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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 겪는 이재명 '기본소득론'


입력 2021.06.06 00:02 수정 2021.06.06 00:25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기본소득론 정당성 주장 위해 노벨경제학상 받은 교수 언급했다가

여야 막론 '벌떼 공격'…"논지 왜곡" "용돈 수준도 안되는 월4만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5월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 포럼 창립총회에서 축사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여권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트레이드마크 '기본소득론'이 수난을 겪고 있다. 여야로부터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받으면서다. 일단 이 지사는 여야의 '벌떼 공격'을 혼자서 방어하는 모습이다.


'기본소득론'의 본격적인 수난은 이 지사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아브히지트 베너지 교수를 언급한 한 언론의 칼럼을 소개하며 기본소득론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 지사는 이날 "베너지 교수 부부의 저서에는 새로운 경제정책으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보편적 울트라(超) 기본소득제'라 불리는 모든 국민들에게 연간 100만 원 정도의 소액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한다"고도 적었다.


이 지사는 4일엔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베너지 교수와 (기본소득을) 사기성 포퓰리즘이라는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 모두 경제학자라는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까요"라고 반문하며 "베너지 교수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세계적 석학이고, 유승민 (전) 의원님은 뭘 했는지는 몰라도 아주 오래 국민의 선택을 받은 다선 중진 국회의원임을 판단에 참고하겠다"고 했다.


정세균 "자신 논조와 비슷한 부분만 발췌해 논지 왜곡"
유승민 "토론하려면 똑바로 알고 똑바로 인용하라"
윤희숙 "베너지-듀플로 교수, 이재명과 정반대 입장"


이에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출신인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존경받는 개발경제학자 베너지-듀플로 교수는 선진국의 기본소득에 대해 이재명 지사와 정반대 입장"이라며 "이것을 뒤집어 본인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꾸며대는 정치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잘 번역된 저서가 서점마다 깔려 있어 금방 확인 가능한 문제에 대해 이 정도 거짓을 내놓을 정도면 확인하기 쉽지 않은 다른 문제들은 오죽할까"라며 베너지-듀플로 부부가 쓴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중 한 토막을 소개했다. 윤 의원이 소개한 책 일부엔 "부유한 나라와 달리 가난한 나라는 보편기본소득이 유용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은 복잡한 프로그램을 운용할 행정역량이 부족하고 농촌기반 사회라 소득파악도 어렵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도 이날 "이 지사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베너지-듀플로 교수 부부가 기본소득을 찬성했다고 주장했는데 오늘 윤희숙 의원과 이한상 교수께서 지적했듯이, 이것 또한 잘못된 인용이자 왜곡"이라며 "이 지사께서는 앞으로 토론을 하려면 뭐든지 똑바로 알고 똑바로 인용하라"고 쏘아붙였다.


여권 내 대권 경쟁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이날 "자신의 논조와 비슷한 부분만 발췌하여 주장의 타당성을 꿰맞추는 것은 논리의 객관성이 아닌 논지의 왜곡"이라며 "최소한 토론의 기본은 갖춰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이어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가리켜 "용돈 수준도 안 되는 한 달 4만원을 지급하기 위해 국가 예산 26조원을 투입하는 예산편성이 과연 합리적이냐"고 따져 물으며 "이 지사의 기본소득은 기본소득의 기본 요건도 갖추지 못했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한 근거로 인용한 학자들의 주장마저도 왜곡됐다"고 거듭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를 막론한 '벌떼 공격'이 이어지자 이 지사는 5일 "복지후진국에선 복지적 경제정책인 기본소득이 가능하고 필요하다"며 "대한민국은 전체적으로 선진국이 맞지만, 복지만큼은 규모나 질에서 후진국을 면치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 정책 도입을 위한 재정 확보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단기에는 예산절감으로 25조원(인당 50만원)을 확보해 25만원씩 연 2회 지급으로 기본소득 효과를 증명하고, 중기로는 기본소득의 국민공감을 전제하여 조세감면(연 5~60조원) 축소로 25조원을 더 확보하여 분기별 지급하며, 장기로는 국민의 기본소득용 증세 동의를 전제로 탄소세·데이터세·로봇세·토지세 등 각종 기본소득목적세를 점진적으로 도입 확대해가면 된다"고 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이날 "노벨상 수상자 말씀을 금쪽같이 여기시는 이재명 지사가 '선진국에는 기본소득이 적절치 않다'는 베너지·듀플로 교수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기본소득을 고집할 길을 찾아 헤매신 모양"이라며 "대선주자쯤 되는 분이 한번 뱉은 말을 합리화하려고 악수에 악수를 거듭해 안쓰럽기도 하지만 국민들에겐 스트레스"라고 지적했다.


이재명계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론이 여야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저쪽 당(국민의힘)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후보로 뜨고 우리를 공격하면 그때 본격적으로 상대를 해주면 되지, 지금 굳이 이재명계 의원들이 나서서 일일이 상대해줄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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