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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도 가져간 사우디아라비아, 질서 깨고 ‘빈 살만 뜻대로’


입력 2024.12.13 10:34 수정 2024.12.13 10:34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잔니 인판티노. ⓒ AP=뉴시스

‘단독 후보’가 된 사우디아라비아가 숱한 논란과 우려 속에도 ‘2034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개최국으로 선정됐다.


FIFA는 12일(한국시각) 211개 회원국이 화상회의 형태로 참여한 임시 총회에서 2030년 및 2034년 개최지 선정 안건을 의결했다.


2030년 대회는 유럽의 스페인과 포르투갈, 아프리카의 모로코 등 3개국 공동 개최로 펼쳐진다. 월드컵 100주년을 기념하는 2030 월드컵은 초대 개최국이었던 우루과이 포함 아르헨티나·파라과이에서도 일부 경기가 진행, 3개 대륙 6개국에서 치르게 됐다.


2034년 대회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단독 개최한다. 지난해 10월 FIFA 평의회 결정을 통해 사실상 정해졌다. 중동 국가에서 월드컵을 개최하는 것은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이후 12년 만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예상대로 개최권을 확보, 아시아에서는 2002년(한국·일본), 2022년(카타르)에 이어 세 번째로 월드컵 축제의 막이 오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개최 승인에 대해 곳곳에서 성토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022년 대회를 개최한 카타르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월드컵 경기장 건설 노동자들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는 도마에 올랐다. 여기에 여성 인권 및 언론 탄압 논란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던 사우디아라비아에 ‘스포츠 워싱’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사우디는 2034 월드컵을 치르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석유 등 화석 연료 판매로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것 또한 FIFA의 기후 변화 대응 기조와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여러 곳에서 나오는 비판과 두려움을 충분히 알고 있다. 주최 측이 잘 풀어나갈 것이라고 믿는다"며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 의사를 밝혔다.


대회 개최 시기 또한 논란이다. 통상 월드컵은 여름철인 6~7월 개최하지만, 2034년 월드컵은 중동 지역 기후를 감안했을 때, 겨울철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겨울철은 유럽 프로축구(8월~5월)가 한창 시즌 중인 시기다. 유럽 각국 리그들은 월드컵 기간 경기를 치를 수 없어 빠듯한 일정을 짜야 하고, 선수들의 부상 가능성도 높아진다.


ⓒ AP=뉴시스

더 큰 문제는 2034 미국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시기와 겹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34년 11~12월 동계 아시안게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월드컵은 연초에 치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2034년 2월에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막을 올리는 동계올림픽(2034 2.10~26)과 일정이 겹칠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22 FIFA 카타르월드컵에 2022년 2월 5일 개막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일정이 겹칠 것을 우려해 거세게 반발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IOC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2034년에 동계 올림픽과 월드컵이 비슷한 시기에 개최해도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36 올림픽 개최 후보국 중 하나인 사우디에 IOC가 유독 호의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FIFA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는 이전부터 의혹을 샀다. 2027년 아시안컵과 2034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월드컵이라는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까지 따냈다.


2030년 월드컵을 3개 대륙-6개국이 참여하도록 유도, 2034년 개최지를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로 한정하는 환경을 조성해 대륙별 순회 원칙을 피할 명분을 만들고 사우디에 개최권을 부여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를 놓고 외신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이자 실권자인 빈 살만이 막강한 오일머니의 파워로 FIFA-IOC 등과 정치적으로 재정적으로나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국제 스포츠계의 질서를 무시할 정도로 모든 것은 빈 살만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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