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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산업 BTS②] 빅뱅 앞둔 車산업, '근본적 변화' 없으면 도태


입력 2021.01.05 07:00 수정 2021.01.04 19:1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미래차 전동화·자율주행화로 업종간 경계 무너져

완성차·IT·배터리 업체간 주도권 경쟁 본격화

UAM, PBV 등 개인용 모빌리티 다양화 추세도 대응

2019년 1월 CES에서 자동차의 전동화, 경량화, 자율주행화에 대응한 각종 기술을 전시한 SK그룹의 공동 전시관.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4차산업혁명에 더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경제적 변화까지 이어지며 국내 산업계의 발 빠른 체질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산업 트렌드 변화와 업황 악화로 경영전략 변화나 구조조정 등이 급격하게 이뤄지는 빅뱅(Big Bang), 주력 산업의 사양화·레드오션화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혁신(Technical Innovation),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관성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등 새해에도 미래 산업을 좌우할 3대 테마(BTS)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대응 현황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전기차의 동력원인 배터리부터, 각종 전자장비를 제어하는 반도체, 금속을 대체하는 내외장 부품 소재, 자율주행·커넥티드카를 위한 통신기술까지 SK그룹은 미래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기술을 제공합니다.”


지난 2019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국제 전자제품 박람회)에서 만난 SK 계열사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당시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등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자동차 관련 업체들이 자리한 구역에 전시관을 꾸몄다. 이듬해 열린 CES 2020에도 SK그룹 계열사들은 미래차 시장을 겨냥한 공동 전시관을 운영했다.


SK 측의 설명대로 미래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의 중심 축인 ‘CASE(연결성·자율주행·공유·전동화)’에 관련된 기술과 사업 노하우는 SK 계열사들이 지난 수십 년간 자동차를 만들어 팔아온 전문 완성차 업체보다 더 풍부하다.


완성차 업계로서는 고유의 영역을 이(異)업종으로부터 침범당할 상황에 처해 있으며, 엔진 개발, 외장 디자인, 차체 설계 등 그동안 다져온 기술이 고유의 영역을 지키는데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LG전자와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 설립을 상징하는 이미지. ⓒLG전자

◆애플, 전기차 시장서 신화 재현?…LG, 배터리 이어 파워트레인 장악 나서


‘CASE’를 중심으로 하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는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으나 올해를 기점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차 업체는 전통적 기술에서 벗어나 변화에 대응하고, 이업종 업체는 CASE 관련 기술을 앞세워 자동차 시장을 파고들며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모바일 기업 애플은 사업 분야를 모빌리티로 넓혀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2024년까지 전기차 기반의 자율주행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애플은 SK처럼 배터리나 반도체 등 하드웨어 생산 능력은 없지만, 이 회사는 모바일 시장에서도 생산라인 하나 없이 세계를 지배한 전례가 있다.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사업 모델과 설계 기술만 있다면 제작은 외주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LG그룹 역시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동차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오는 7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마그나)과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자사의 전기차 부품사업(모터, 인버터, 충전기, 구동시스템)을 물적 분할한 뒤 마그나에 49%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이다.


LG마그나가 마그나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지난해 12월 LG화학에서 분할된 LG에너지솔루션의 세계 1위 배터리 시장 지배력까지 결합하면 LG그룹은 굳이 직접 자동차를 만들지 않더라도 전동화가 시급한 완성차 업체들을 발 아래로 둘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현대자동차그룹

◆車업계,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탈 내연기관 박차


미래차 시장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완성차 업체들의 노력도 치열하다. 우선 전동화 분야에서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며 탈 내연기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러 차종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활용한 효율적인 대량생산체제는 이업종에서 쉽게 따라잡기 힘든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력이다. 그동안은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플랫폼을 이용해 왔으나 내연기관 차량 대비 부품 수가 적고 구조가 단순한 전기차에 특화된 플랫폼을 만들어 경쟁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지난해 12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공개했으며,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은 올해부터 이를 적용한 전기차 모델들을 잇달아 내놓는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와 기아자동차 ‘CV(프로젝트명)’, 제네시스 JW(프로젝트명)가 올해 시장에 나온다.


해외 완성차 기업들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폭스바겐의 ‘MEB’, 제너럴모터스(GM)의 ‘BEV3’, 토요타의 ‘e-TNGA’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자동차가 CES 2020에서 공개한 개인용 비행체(PAV) 콘셉트 'S-A1'. ⓒ현대자동차

◆UAM, PBV, 로보틱스로 사업 영역 확대…신성장동력 확보


그동안 자동차가 독식했던 ‘개인용 모빌리티’의 다양화도 앞으로 자동차 업계가 맞이할 빅뱅의 한 모습이다. 배터리, 수소연료전지 등 친환경 동력원과 자율주행 기술, 드론 기술의 발달로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등이 전통적인 자동차를 대체해 개인용 모빌리티 수요의 일부를 흡수할 여지가 커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에 대응해 그룹의 지향점을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의 전환’으로 제시하고 지난해 CES에서 UAM과 PBV,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가 결합한 미래 도시의 모습을 공개한 바 있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2021년은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이 이뤄지는 한해가 돼야 한다”며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통해 친환경, 미래기술, 사업경쟁력 영역에서 성과를 가시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화물용 UAS(무인 항공 시스템)를 시작으로, 2028년에는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UAM 모델을, 2030년대에는 인접한 도시를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 제품을 출시할 것을 목표로 하고 관련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인공지능 로봇개(dog)'로 유명한 미국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소프트뱅크로부터 인수한 가운데 17일 경기도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대표 로봇 중 하나인 스팟(SPOT)을 동작시연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완성차 업체가 보유한 대량생산체제의 강점은 PAV 등 신개념 모빌리티 분야 뿐 아니라 미래 신산업으로 각광받는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말 미국의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것도 이를 고려한 것이다. 정 회장은 2019년 10월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는 구상을 밝힌 바 있으며, 1년 뒤 이 구상이 현실에 한 발짝 다가섰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계기로 로봇 시장에서 수요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물류 로봇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물류 로봇을 통해 확보한 요소 기술을 활용해 이후 이동형 로봇 시장에 진입한 뒤, 미래 로봇 산업에 있어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되는, 개인용 전문 서비스가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할 방침이다.


완성차 업체들에게 있어 새로운 UAM이나 로보틱스와 같은 신사업 진출은 이업종의 도전에 맞서 기존 자동차 시장을 지키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다.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 “UAM, 로보틱스와 같은 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머지않은 미래에 새로운 모빌리티의 영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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