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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옵티머스 특검 관철 어쩌나…국민의힘, 깊은 고심


입력 2020.10.21 00:00 수정 2020.10.21 05:57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주호영 "공수처 발족하고 특검도 같이 하자"

독소조항을 뺀 공수처와 '원샷 딜' 공식 제안

원내 소수당의 무기는 '국민적 분노' 뿐인데

라임·옵티머스 사태 폭발력 그에 못미쳐 고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공수처 출범과의 '딜'을 통해 특검을 관철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원내 소수 의석으로 특검을 관철할 뾰족한 수단이 없는 가운데, 국민적 분노도 집권 세력을 압박할 수위까지 차오르지 않은 상황이라 고심 끝에 내놓은 '카드'로 보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원내대표단회의에서 "이 기회에 공수처도 발족시키고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대한 특검도 하고, 청와대 특별감찰관도 모두 같이 지명하도록 하자"라며 "치명적인 독소조항들을 개정하고 (라임·옵티머스 특검과) 동시에 (공수처를) 출범할 것을 공식 제안한다"고 밝혔다.


기소권·강제이첩권·재정신청권의 '3대 독소조항'을 제거한 공수처를 라임·옵티머스 사태 특검과 연계해 '원샷 처리' 하자고 제안을 넣은 것이다.


이같은 '딜' 제안에는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의 고민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소수당이 원내에서 특정한 사안을 관철하려면 압도적인 국민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다수당을 압박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그만한 폭발력과 파괴력이 따라주지 않고 있어 고민인 것이다.


금융사건, 사실관계 복잡하고 직관적이지 못해
07' 대선 'BBK 주가조작 의혹' 표심 영향 안 줘
'조국 사태'도 표창장 위조·입시 의혹에 '폭발'
"코링크 사모펀드 뿐이라면 조국 지금도 장관"


지난해 10월 3일 개천절 오후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문재인정권 규탄 및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해 10월 3일 개천절 오후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문재인정권 규탄 및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금융 사건은 속성상 정치쟁점화가 어렵다. 구조가 복잡할 뿐더러 국민들에게 직관적으로 와닿는 사안도 아니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 직전에 이른바 'BBK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후보는 유세나 TV토론 때마다 다른 말은 않고 BBK 의혹만 물고 늘어졌다. 김경준 BBK 대표가 전격 귀국하고, 이른바 '광운대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BBK 의혹'은 대선 직전 정점으로 치달았으나, 정작 대선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싱겁게 압승했다.


당시 대선에 관여했던 인사는 "아마 당시 정동영 후보의 일반 지지자들조차도 'BBK라는 것을 만들어서 이명박이 뭘 해먹었나보다' 이상의 인식은 없었을 것"이라며 "금융 사건이라는 게 지지층을 흔들어 이탈시키고 중도층을 동요케 할 정도로 간명하지가 않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나라를 뒤흔들었던 '조국 사태'도 마찬가지다.


'조국 사태'의 첫 출발점은 사모펀드 의혹이었다. 법무장관 후보자 지명이 이뤄지자 언론이 검증에 나서는 과정에서 코링크PE 투자 약정 문제와 '블루펀드'의 '가족펀드' 의혹이 불거졌다. 나아가 이 펀드의 스마트가로등 및 서울 공공와이파이 사업과 부적절하게 연결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정작 '조국 사태'를 폭발시킨 것은 배우자와 딸이 연루된 부산대 의전원 부정입학 의혹이었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의혹은 국민들이 사실관계를 한 번만 들어도 직관적으로 와닿는 사안"이라며 "이 의혹이 불거지면서 비로소 '조국 사태'의 동력이 생겨, 지난해 10월 3일에 수십만 명이 광장에 모일 수 있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원내 소수당이라는 한계가 있는데도 대통령이 이미 임명 강행까지 했던 국무위원을 끌어내릴 수 있었던 것은 간명한 사안이 갖는 폭발력"이라며 "만약 '조국 사태' 의혹이 코링크PE 사모펀드 의혹 뿐이었다면 조국이 지금까지도 법무장관이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처럼 서민 피해 양산되거나
'이용호 게이트'처럼 대통령 아들 나와야 폭발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아직까지 그 수준 아냐
법무부·대검 충돌로 전환되며 추동력 더 잃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월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면담을 위해 각각 법무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월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면담을 위해 각각 법무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치권에 오래 몸담은 한 인사는 금융 사건이 정치적 폭발력을 가질 수 있는 요건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피해 계층이 광범위하며 지역 등 다른 민감한 정치적 요소가 포함됐을 경우와 △대통령의 직계·방계혈족이 직접 연루됐을 경우가 그것이다.


