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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조종사의 제2롯데월드 문제 제기
"도심 한복판서


입력 2009.01.16 14:42 수정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국방일보>에 기고 "신축 건축물과 항공기 거리 너무 가까워"

"자동차 운전할때 옆에 대형 트럭 있는 느낌, 계기비행 못해"

공사가 중단된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 부지.
정부의 ‘제2롯데월드’ 신축허용 방침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공군 전투기 조종사가 현장에서 바라본 ‘소신 입장’이 뒤늦게 밝혀져 눈길을 끌고 있다.

사업추진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서울공항의 작전운영 및 비행안전 문제와 관련, 활주로 방향을 3도 트는 것으로 ´간단히´ 정리되면서 ´안보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

특히 사업계획이 처음 나온 지난 1994년 이후 15년 동안 반대로 일관해온 국방부가 한 순간에 입장을 바꾸며 군내부에서도 갑론을박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가 작지 않은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탁상공론’만 되풀이하고 있는 국회 국방위원회에 실질 체감온도를 높일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군20전투비행단 김영근 대위는 국방부가 신축허용 반대 입장을 견지하던 지난 2006년 3월 7일 <국방일보>의 기고를 통해 훈련 및 전투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조종사 비행착각’ ‘심리적 불안정’ 등 신축에 따른 위험요소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제2롯데월드 건축물의 위치는 기지로부터 5.5㎞ 북단에 비행경로 중심으로부터 1.5㎞ 위치에 건설될 예정이라는데, 계기비행 상황에서 5.5㎞거리에서 항공기 고도는 대략 900ft(270m)이다. 중심으로부터 거리 1.5㎞는 일반인이 생각하기에 상당히 먼 거리로 생각되겠지만, 3차원적인 공중 상황에서 고속의 항공기를 몰고 있는 조종사가 느끼기에는 상당히 가까운 거리”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어 “착륙이 임박한 상황에서 내 항공기 고도보다도 두 배가 되는 555m 거대한 장애물이 바로 옆에 있다고 생각할 때 나는 활주로나 계기를 보기보다 그 장애물에 더 신경이 쓰일 것”이라며 “자동차 운전을 하는데 바로 옆으로 대형 트럭이 지나갈 때와 마찬가지의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기비행은 활주로를 보지 않고 오로지 항공기 내부의 계기에만 의존해 비행하는 것인데, 외부에 그런 장애물이 있다면 훈련일 경우에는 계기비행 능력을 향상하기 어려울 것이며, 실제 상태라면 내부와 외부를 계속적으로 시선을 옮겨가며 바라보다가 비행착각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비행착각으로 인한 사고가 공군에 종종 있었다. 그때는 해상이었다. 또 중국 민항기가 김해공항에 계기 접근 중, 산에 부딪쳐 사고가 난 사례도 있었다”면서 “해상과 야산이 아닌 도심 한복판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경종을 울렸다.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제출된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위치와 서울공황 활주로.

특히 그는 “초고층 빌딩을 짓기 위해 법적인 문제를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시 돼야 한다”면서 “법의 맹점을 이용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고 안전을 도외시한다는 것은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빼앗아 갈 수 있는 상황을 은폐하려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상희 국방부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경제적 효과가 아무리 커도 공군의 작전운용 및 비행안전에 저해가 되면 할 수 없다”면서 “서울공항 동편 활주로의 방향을 3도 정도 틀고, 첨단 안전시설과 장비를 갖출 경우, 국가안보 및 안전에는 100% 문제가 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공군이 서울공항에 배치된 경공격기인 KA-1 대대의 이전과 관련, “KA-1 항공기는 해상으로 침투하는 적에 대응한 2차 전력으로 운용되는 만큼 작전공역 중간에 위치하는 게 좋겠다고 해 이미 기지 이전이 검토됐다”며 “다만 서울공항의 활주로 공사 기간에는 작전에 지장받지 않도록 조기에 이전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와 공군은 앞서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과 관련, △서울공항 이전 △동·서편 활주로 모두 10도 조정 △동편 활주로 3도 조정 및 장비 보강 등의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활주로 3도 조정 및 장비를 보강하는 것을 전제로 신축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건축허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나라당의 경우, 안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 반대를 하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재벌특혜 논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은 16일 “이명박 대통령이 공군에 지시해, 공군이 활주로를 3도 틀면 비행안전이 보장된다는 대안을 제시했는데, 양보하려면 나중에 들어서는 롯데월드가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성남공군기지가 양보하느냐”고 ´쓴소리´를 했다.

아울러 정치권 밖에서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서울공항으로 인해 고도제한에 묶여 있는 경기도 성남시 일부 지역의 주민들이 제2롯데월드 신축이 허용되자 반발하고 나선 것.

성남시의 20개 주택 재건축 조합으로 구성된 성남시재건축ㆍ재개발연합회는 지난 14일 “같은 서울공항 비행안전구역임에도 재벌기업 롯데에게는 555m 초고층 건축허가를 내 주면서 정작 성남시 건축물은 45m이하 족쇄로 묶어 주거행복권을 박탈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국회 국방위는 이와 관련, 내달 초 전·현직 군 관계자와 전문가가 대거 참여하는 긴급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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