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권영세 지도부, 이명박 전 대통령 예방
이명박 "보수정당 생긴 뒤 가장 어려울 때"
"전직 대통령 예방, 선거 앞뒀을 때의 관례"
권성동 원내대표에 이어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등 당의 비공식적인 조기 대선 준비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조기 대선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조기 대선을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풀이된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서울 서초구 이명박재단에서 이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정국 현안 및 경제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회담에는 권 위원장을 비롯해 이양수 사무총장, 윤한홍 정무위원장, 신동욱 수석대변인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MB정부 시절 전직 장관들이 참석했으며, 비공개 회담은 약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요즘 당을 볼 때 우리 보수정당이 생긴 이후 가장 어려울 때 같다"고 현 정국을 평가하며 "다수가 힘을 모으니 그게 무섭지 않느냐. 집권당이고, 소수라도 힘만 모으면 해나갈 수 있다. 다 할 수 있다"고 단합을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민주당이 오늘도 당장 상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고 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굉장히 어렵게 만드는 법"이라며 "한두 개가 아닌 그런 법을 몰아붙이고 있으니 재의결할 때 간신히 막을 수 있지, 지금은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 노력해 단합해서 뭉쳐서 막아내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면담 직후 권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경제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셨다. 국제적인 환경에서 어려움이 빚어진 부분도 있지만 정치 쪽에서 더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 있는 만큼, 중소·중견기업이 잘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셨다"고 언급했다.
열흘 전 권 원내대표의 면담과 마찬가지로 이번 회담에서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후변론이나 조기 대선과 관련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대통령 예방=조기 대선 준비 행보
尹 언급 꺼리는 이유, 대선 도움 안돼서?
'보수층'만 겨냥한 움직임, 효과는 '글쎄'
국민의힘 지도부가 직접 전직 대통령을 예방하면서, 전문가들은 이를 당의 조기 대선 준비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조기 대선'이라는 표현을 극도로 삼가하고 있지만, 전직 대통령과의 면담은 통상적으로 큰 선거를 앞두고 이뤄지는 관례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전직 대통령을 예방하는 것은 관례적인 행보"라며 "지지층을 하나라도 결집 시키기 위한 행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조기 대선을 앞두지 않은 평범한 일상이었다면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 전 대통령을 찾아갈 이유는 없다"며 "전직 대통령에게 예의차리고 대우하는 것 뿐이다. 지극히 관행적이고 선거 때마다 보여줬던 행보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 전 대통령을 찾은 이유가 '조기 대선' 말고는 설명이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관련된 언급을 피하는 이유에 대해 장 소장은 "분명 회담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테지만, 이 (윤 대통령에 대한) 메시지가 과연 '대선에 도움이 되겠느냐'라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전 대통령과의 면담이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겨냥한 행보인 만큼, 반드시 긍정적인 측면만 있을 것으로 보진 않았다.
장 소장은 "장단점이 있다. 중도층에서는 이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또 국민의힘 지지자 중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은 없을테니, (보수 지지자들에게는) 선거를 앞두고 명분을 쌓긴 좋을 것이다. 그러니 효과는 플러스, 마이너스가 돼 제로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조기 대선 행보지만 상징성이 있을 지 모르겠다"며 "이미 확보된 강성, 강경 지지층 울타리 내에서 움직이는 행보"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