전자의 예가 2011년 정치권을 뒤흔들었던 부산저축은행 사태다.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이 부실로 영업정지되면서 지역에서 수많은 서민 피해자가 양산됐다. 게다가 해당 저축은행의 고위 임원진을 특정 지역 학맥이 독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역감정 요소가 더해져 큰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후자의 예는 2001년의 '이용호 게이트'다. 이용호 G&G그룹 회장의 주가조작·횡령 의혹 사건이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차남 홍업 씨에게로 연결되면서 순식간에 폭발했다.


이 인사는 "사모펀드는 소수 자산가 위주로 자본을 출자받는 것이라 저축은행 사태처럼 서민 피해자 양산으로 사태를 굴려가기가 어렵다"라며 "지금까지 폭로된 옵티머스 관련 여권 인사들도 권력 핵심이나 실세라고 보기 어려워 사안의 폭발성이 낮고 추동력이 약하다"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성격까지 변해가고 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서신'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이 사태는 여권 인사의 연루 의혹이 있는 금융사기 사건에서 법무부와 대검찰청 간의 충돌 사건으로 양상이 변했다.


이 양상은 새롭지 않다. 정치권 관계자는 "법무부와 대검의 충돌은 서로 부르는 용어조차 '검찰장악'과 '검찰개혁'으로 다를 정도로 이미 진영 논리가 확고히 자리잡은 영역"이라며 "사안이 이렇게 변질되면 현 정권의 지지층을 이탈하게 하거나, 중도층을 동요하게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바라봤다.


"특검 관철할 힘은 국민의 분노 밖에 없다"는데
분노가 압박 수위 안된다면 '딜'을 넣는 수밖에
'조기 전대론' 나오는 등 당내 분위기도 어수선
특검 맡기고 민생현안 전환·재보선 준비 복안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추석 명절 마지막날인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특검은 국회에서 표결로 이뤄지기 때문에 여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어렵다"라며 "이를 관철할 힘은 국민의 분노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 분노'가 원내 다수당인 집권여당을 압박해 사안을 관철할 정도로 모이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압박이 되지 않는다면 차선책은 '딜'일 수밖에 없다. 결국 고심 끝에 나온 '카드'가 공수처 설치와 라임·옵티머스 특검 등을 일거에 처리하는 '원샷 딜'로 보인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정치적 파괴력이 낮아 정치권에서 더 이상 끌고가기 어렵다면 서둘러 특검에 맡기고, 정당은 민생 현안으로 전환해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솔직히 지역구에 내려가보면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관심을 갖고 얘기를 걸어오는 시민이 없다"라며 "지난해 '조국 사태'나 올해 추미애 장관 아들 군복무 특혜 의혹, 해수부 공무원 피살·소훼 참사에 비해 확연히 관심도가 낮다"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시민들은 오히려 부동산 전세대란과 백신대란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한계에 다다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원성도 높다"라며 "민생경제 현안에 집중하며 내년 4·7 보궐선거 준비에 총력을 기하지 않으면, 자칫 지난해 10월에 백만 명을 모아 조국을 끌어내리고 정작 총선은 참패한 전철을 되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내부의 분위기도 소란스럽다. 내년 4·7 서울시장·부산시장 후보 문제를 둘러싸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종인 리더십'의 위기 국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 5선 중진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비대위의 한계를 많은 국민과 당원들이 절감하고 있다"라며 "비대위를 여기서 끝내고 전당대회를 통해 대안정당으로 거듭날 토대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조 의원은 모든 당원들의 '총궐기'를 주문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기 전당대회' 제안은 지도체제의 리더십 위기가 심화됐을 때 나오는 신호라 우려스럽다"라며 "주호영 원내대표의 '원샷 딜'은 이러한 당 안팎의 여러 상황과 역량을 고려해 깊은 고민 끝에 내놓은 '카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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