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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선생’ 내세웠던 예능의 빈자리, 스토리텔링 예능이 채운다


입력 2021.04.17 09:34 수정 2021.04.17 09:3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꼬꼬무' '심야괴담회' 등 친숙함·몰입감 높아

자극적인 소재, 공포심 마케팅 우려도

ⓒSBS

예능프로그램의 한 축을 담당하던 교양형 예능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시청자들이 출연진의 모습을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전문가를 앞세워 강의 형식으로 꾸며지던 기존의 방식을 탈피해 마치 시청자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출연진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스토리텔러’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최근까지 예능가에선 오랜 내공으로 다져온 입담과 지식을 흥미롭게 전달하는 스타 강사나 평론가 등을 초대해 ‘지식 전달자’의 역할을 하도록 했다. 덕분에 재미를 추구하는 예능인 동시에 재테크부터 부동산, 역사, 음식, 도서, 미술 등 분야를 막론하고 예능 판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초석이 됐다.


그러나 부작용도 컸다. 대표적으로 특정 인물이 전문적인 내용을 방대하게 다루면서 정보에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던 구조였다. 그러다 보니 얼마 전까지 방영됐던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선을 넘는 녀석들’을 비롯해 ‘어쩌다 어른’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등 많은 교양 예능이 각종 논란으로 얼룩질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강의형식을 띈 예능들은 현재 대부분 폐지됐거나, 불명예스럽게 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이 빈자리를 채우면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형 예능이다. 대표적으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사건들을 세 명의 이야기꾼이 절친에게 쉽고 재밌게 들려주는 콘셉트로 시즌1 당시 호평을 받았다. 총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던 시즌1은 가구 최고 시청률 5.2%, 2049는 동시간 대 점유율 1위를 기록했고, 유튜브 클립도 누적 조회수 8000만, 평균 조회 수 400만을 기록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11일 시작한 시즌2 역시 전 시즌의 화제성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스토리텔러로 나선 장항준 감독과 장도연, 장성규는 매회 절친들을 초대해 일상적인 공간에서 1대1로 이야기를 나눈다. 결국 세 개의 대화 팀이 이야기를 주고받듯 이어가는데, 시청자 역시 스토리텔러들의 친구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MBC

지난 2월 2부작으로 파일럿 편성됐던 SBS ‘당신이 혹하는 사이’도 윤종신, 장진 감독, 봉태규, 장영남 등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세간에 떠도는 각종 음모론에 대해 파헤쳤고, 파일럿으로 한 차례 화제를 끈 후 지난 15일부터 정규 편성된 MBC ‘심야괴담회’도 시청자 공모를 통해 선정된 오싹한 이야기를 출연진이 스토리텔러로서 다시 전달한다.


이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스토리텔링’ 외에도 ‘공포심 마케팅’이라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한다. 각자 다루는 이야기의 큰 주제는 다르지만, 세 프로그램은 모두 실제로 발생했던 사건을 다루거나, 우리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사건을 연예인이라는 스토리텔러의 입을 통해 전달한다. 자칫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자극적인 사건과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꼬꼬무’ 시즌1 당시 프로그램을 ‘그것이 알고싶다’에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유혜승 PD역시 “‘꼬꼬무’를 ‘그것이 알고싶다’의 순한 맛이라고 표현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즉 실제 일어난 과거의 사건을 다루면서 일부 범죄와 관련된 주제들이 다소 자극적이라는 비판이다.


유 PD는 이에 대해 “‘그것이 알고싶다’가 현재 진행형 사건들을 다룬다면, ‘꼬꼬무’는 이미 끝난 과거의 일을 다룬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건을 다루는 이유는 확실하다. 왜 오늘날 이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서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비판이 있을 수 있고 우리도 조심스러워 하지만, 그 사건의 이면, 왜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지 그 의미를 생각해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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