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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모 정광용 “‘아고라’ 대항마 될 것”


입력 2009.01.26 07:45 수정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팬클럽 순례기①>"´맹목´ 노사모와 비교되는 것 불쾌해"

"현 정부의 위기는 보수의 위기...회원들 ´분당´ 지지도"

박사모 정광용 대표는 “현재 한쪽으로만 편향된 아고라와 온라인 분위기도 네티즌 스스로에 의해 자정능력이 생길 것이고, 그 과정에서 박사모가 한 축을 담당하겠다”고 말했다.

“박사모가 좌파 성향의 네티즌들에게 점령당한 ‘아고라’를 정화시킬 것이다.”

정광용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박사모)’ 대표는 21일 서울 역삼동 개인사무실에서 가진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정 대표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장 아고라가 한쪽으로만 기울어져 있어 토론의 제 기능을 상실한 상황”이라면서 “좌파성향이 강한 온라인이 박사모 등이 출연함에 따라 어느정도 균형을 이뤘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우려했다.

정 대표는 이어 “현재 한쪽으로만 편향된 아고라와 온라인 분위기는 결국, 네티즌 스스로에 의해 자정능력이 생길 것이고, 그 과정에서 박사모가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사모는 박근혜 지지모임인가? 반(反)이명박 모임인가?

박사모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모임이지만, ‘정적’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반대 성향 역시 짙다.

특히 박사모는 지난 대선경선 과정을 거치며 ‘반(反)이명박’ 깃발을 힘차게 펄럭였다. 이 대통령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물론, ‘친이’ 의원들과도 대립각을 세웠다. 때문에 “민주당 2중대”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 했다.

이와 관련, 정 대표는 ‘박사모가 이 대통령 안티모임인가’라는 질문에 “반이명박과 박사모는 다르다”면서 “반이명박 쪽에서는 이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고, 폭력적인데 반해,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우선 이 정부가 추구하는 보수는 보수가 아니다”면서 “보수가 따뜻해져야 하는데, 서민의 손을 잡아주지는 못하고, 상위 1%를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능한 보수가 되기 위해 내 주변 사람만 쓰는 것이 아닌,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두루 등용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고소영’ ‘강부자’ 내각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를 고려치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보수 최고의 가치는 도덕성이고, 도덕성이 무너지는 순간 보수는 망한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도덕성에 타격을 입고, 신뢰가 무너져 경제 예측 가능성도 떨어지고, 경제가 살아나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이 대통령으로 인해서 보수 사회 전체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얼치기 진보라고 하던 진보를 파멸시킨 사람이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라면, 이 대통령은 보수사회 전체를 괴멸시킬 위험이 있다”면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은 보수에 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다음 정권에서 다시 보수가 들어설 수 있을지 우려된다”면서 “이 같은 고민을 하는 것을 ‘민주당 2중대’라고 보는 시각이 더 이상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우린 맹목적인 ‘노사모’와 다르다”

정광용 대표는 “노사모는 맹목적인 반면, 우리는 박 전 대표가 필요하다면 먼저 행동으로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모임인 ‘노사모’와 박사모가 비교되는 것에 대해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노사모는 맹목적이었다”면서 “반면, 우리는 박 전 대표가 필요하다면 먼저 행동으로 나설 수 있고, 대안세력으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노사모는 표현이나 활동에서 지나친 부분이 많았고, 혐오감을 줄 정도로 결탁되어 있었다”면서 “우리도 이 대통령에게 공격적인 성향이 있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치인 온라인 팬클럽의 ‘선구자’역할을 한 노사모가 이젠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반면, 5만여명의 회원이 소속된 거대 팬클럽인 박사모가 새로운 항해를 떠나고 있는 만큼, 그 역할과 활동에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팬클럽이 활동 폭을 넓혀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이 “그들의 행동이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박사모는 5만여명이 모이다 보니깐, 때때로 목소리를 낼 수가 있는 것”이라면서 “유권자 5만 명이 모인 집단이 입을 닫고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 오히려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우리는 공천을 받아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옳은 일에 옳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국회의원들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측근 의원들이나 정치인들이 낼 수 없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치집단화’, ‘정치진출’ 등의 시각에 대해 “박 전 대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목소리를 내는 것 뿐”이라면서 “내가 정치에 진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박 전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놓은 뒤에는 모르겠다”면서 “박사모는 대선에서 승리하면, 해체한다. 그 다음에는 내가 정치에 있을지도 모르겠고 예단할 수 없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 때 촛불집회에 나가고,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이유는...”

