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 신세계 환영하면서도 SK 퇴장에 당혹
글로벌화 추구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야구계 긴장
“신세계 이마트는 반갑지만 SK가 떠난다는 것에 소름이 돋는다.”
악재 없는 매각에 KBO리그 구단 관계자들이 놀랐다.
SK텔레콤이 26일 신세계그룹과 SK 와이번스를 매각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는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1352억 8000만원에 인수했다. 정용진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연고지는 인천으로 유지된다. 신세계 이마트는 코치진, 선수단, 프론트 모두 100% 고용 승계, SK와이번스의 인프라와 노하우를 그대로 받아들여 오는 3월 출범한다.
2000년 쌍방울 레이더스를 인수해 창단한 SK 와이번스는 한국시리즈 우승 4회, 페넌트레이스 우승 3회, 포스트시즌 진출 12회 진출 등의 기록을 남기고 2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야구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의 프로야구 진출을 환영하면서도 인수 대상이 SK와이번스라는 것에 당혹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악재가 없는데 한국시리즈 4회 우승팀이 쉽게 팔려나간 것에 놀란 눈치다.
타 구단 관계자들은 “전혀 몰랐다. 소름 돋는다. 재정악화로 인한 구단 매각만 있었지 운영 능력이 되는데 야구단을 매각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모기업 경영난 등으로 야구단 매각과 인수가 이뤄졌던 사례와는 사뭇 다르다. 40년 역사를 지닌 한국 프로야구에서 모기업 변경은 OB-두산, 빙그레-한화, 해태-KIA처럼 더 큰 기업으로 인수되는 형식이었다.
“대한민국 스포츠 도약을 위해 새로운 도전의 길을 나서는 방법을 선택한다”는 입장문에서도 알 수 있듯, SK가 스포츠 마케팅과 지원 의지를 내려놓는 것은 결코 아니다. 대신 대상과 방식은 크게 달라진다. 야구단을 매각하는 대신 아마추어 스포츠 상생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렇다고 프로농구 등 다른 구단의 매각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프로야구단만 매각한 상황이다. SK의 갑작스러운 퇴장은 글로벌화 되어가는 큰 기업들에 프로야구단 운영이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찝찝함을 남겼다.
적자를 예상하고도 연간 500억 원 내외의 운영비가 투입되는 프로야구단 운영이 녹록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내수 보다는 글로벌화를 추구하는 거대 기업 입장에서 국내 스포츠인 프로야구단 운영이 브랜드 가치 제고에 큰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진단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해도 이전처럼 많은 관중이 운집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수익성이 급격하게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여기에 승부조작, 음주운전 등 일부 선수들의 일탈은 오히려 기업 이미지를 깎아내릴 수 있는 요소가 된다.
물론 대한민국 체육을 위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SK가 이런 이유로 와이번스를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매각으로 인해 다른 구단들이 흔들릴 가능성은 있다. 적자를 낳는 프로야구가 반전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한 채 산업화를 꾀하지 못한다면 글로벌화 되어가는 대기업들 눈높이에서 멀어질 수 있다.
프로야구 관계자들과 선수들이 ‘파티는 끝났다’는 위기의식을 절감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