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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전쟁의 신호탄


입력 2008.08.10 09:24 수정 2013.05.22 16:33        김헌식 문화평론가 (codessss@hanmail.net)

<칼럼>배타적인 중화주의 문화침략 야욕 노골적 드러내

장구춤도 중국 무형문화재 편입´…이어도는 시작에 불과

8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이 열렸다. 장이머우 감독 등이 만들어낸 화려하고도 웅혼한 스케일은 여러 감탄을 자아낼 수 있는 내용이었다. 다만, 그것들은 중화민국의 문화라고 하지만 모두 중원이라는 공간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민족들의 소산이지, 한족이 만들어낸 유산은 아니다.

소수민족들의 문화도 결국에는 중화민국 혹은 한족의 문화인 것으로 융합되었다. 그 융합은 배타적인 중화주의 문화의 발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보였다. 이즈음 중국은 이어도를 자신의 땅이라고 했다.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의 문화전쟁의 공식적 선언이었다. 개인의 창발성은 존재하지 않는 집단적 매스게임은 전율할만큼 중화주의를 노골화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서 수많은 이민족의 문화를 한족의 문화, 중화민국의 문화인 것으로 각인시키려는 의도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중국 정부는 우리의 장구춤, 환갑잔치, 학춤, 상모무 걸립무, 널뛰기, 그네타기, 퉁소음악, 만담 등을 ‘국가급 비물질 문화유산(무형문화재)’에 등재시켰다. 한민족 뿐만 아니라 수십개의 민족의 공연양식을 이런 식으로 중국화해버렸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화전쟁이 반드시 화려한 공연예술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동북공정이나 백두산 공정도 결국에는 문화전쟁의 한 유형이다. 중국이 창바이산 역사·문화원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한국의 부채춤과 장구춤을 중국의 소수민족 공연예술로 선보였다. 남북한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말이다. 한국은 항의 한번 하지 않았다.

결국 문화는 인식의 틀을 지배하는 것이다. 올림픽 개막식을 통해 중국 문화가 대단하다고 여겼다면 미디어를 통해 인식의 틀을 지배당한 것이다. 중국 문화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민족의 문화적 소산을 마치 하나의 실체로 묶어버리는 문화전략이 가공할 뿐이다.

미디어를 통한 문화전쟁은 여기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인식의 틀을 규정짓는 미디어 문화는 폭 넓다. 인식의 틀은 기록 즉 종이와 책 위의 기호와 이름을 어떻게 적는가의 문제와 연결된다. 더구나 디지털 시대이니 만큼 인터넷 웹은 치열한 문화전쟁의 교전장이다.

미국 국회도서관의 주제어와 미국 지명위원회(BGN)의 독도 ‘영유권 미지정’은 바로 이 같은 맥락에 있다. 아무리 고지도에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해도 해외에 널리 읽히는 자료에 기재가 되어 있지 않으면 문화전쟁에서 패퇴하게 된다. 일본은 2009년에 발간 예정인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세계지도책´ 제9판에 독도 ´영유권 미지정 지역(Undesignated Sovereignty)´이 명기되도록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화전쟁의 기호가 무엇인지 직시해야 한다. 호사카 유지 교수(세종대, 일본학)는 독도에 대한 한글 논문과 자료는 엄청나게 많은데, 정작 영어 논문과 자료는 없는 것이 심각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은 이러한 문화전쟁의 속성을 알고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온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경덕 씨와 ‘뉴욕타임즈’에 독고광고를 실었던 김장훈씨는 최소 50억, 최대 100억 규모의 논문 페스티벌을 매년 개최하겠다고 밝힌 지 모른다. 반크의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이 한참일 때 국내에서는 중국의 이어도 영유권 주장으로 들끓었다. 중국 국가해양국 산하 정보사이트인 중국해양신식망(信息網)이 이어도를 쑤옌자오(蘇巖礁)로 기재하고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을 올린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많은 공정내용과 함께 이어도에 대한 내용도 전세계 사람들에게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전세계인의 축제이니 만큼 중국에 대한 관심도 증가할 것이고, 중국에 대한 정보들이 그대로 전달될 가능성이 많다. 이는 중국이 노리는 바였다. 중국은 다른 국가와 민족에 관한 수많은 정보들을 왜곡하여 자기 문화로 만들어 버리고, 베이징 올림픽에 맞춰 대대적으로 홍보하여 집약적인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어도에 대한 문제도 단순히 중국에 항의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미 국립 지리정보국이 이어도를 무국적 암초로 규정하고 있다.이름도 이어도가 아니라 소코트라 록(Socotra Rock)이다.

2008년 8월 4일자 일본 산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독도는 일본영토’라고 답변한 일본인이 73.7%로 70%가 넘었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이유는 지속적으로 독도에 인식의 틀을 형성하기 위한 일본의 문화전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러한 문화전략 차원에서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고,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맥락에 있다. 백두산은 중국의 자연문화유산이고, 이어도는 중국의 땅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옌볜의 많은 조선족 문화들이 중국 한족의 문화인 것으로 오도될 가능성도 크다. 어디 조선족만이 그럴까. 수많은 소수민족의 문화가 오도될 것은 여지없어 보인다.

독도 군부대 파견, 기념관 건립, 유인화는 가장 낮은 전략인 것과 같이 이어도에 대한 전략도 마찬가지다. 좀 더 넓게는 백두산과 간도 협약 문제도 같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항의와 시위, 무력적인 조치와 같은 하드파워가 아니라 소프트파워다. 전세계 사람들의 인식의 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디어 문화 수단을 통해야 한다. 핵심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이트와 책자의 이름을 바로잡는 역할과 영유권 명기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그것을 통해 세계인들의 인식 틀을 바꾸어야 한다. 현실은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는 아니다. 한글이나 한자로 된 자료들을 영문으로 번역하거나 영문으로 된 자료와 논문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전 세계에 배포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 공간상의 영문 콘텐츠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국내의 관련기관들은 이러한 작업에는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동북아역사재단과 같은 곳에서 해야 할 일은 이와 같은 것이다. 옛기록이나 고지도만 붙들고 있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국제학술대회를 열어야지 국내용 토론은 실효성이 없다. 국방부나 외교부보다 소프트 파워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나 교육과학기술부가 할 일이 많다.

흔히 정치권이나 정부에서는 전시행정이나 건물 건립과 같이 당장에 드러나는 가시적인 성과물 내기에 급급해질 수 있다. 21세기 총성없는 문화전쟁의 본질을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미디어 전쟁에서 자칫하다가는 영토를 다 빼앗길 수 있다.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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