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초청 오찬서 "지금이 ´최고 위기´지만 힙 합치면 극복 가능"
"독도 때문에 속상하지만…" 일본의 위기 대처 ´모범 사례´로 평가
이명박 대통령이 고유가 등으로 악화된 대내외 경제 여건을 극복키 위한 국민적 단합을 거듭 주문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이날 변도윤 여성부 장관과 이윤자 전국주부교실중앙회장, 정광모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등 여성계 주요 인사 19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지금이 ‘최고 위기’ 같다. (그러나) 국민이 힘을 합치기만 하면 과거 위기처럼 다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우리 국민들이 지난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와 IMF외환위기 등을 극복해낸 사례를 거론, “우린 그런 능력을 가진 민족이다”면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는데 여성계의 역할이 남성보다 더 크다. 여성계 지도자들이 힘을 합치면 성과를 낼 것이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요즘) 독도 때문에 속이 많이 상한 게 있긴 하지만, 일본이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는 걸 보곤 놀랐다”며 일본의 에너지 관련 정책을 ‘모범적 사례’로 거론, 일본 정부의 교과 해설서 ‘독도 영유권 명기’ 방침으로 인해 국민감정이 적잖이 훼손된 현 상황을 감안할 때 다소 부적절한 언급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일부 제기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찬 참석자들에게 “일본에 가보면 잘 알겠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의 건물이 낮다. 우리는 건물도 높고 1층이 뻥 뚫려 있어 ‘기름 많이 나는 나라’처럼 돼 있는데, 일본은 아파트 천장이나 사무실 층고가 낮다”고 전한 뒤, “일본은 1973년 1차 (석유) 위기를 당했을 때부터 외국의 에너지 자원을 확보해 (자국에서) 기름이 나는 것과 똑같이 확보했고, (에너지) 효율도 우리의 3배다. 그만큼 우리가 낭비가 많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 8~9일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도야코(洞爺湖)에서 열린 G8(선진 8개국)확대정상회의 참석 당시를 소개하며 “(회의에 참가한) 16개 나라 중 한 방울 석유, 가스 안 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었다. 다른 나라 정상들이 ‘인플레이션이 얼마냐’고 해서 ‘5% 넘는다’고 하니까 ‘기름 한 방울 안 나는데 어떻게 그것밖에 안 오르냐’고 깜짝 놀라더라”면서 “우리는 죽을 지경인데...(외국 정상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하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정부의 여성 정책 방향 등과 관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여성계가 발전했다. 그러나 가정, 직장에서 성(性)에 대한 인지가 부족하단 점은 인정해야 한다”면서 “여성계도 지금부터 성숙한, 한 단계 질 높은 단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부가 여성에 대한 정책을 뚜렷하게 내세우는 게 없다고 말하는 분도 있지만, 내 가정에도 딸이 셋이다. 특별한 정책을 내세우지 않아도 잘 키웠다”면서 “경제나 사회정책이 (임기) 5년 만에 되는 게 없다. 5년 동안 기초를 잘 세워야 하고, 여성들이 거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서 금광산 관광객 총격 피살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금강산 관광 도중 정말 평범한 주부 한 분이 총 맞고 돌아가서 가슴이 아프다. 무장한 것도 아니고, 직업이 의심스러운 것도 아니고 다 조사해서 (금강산에) 갔다”며 “(사건 발생에 대해)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고, 앞으로 동족 간엔 이런 일이 절대로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역사를 길게 보면 이런 것을 딛고 넘어서면서 발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제 곧) 건국 60주년이 되는데 그때그때 (지나온 세월을) 보면 역사가 후퇴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 보면 그런 영과 욕의 과정 중에서도 조금씩 발전하고 후퇴하지 않았다. 어려운 과정 있었지만 다 극복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도 참석자들을 향해 “더욱 더 힘을 합쳐서 대한민국을 잘사는 나라로 만드는데 여성이 앞서주면 좋겠다.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주십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찬 참석자들은 ‘여성이 일하기 좋은 선진한국’, ‘남녀가 함께 하는 평등하고 행복한 사회’ 등의 글귀가 적힌 부채를 이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했으며, 부채를 펴든 이 대통령은 “부채가 얼굴을 가리면 안 보이잖아” 하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