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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 부대 수사에 모성논쟁 재점화


입력 2008.09.22 12:00 수정        

당사자 "한심한 경찰때문에 가정파탄 감수" 글에 댓글 폭주

네티즌들 "탄압" 주장에 "애엄마 탈법은 탈법아니냐" 공박

지난 6월 28일 오후 서울 시청 앞 광장과 태평로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위한 촛불집회가 열린 가운데 유모차를 앞세운 주부들이 줄을 지어 대열로 들어오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유모차 부대’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유모차 부대’는 촛불집회 당시 ‘비폭력 저항’ ‘표현의 자유’ 등을 주장하며 유모차를 앞세우고 집회에 나선 주부들. ‘아이들의 먹거리를 지키러 나온 의식있는 엄마’들임을 강조하며 집회 선두에 서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비폭력 저항’과 ‘적극적인 모성’이라는 취지와 달리 ‘위험한 시위 현장에 아이들을 노출시켰다’며 아동학대 논란을 낳았다.

최근 경찰이 불법집회 처벌과 공권력 강화에 의지를 보이면서 ‘유모차 부대’에 대한 수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불법집회에 참여했다 하더라도 행동의 적극성에 따라 다르게 수사해야 하며, 경찰의 수사가 일종의 표적수사로 강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논쟁의 기폭제가 된 것은 19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유모차 부대’ 중 한명임을 밝힌 네티즌이 글을 올리고 나서부터.

‘은석형맘’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유모차 부대’ 운영자 양모씨(34)는 “평범한 주부이며 세 아이들의 엄마인 내가 깨끗한 먹을거리와 바른 교육 그리고 안정된 삶을 물려주고 싶어 촛불을 든 것이 이렇게 큰 대가를 치러야 할지는 몰랐다”면서 “경찰이 아무 연락도 없이 무턱대고 찾아와 출석을 요구했고,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 영장이 발부돼 불시에 체포될 수 있다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그는 “죄가 있다면 소중한 내 아이들의 미래를 남이 아닌 제 스스로가 지키고자 노력한 것 뿐이다. 우리 가정에 대한 조금의 배려도 없는 경찰의 막무가내식 행동에 분노를 느낀다” “내가 행동한 것에 추호의 잘못이 없었기에 이런식의 소장도 없는 경찰의 들이닥침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참 한심한 나라에 부끄러운 줄 모르는 경찰들 때문에 우리 가정의 파탄까지 감수해야 하느냐” 등 항변하면서 부당한 경찰의 처사와 몰인정한 수사 태도를 문제삼았다.

이 글에는 1200여개이 달리며 반응을 일으켰고 이후 340여개의 관련 글들이 잇따랐다.

네티즌들은 ‘유모차 부대’의 수사에 대해 “잘못된 정책을 지적하러 나온 주부와 아기까지 처벌하냐”는 호응과 “정당한 수사를 비판하기에 앞서 불법집회를 미화하고 유아를 폭력에 노출시킨 걸 반성해야 한다”는 비판으로 나뉘어 있으나 유모차 부대에 대한 지지가 우세하다.

유모차 부대를 옹호하는 네티즌들은 경찰의 공권력 집행을 ‘가증스런 탄압’ ‘터무니없는 수사’등으로 규정하며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

네티즌 ‘권태로운히페리온’은 “사랑하는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아름다운 촛불을 드셨던 것이기 때문에 부군도 나중에는 이해할 것”이라며 “당신이 지키지 못했던 법률 위반은, 오만과 독선에 가득찬 정부에 대한, 주권을 가진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저항에 의한 매우 가볍고 사소한 것이다. 그토록 법치를 주장하는 이 정부 높은 사람들의 전과와 법률 위반 사례와 비교해 보더라도,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촛불을 들었던 것임을 알 수 있다”고 정당성을 주장했다.

또다른 네티즌 ‘수호천사 1호’는 “(경찰의 수사로 인해) 과연 내 아이들에게 정의가 무엇인지 지금 이 시대를 올바르게 가르칠 수 있는 부모가 있을지 의심스럽다. 미래의 우리 자손들에게 유모차 부대 엄마를 소환조사하는 경찰이 있었던 지금의 역사를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참으로 어려워진다”며 “제발 제발 우리 국민들에게 울분과자유에 대한 목마름으로 뭉치는 계기를 만들지 마라”고 비난했다.

반면 이번 유모차 부대의 수사를 촉구하는 네티즌들은 “공권력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공평한 것이다. 법을 지키지 않았다면 약자나 소수자라해도 처벌을 받는 게 정당하다”면서 “수사의 강압성 등을 비난하기 보다 자신의 철없던 행동부터 돌아보라”고 반박했다. 특히 자기 의사 표시를 할 수 없는 유아를 위험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 표출하는 행동은 선진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행위라며 “모정을 앞세워 불법집회를 정당한 것으로 만든 책임 또한 벗어날 수 없다”고 문제삼았다.

네티즌 ‘푸르른 다솔’은 “3살박이 아이의 엄마가 살인하면 살인이 아니냐. 약한 동시에 범죄자들”라며 “현행법에 금지된 미신고 야간 불법시위를 공권력의 경고를 무시하고 반복적으로 자행해놓고 그러한 행위에 대한 명백한 채증된 증거와 함께 소환통보를 했는데 뭐가 불만이냐. ‘아이들 먹거리가 걱정되서 그랬다’는 말은 ‘아이들 먹을 것이 없어 강도했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yyy3’는 “몽둥이와 쇠파이프가 난무하는 극한 상황에서 영아를 유모차에 태우고 데모에 참가한 엄마가 과연 진정한 엄마인가 묻고 싶다”며 “아수라장에서 영아의 죽음을 각오한 엄마가 아니였다면 현장에 데리고 나올 수가 없는 일이다. 이는 영아를 남에 집앞에 키워달라고 이름과 생년월일을 써놓고 간 엄마나 다를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논란이 확대되자 경찰은 유모차 부대 카페 개설자 정씨와 운영자 양씨, 유씨 등 3명에 대해 수사하고 있으며 이들은 ‘시위 참여를 선동하고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 야간 불법 집회에 참가해 도로를 점거하며 교통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에 비난 여론이 확대되는 경계하는 것. 경찰은 공안정국을 형성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은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향후 유모차 부대와 같은 시위방식을 허용하는 전례를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차 표명하고 있다.

경찰이 유모차 부대 수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유모차 부대 카페에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적극 공세에 나섬에 따라 이를 둘러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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