정광용 대표는 “박사모가 촛불을 들고 나선 것은 촛불로 인해 생기는 헤게모니를 좌파에게 넘겨주면 안된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사모는 지난 촛불정국에서 태극기와 촛불을 들고 서울 시청 앞으로 향했고, 이에 앞서 지난 2007년 대선에선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지원군을 자처했다. 왜 그랬을까?

박 전 대표는 촛불정국에서 여당의 일원으로서 일정 부분 책임을 가졌고, 대선당시엔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를 했는데도 말이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박사모가 촛불을 들고 나선 것은 촛불로 인해 생기는 헤게모니를 좌파에게 넘겨주면 안된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좌파 사람들이 모인 곳에 박사모가 끼어드니 ‘다된 밥에 숟가락 들고 온다’고 하더라”면서 “이 때문에 촛불이 꺼졌고, 가장 큰 공로자는 박사모”라고 주장했다.

그는 “촛불시위가 나중에 폭력적으로 흘렀을 때 박사모가 이탈한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촛불정국에 ‘김이 샌’것”이라면서 “이는 우리가 (촛불을 끄기 위해) 지능적으로 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촛불참여는 모임 내에서 찬반 투표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촛불정국에서 회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투표를 실시했더니 76% 찬성을 했다. 그래서 시작했다”면서 “회원들은 이 대통령이 밉더라도 이렇게 놔둘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사모는 촛불을 들고 현장에 나가서도 시위대와 경찰 간의 폭력을 막는데 주력했다”면서 “경찰이 아닌 같은 네티즌이 말리니깐, 그쪽에서도 어떻게 하지를 못했다”고 말했다.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것 역시 회원들의 투표에 의해 결정한 일. 그는 “당시 투표에서 회원 80% 이상이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명분에 대해서도 “당시 이명박 후보 지지율이 50% 넘어갔다면, 독선과 독재 했을 것이고, 이를 말리고 싶었기 때문에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다”면서 “밖에서는 우리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것을 두고 비판하지만, 우리는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것을 두고 친박 의원들이 잘못했다고 지적하고, 박사모를 부담스러워 하는 큰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정광용 대표는 “박근혜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라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훔쳤다.


“박근혜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눈물 글썽

정 대표는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한 호칭을 “박 대표님” “박근혜님” “주군(主君)” 등으로 했다. 박 전 대표의 건강을 당부하는 발언에선 ‘임금의 몸’을 뜻하는 “옥체(玉體)”라는 표현도 썼다. “박근혜교 신자”라는 말이 나올 법했다.

그는 ‘박 전 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라고 묻자 “정말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진실로 사랑합니다.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분으로서 옥체를 살펴주십...”이라며 목이 메여 말을 다 잇지 못했다. 눈가에 맺힌 눈물을 훔치면서도 “정말 사랑합니다”라고 거듭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박사모의 목표에 대해 “박 전 대표의 대선승리”라고 당당히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계획으로 △회원 10만명 확보 △대선 승리를 위한 체질개선 △오프라인 활동 증대 등을 제시했다.

그는 “아직은 대선승리라는 목표가 3년 이상 남았다. 그동안 회원 수가 10만을 넘어야 한다”면서 “또 오프라인 활동 강화해 모임의 단합과 단결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체질을 강화해서 당내 경선에서 분위기를 이끌고 상승시킬 수 있는 역량을 만들 것”이라면서 “지난 경선에서도 우리가 열심히 했지만, 다음 경선에선 더 확실한 지지모임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원들은 제발 분당해서 나가길 바란다.”

박사모 사이트 게시판에는 유난히 ‘분당설’기사에 대한 스크랩이 많다. 박 전 대표의 탈당 및 분당을 지지하는 회원들의 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박 전 대표의 정치적 독자노선을 요구하는 목소리이자 ‘반이명박’성향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분당설과 관련, “박사모 회원들은 ‘제발 차려서 나가라’고 한다”면서 “물론 박 전 대표가 중심이 되는 것을 말하고, 새로운 보수 정당의 창당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도 “이 대통령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는 “이 대통령을 단 10분이라도 만난다면, 마음을 따뜻하게 바꾸라고 하고 싶다”면서 “그러면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으면서 국정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금 세간에는 ‘이 대통령이 귀는 닫혀 있고, 입만 열려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일방주의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바꿔서 귀는 무제한으로 열고, 말을 절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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