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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대중문화③] '트로트' 뜨고 '여행' 사라지고 '지상파 드라마' 무너지다


입력 2020.12.27 02:00 수정 2020.12.26 17:36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코로나19로 급바뀐 프로그램 환경·성향

OTT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 지상파 위협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발병하자 정부는 자발적 거리두기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꺼냈다. 이 여파는 방송가도 피해갈 수 없었다. 많은 행사는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촬영도 야외에서 실내로 변경되며 한 번도 본 적 없는 풍경을 만들었다. 방청객이 필요한 프로그램은 온택트, 혹은 무관중으로 촬영방식을 바꿨다.


◆ 여행 예능, 해외→국내로…트로트 예능, 여전히 ‘인기’


코로나19의 직격타를 받은 예능은 해외 명소를 소개하며 힐링을 외치던 여행 프로그램이었다. KBS2 '더 배틀 트립', JTBC '한끼줍쇼' tvN '더짠내투어' 등이 제작 중단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프로그램들은 변화를 모색했다. tvN '더 짠내투어', SBS '정글의 법칙'은 제작을 연기하다, 해외에서 국내로 눈을 돌렸다. 2017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2018년 스페인 가라치코에서 촬영됐던 tvN '윤식당'도 올해 초 시즌3가 논의 됐지만 해외 촬영 진행에 어려움을 겪다가 국내로 항로를 변경, 내년 1월에 새단장한 모습을 선보인다. MBC 에브리원 간판 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외국인이 한국을 여행하던 방식에서, 한국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의 라이프를 소개했다.


무대가 국내로 바뀌고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에 생겨났다. 캠핑, 차박, 요트 여행 등 한적한 장소에서 최소한의 인원이 함께 할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한 것. tvN '바퀴 달린 집'은 캠핑카를 이용해 전국을 유랑하며 소중한 이들을 초대해 하루를 같이 보내는 버라이어티 예능으로, 이동이 제한돼 있는 시청자들에게 광활한 자연의 정취를 전달하며 호평을 얻었다.


KBS Joy '나는 차였어'는 차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외부 접촉을 최소화해 유행인 이른바 '차박 캠핑'을 콘셉트로 삼았다. 김숙, 라미란, 정혁 등 출연진이 차박 여행을 선보이며 실제 캠핑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보, 비용, 캠핑카 개조 방법 등을 시청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JTBC 역시 '갬성캠핑'을 내놓으며 국내 이국적인 풍경을 찾아나서고 캠핑카를 활용해 시청자들에게 낭만적인 하루를 전달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를 준 프로그램 중 가장 선전한 건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다. '유퀴즈'는 유재석과 조세호가 길거리가 나가 시민들과 일상 이야기를 나누며 퀴즈를 내는 형식이었지만 코로나19로 제작중단이 불가피했다.


이후 100일 만에 촬영을 재개한 '유퀴즈'가 선택한 건 소통이었다. 각 직업에서 오랜 시간 종사했거나, 대중의 관심을 받는 이들을 스튜디오 초대했고, 지난 9일 방송된 83회 방송 분은 2018년 첫 방송된 이후 5.8%(닐슨)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에서도 흔들림 없는 인기를 자랑한 프로그램도 있었다. 바로 트로트 예능이었다.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이 만들어 낸 열풍에 지상파부터 종편까지 편승했다.


트로트의 뜨거운 반응을 감지한 건 SBS이었다. SBS 지난 3월 남진, 김연자, 설운도, 진성, 주현미, 장윤정로 출연진을 꾸려 국내 트로트를 세계로 진출시키자는 기획의도로 '트롯신이 떴다'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현재는 숨겨진 트로트 무명 가수들의 서바이벌로 '트롯신이 떴다2-라스트 찬스'를 방영 중이다.


MBC는 '최애 엔터테인먼트', '트로트의 민족', MBN은 '보이스트롯', SBS Plus '내게 ON 트롯', KBS2는 '전국 트롯 체전'을 편성했다. TV조선은 임영웅, 영탁, 이찬원, 장민호를 모아 '뽕숭아학당', '사랑의 콜센타'로 '미스터트롯' 열기를 이어갔다. TV조선은 이 기세를 몰아 현재 '미스트롯2'를 방송 중이다.


기존 프로그램도 트로트를 적극적으로 흡수했다. KBS2 '불후의 명곡'은 트로트 가수 특집을 꾸리고 MBC '라디오 스타', JTBC '아는형님'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도 트로트 가수를 게스트로 섭외해 화제를 모았다.


유행하는 트로트에 고민없이 편승한 프로그램들에 대한 우려도 쏟아졌다. 뒷북을 치며 소재 베끼기에 급급한 지상파의 추락이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었다.


◆ tvN·JTBC 코로나19 속에서 선전, 지상파 몰락


코로나19로 시청자들이 집에 머물면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지상파의 드라마는 저조한 시청률로 웃지 못했다. 이름만 들어도 화제성을 보증하는 배우들은 물론 PD, 작가가 tvN, JTBC 등으로 이탈하며 지상파의 기반이 흔들렸다.


현빈, 손예진, 김수현, 조승우, 박보검 등 스타급 배우를 선점해 출발한 tvN은 올해 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tvN '사랑의 불시착' 21.7%, '슬기로운 의사생활' 14.1%, '사이코지만 괜찮아' 7.1%, '비밀의 숲', 9.4%, '청춘기록' 8,7%, OCN '경이로운 소문 9.3% 등이 시청률과 함께 화제성도 가져갔다.


JTBC는 '부부의 세계'는 19세 관람 불가 등급에도 28.4%로 신드롬을 일으켰으며 '이태원 클라쓰'가 16.5%로 인기를 이어갔다. 하반기 '18 어게인', '경우의 수', '라이브 온', '허쉬'가 미진한 성적을 내고 있지만 지상파에 비해 화제성만큼은 높다는 평가다.


반면 지상파에서는 '스토브리그' 19.1% '낭만닥터 김사부2' 26.1% '펜트하우스' 23.3%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SBS를 제외하고는 단 하나의 히트작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KBS2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가 37.0%의 시청률로 체면을 겨우 살렸다. 사실 주말극은 중장년층 시청자가 확보돼 있고 황금시간대에 방송하는 만큼 30%이상의 시청률은 확보된 상황으로, 고무적인 결과물은 아니다. 미니시리즈의 경우에는 '어서와'가 0.8%까지 떨어졌으며 박해진, 조보아 주연의 '포레스트'가 기록한 7.4%가 최고 성적표다.


MBC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올해 선보인 12편의 드라마 중 웹툰을 기반으로 한 '꼰대인턴'이 보인 7.1%가 최고 흥행작이었다. MBC는 4부작, 8부작, 씨네마틱 드라마 등 다양한 형식을 시도했지만,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다.


이에 지상파 3사는 내년 드라마 제작을 대폭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MBC는 정규 드라마를 6편, 8부작 드라마를 1~2편 제작하기로 결정했으며 KBS와 SBS도 10편 이하로 규모를 줄인다.


방송 관계자들은 표현 제약과 한정된 제작비로 인해 지상파 드라마의 기반이 흔들리는 위기 속에서 주요 넷플릭스, 카카오TV, 웨이브 등 OTT가 오리시널 시리즈 제작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위기가 더 심화됐다고 밝혔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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