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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상처 입더라도'…권력, 윤석열 '찍어내기' 돌입하나


입력 2020.10.31 09:00 수정 2020.10.31 08:31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정무수석, 지상파서 검찰총장 공개 비난 '이례'

"정무수석은 대통령의 분신…찍어내겠다는 것"

국감 계기 '식물 총장' 전략 파기…'축출' 선택

"검사들 뭉치기 시작…정권, 尹 축출은 불가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찍어서 감찰을 지시한데 이어,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상파 방송에 등장해 비난을 가했다. 현 정권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찍어내는' 수순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친문(친문재인) 권력 집단의 최근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다.


최재성 정무수석은 지난 28일 KBS 뉴스9에 출연해 "윤석열 총장이 수사지휘권 발동을 30분만에 수용했는데, 국감에 나와서 불법이라고 해버렸다"라며 "윤 총장이 냉철하지 못했다. 더 냉철하게 했어야 되지 않느냐"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윤석열 총장이 (대통령의 임기 보장) 얘기를 할 것이라면 누가, 언제 임기를 끝까지 하라고 전했다는 얘기를 해줘야 되는데, 그 얘기는 빼고 메신저가 그랬다고 하니까 더 혼란을 야기시켰다"라며 "그 얘기를 꺼낸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매도했다.


최재성 정무수석이 KBS에 출연해 윤석열 총장을 비난하기 전날인 지난 27일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서울중앙지검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수사의뢰를 받고도 옵티머스자산운용을 무혐의 처분한 경위를 감찰하라고 지시했다. 이 일이 있었던 2018년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이었다.


이처럼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에 이어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지상파 방송에 등장해 윤석열 총장을 겨냥한 공세를 펼친 것을 놓고, 현 정권의 윤 총장 축출 공작이 본격화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대통령의 분신이랄 수 있는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 현직 검찰총장을 비난했다는 것은 눈여겨봐야할 대목"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윤석열 검찰총장을 찍어내겠다는 작업을 개시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 정권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검찰청법 제12조 3항에 의해 임기 2년이 보장된 검찰총장을 중도에 '찍어내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자칫하면 윤석열 총장을 더욱 키워주는 계기가 될 위험성이 있다.


게다가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이 스스로 "우리 윤 총장"이라 부르며 임명장을 줬으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히 대해달라"고 했다. 이러한 모순 때문에라도 현 정권은 당초 '축출'은 회피하고, 검찰 인사를 통해 수족을 잘라낸 뒤 '식물 총장'으로 남겨둬 임기말까지 끌고가려는 전략을 택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계기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 의원들이 '식물 총장 한 번 더 때리러 간다'며 소풍 가는 기분으로 법사위에 들어갔다가 '영혼 탈곡기'에 걸려 탈탈 털렸다"라며 "윤 총장이 알고보니 식물 총장이 아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이 국감 중에 임기를 마친 뒤 정치에 입문할 뜻을 시사한 것도 충격을 줬을 수 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사회와 국민에 대한 봉사'는 정치인의 용어"라며 "'정치를 하겠다'라는 정치활동 선언문에 다름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대검 국감에서 윤 총장이 추미애 장관과 집권여당에 두려움 없이 맞서는 모습을 보인 뒤, 사분오열·지리멸렬한 듯 했던 검찰 조직이 재차 결속하는 것도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국감 이후로 추 장관의 폭주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청와대도 정치적 부담 때문에 윤석열 총장을 수족을 잘라 힘만 빼고 '식물 총장'으로 끌고가려고 했다가, 이번 국정감사를 보고 '놔두는 게 더 부담이 되겠다'고 판단을 바꾼 것"이라며 "검사들이 윤석열 총장을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한 만큼, 이 정권으로서는 윤 총장을 축출하는 게 불가피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총장은 '임기는 국민과의 약속이니 소임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내년 임기까지 버티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라며 "윤 총장의 거취 변화 시기가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찍어내기'를 하면 정권도 상처를 입는다. '찍혀나간' 직후에 동정 여론 등이 몰리면 윤석열 총장의 지지율이 단기간에 앙등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을 꺼려 내년 7월까지 2년 임기를 마치게 해주면, 2022년 3월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7개월 정도에 불과하게 된다. 정치 입문으로부터 선거까지의 간격이 짧아지는 것은 윤 총장에게 유리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 정권도 이를 모를 리 없는 만큼 상처를 감수하고서라도 '축출 공작'에 나선 것"이라며 "그 징표가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에 이은 청와대 정무수석의 지상파 방송 출연과 비난"이라고 분석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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