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 ‘강력한 조치’ 시사…전 세계 주요 언론 앞 다퉈 보도
SBS가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리허설 장면을 일부 공개해 중국 정부와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거센 항의에 시달리고 있다. 올림픽 개막식은 통례상 개막 당일까지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SBS는 그 원칙을 깨 전 세계 언론의 비난까지 덤으로 뒤집어쓰고 있다.
SBS는 지난달 29일 8시뉴스에서 “SBS 취재팀이 단독 촬영했다”며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리허설 장면 2분 9초간 방영했다. 이 영상에는 무술시범, 레이저쇼 등 주요장면이 그대로 담겼다.
그러나 SBS의 이러한 보도 행태는 즉각 “우리는 리허설에 어떤 언론도 초청하지 않았다. 몰래 촬영된 것”이라는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반발에 직면했다. 조직위는 SBS에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자칫 올림픽 취재 불허까지 갈 수 있는 것이어서 향후 조직위의 대응이 주목된다.
중국 외교부의 류젠차오 대변인도 31일 기자회견에서 “(인터넷을 통해)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킨 데 대해 주목하고 있다”며 SBS에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중국 국영통신사인 <신화사>도 “다수의 국민이 분노의 글을 (인터넷에) 남기고 있다”며 중국인들의 강한 분노를 전했다.
전 세계 주요 언론도 이 사건을 중요하게 보도하고 있다.
아랍의 대표적인 ‘독립 언론’인 <알자지라 방송>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기사에서 “(한국의 SBS 기자가) 이번 주에 있었던 리허설 도중에 들어와 보안 위반을 한 후 한국 방송사가 베이징 올림픽 리허설 장면을 내보냈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이어 “중국의 유명 영화감독인 장 이모우가 지휘한 세리모니 리허설은 엄격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리허설과 관련된) 멤버들은 기밀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만약 위반할 경우 7년의 감옥형으로 처벌된다”며 “심지어 SBS 기자는 봉황이 경기장으로 내려온다는 등의 올림픽 성화 점화 내용까지 알려줬다”는 북경 현지 특파원의 멘트를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이 사건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통신은 기사에서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며 “(SBS) 기자는 비밀 리허설을 찍는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리허설을 시작할 때부터 위원회는 그 누구도 사진이라도 찍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는 조직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전문지인 <월스트리트저널>도 “스포일러 경고! 한국 방송사가 최고 기밀인 올림픽 세리모니 누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사건은 올림픽 위원회와 기밀 계약까지 한 직원들과 경비대에게 엄청난 슬픔”이라며, “이 장면은 비정상적으로 얻은 것으로 이 방송사는 윤리에 적합하지 못한 행동을 했다”는 조직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여기에 더해 BBC와 AP통신, USA TODAY, LA TIMES, NEW WORK TIMES, ABC 등 전 세계의 유수 언론들도 이 사건을 ‘사상 유례없는 일’로 규정해 보도하고 있다.
한편 SBS는 “당국의 허가를 받고 베이징 올림픽 자원봉사 활동을 취재하러 갔다가 개막식 장면을 화면에 담게 된 것”이라며 “촬영 과정에서 어떤 제재를 받은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SBS는 이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촬영 영상의 인터넷 공개 중단을 요청받아 30일 밤 삭제했다”고 밝혔지만 그 여진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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