는 궁금증은 더욱 증폭됐다.


‘왜?’라는 궁금증을 넘어 ‘(히어로즈가)또?’라는 반응도 많았다. 그 이유는 손혁 감독의 전임 장정석 감독이 재임 3년 동안 준플레이오프 1회 진출, 2019시즌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승리에 이어 한국시리즈 진출했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재계약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을 경험한 키움팬들이 손혁 감독 자진사퇴에 ‘왜?’라는 의문을 넘어 ‘또??’ 라는 의문을 갖기에 충분했다.


물론 프로야구 역사를 모두 들여다봐도 임기를 온전히 채운 감독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혁 감독의 사퇴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고도 경질된 감독이 많으니 말이다.


지난 2013년 정규시즌 4위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3승1패 이후 내리 3연패 당하며 준우승에 만족한 두산 김진욱 감독에게 날아온 것은 ‘FIRE!!!’. 2010년 삼성 선동열 감독도 한국시리즈에서 SK에 내리 4연패로 준우승에 머무르며 ‘FIRE!!!’. 2002년 김성근 감독도 정규시즌 4위였던 LG를 한국시리즈까지 이끌었지만 준우승에 그치면서 ‘FIRE!!!’.


손혁 전 감독. ⓒ 뉴시스 손혁 전 감독. ⓒ 뉴시스

그러나 손혁 감독은 감독 첫 해다. 포스트시즌을 눈앞에 둔 시점에 3위팀 감독이었기에 더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감독의 선임권한은 분명 구단에 있음에 틀림없다.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하면 비록 성적이 조금 좋지 못하더라도 감독에게 시간적 여유를 줄 수 있다. 그와 반대로 구단이 설정한 방향성과 맞지 않다면 성적이 좋아도 경질이 가능하리라.


그러나 감독 선임과 그 자리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평가의 잣대는 성적이라는 부분에 크게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기에 더더욱 손혁 감독의 자진사퇴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많은 이들의 동의도 얻지 못했으며, 납득하기도 어렵고, 적당한 명분도 찾아보기 어려운 자진사퇴 발표이기에 그럴 수 있다는 이해보다는 많은 궁금증과 의아함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일이 아닐까. 야구팬이라면 과연 누가 성적부진에 따른 자진사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러기에 많은 이들은 더더욱 왜?를 넘어 또?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LG 류중일 감독은 “허 참 내...저 밑에 있는 감독은 어쩌란 말이고?” 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은 “누군가는 야구감독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 감독 해임시킨 사람이 감독을 해야”한다며 불편함을 표현했다.


구단의 의사결정 과정과 내부에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모든 일을 팬에게 알릴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야구는, 야구단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님을 명심하기 바란다. 구단의 대표이사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구단과 지도자, 선수 그리고 팬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우리 모두의 공공재임을 인식했으면 한다.


살다보면 누구나 실수도 하고, 사고도 치고, 사건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횟수가 잦아지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다분히 고의적이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한 개인이나 집단이 되고 만다. 왜??라는 질문을 받을 수 있지만 또?라는 반응을 낳는다면 분명 자신의 잘못이다.


누구나 꼭 한번 하고 싶은 일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함정의 함장 그리고 프로야구단의 감독이라 말한다. 그런데 이런 모습의 헤어짐이라면 꼭 하고 싶은 3가지 직업에서 프로야구단 감독은 빠지지 않을까. 만남도 중요하지만 헤어짐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는 가을이다.


ⓒ

글/임용수 캐스터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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