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판정 둘러싼 세가지 오해
김연아(18·군포 수리고)가 8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체육관 특설링크에서 벌어진 2008~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3차 대회 컵 오브 차이나 대회에서 당당하게 우승을 차지하며 그랑프리 7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김연아는 지난 6일 열렸던 쇼트 프로그램에서 플립 점프 도중 ´롱 엣지(wrong edge)´ 판정을 받은데 이어 프리 스케이팅에서도 ´어텐션(attention)´을 받으며 만족할만한 점수를 얻지 못했다.
´롱 엣지´의 경우 잘못된 날 방향으로 뛴 것으로 명확하게 판정해 점수가 깎이지만 ´어텐션´은 큰 실수가 없는 한 점수가 깎이진 않는다. 다만 9명의 심판이 주는 가산점(GOE)에서 불이익이 있을 수는 있다.
이 때문에 네티즌들은 김연아의 판정을 놓고 불만을 터뜨리는가 하면 오해 섞인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
이 가운데 첫 번째가 기술 판정관에 일본인이 끼어 있기 때문에 나오지 말아야 할 판정이 나왔다는 것. ´롱 엣지´ 판정은 10명의 심판이 아닌 3명의 기술 판정관이 담당하게 되는데 이 기술 판정관에 일본인이 있다는 주장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9명 심판 가운데 일본인(우가키 시즈코)이 있긴 하지만 한국인 이유화 씨도 포함되는 등 출전 선수의 국적에 따른 심판이 모두 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없고 컵 오브 차이나 대회에 배정된 기술 판정관도 수잔 린치, 마리암 로리올-오버윌러, 이고르 파시케비치 등으로 일본인은 없다. 쇼트 프로그램을 담당한 기술 판정관이 문제가 돼 프리 스케이팅에서 바뀌었다는 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
두 번째 오해는 안도 미키(일본)의 실수가 잦았는데 감점이 전혀 없었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도 사실이 아니다. 안도의 엣지 기술이 오히려 김연아보다 ´롱 엣지´일 가능성이 있음에도 이를 잡아내지 못한 것은 있지만 안도의 기술에서도 실수가 있을 경우 확실하게 감점이 됐다.
안도의 쇼트 프로그램에서 트리플 플립 점프는 다운그레이디드 점프(downgraded jump) 판정을 받아 기본점수가 1.70점에 그쳤고 가산점에서는 오히려 0.84점이 깎여 0.86점밖에 받지 못했다. 프리 스케이팅에서는 첫 번째 기술인 트리플 토룹, 트리플 룹 컴비네이션과 트리플 플립에서 다운그레이디드 점프 판정을 받았고 트리플 러츠와 더블 악셀, 더블 룹, 더블 룹 콤비네이션에서도 가산점은 마이너스였다.
마지막 오해는 안도의 프리 스케이팅 점수가 너무나 높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3명의 기술 판정관은 이날 김연아의 점프에서는 ´당연히´ 다운그레이디드 점프를 판정하지 않은 반면 안도에서는 2개나 잡아냈다. 김연아가 ´어텐션´을 받긴 했지만 마이너스가 되지 않았고 다운그레이디드 점프는 기본점수가 대폭 깎이기 때문에 오히려 안도에게 불리하게 적용됐다.
원래 안도는 가중치가 적용되는 점프 기술이 4개나 되기 때문에 기본점수가 높은 편이다. 2분 후에 나오는 점프 기술은 기준 점수에 1.1을 곱한 가중치 점수를 부여받게 되는데 김연아는 가중치 점프가 3개인 반면 안도는 트리플 러츠부터 시작해 더블 악셀, 더블룹, 더블룹 컴비네이션까지 연속 4개를 구사한다. 이 기술에서만 GOE를 제외한 기본 점수가 27.50점이 걸려있다.
하지만 안도의 GOE에서 마이너스가 된 것은 12개의 기술 가운데 무려 5개나 되면서 오히려 손해를 봤다. 트리플 러츠, 더블토룹, 더블룹을 연속해서 보여주는 콤비네이션 기술에서 트리플 러츠의 착지가 불안하게 되는 바람에 GOE가 마이너스가 된 김연아보다 훨씬 점수가 많이 깎인 것. 55.18점은 이날 안도가 구사한 기술의 기본점수인 55.30점보다 훨씬 낮고 1차 대회였던 스케이트 아메리카 대회에서 받았던 58.46점보다도 적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안도의 프리 스케이팅 점수가 스케이팅 아메리카 대회보다 높게 나온 것은 프로그램 구성 점수 덕분이었다. 그만큼 기술의 숙련도나 연기가 지난 대회보다 훨씬 뛰어났다는 반증이다. 기술에서 실수는 있었지만 표현력은 오히려 높게 평가받은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에 대한 판정에 논란이 있고 점수 또한 다소 박했던 것은 분명 사실이다. 또한 같은 동작에서 쇼트 프로그램에서는 ´롱 엣지´를 줬다가 이틀만에 ´어텐션´을 준 것은 자신들의 판정이 일부 잘못됐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아무런 증거도 없이 ´일본 측의 장난´ 등으로 해석하는 것은 오히려 한국에 대한 인상을 나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처럼 ´롱 엣지´에 대한 논란에 대해 냉철하게 항의하고 확실하게 주장을 펼쳐 김연아가 획득할 수 있는 점수를 제대로 받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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