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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첫 흥행대작 <쌍화점>이 남긴 것


입력 2009.02.03 08:37 수정         손연지 기자 (syj0125@dailian.co.kr)
<쌍화점>의 베드신 한 장면.

영화 <쌍화점>(각본 감독: 유하 주연:조인성 주진모 송지효)이 이룬 성과는 올해 첫 흥행대작의 기록이 전부가 아니다.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톱스타 조인성의 주연작인 만큼 흥행이 이미 예견된 작품이기도 했지만, 국내 영화의 가장 큰 흥행 벽인 18세 관람가 등급과 상업영화로서는 다소 거부적일 수 있는 소재인 동성애 코드 등을 뛰어 넘어 한국 영화계의 불을 한층 밝혀냈다.

지난해 18세 관람가 최고 오프닝 기록과, <친구> <타짜> <추격자>등 역대 18세 관람가 흥행 TOP3의 100만 돌파기록 갱신 등 18세 관람가 영화의 흥행 기록을 다시 쓰고 있는 <쌍화점>. ‘연말연초 및 방학시즌에는 가족영화만 잘 된다’는 흥행 공식을 뒤엎고, 폭넓은 관객동원이 가능한 가족영화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이러한 성공은 <쌍화점>이 영화의 주요 타깃인 성인관객층을 확실히 공략해 중장년 관객층까지 빠르게 흡수하며 흥행의 발판을 마련하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쌍화점>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이유는 상업영화 최초로 톱스타를 기용해 동성애를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 당초 동성애 코드는 관객동원의 한계로 지적되어왔으나 오히려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로 어필, 흥행 호재로 작용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왕을 동성애자로 설정한 모험적인 시도를 통해 관객의 인식을 전복시키는 데 성공한 것.

왕을 연기한 주진모의 호소력 짙은 연기와 드높은 스타성을 갖춘 조인성의 과감한 도전이 어우러져 관객에게 깊은 공감과 재미를 함께 안겨줬다. 나아가 사회적으로 터부시 되어 온 동성애에 대해 관객들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 다양한 소재의 한국영화가 나올 수 있는 지평을 열어냈다.

뿐만 아니라, <쌍화점>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수차례 다뤘던 조선시대와 달리,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고려시대를 조명해 열풍을 일으켰다. 우리 역사상 대표적인 개혁군주 중 한 명인 ‘공민왕’과 그의 친위부대 ‘자제위’에 얽힌 야사를 모티브로 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팩션 사극을 선보였다. 고려 시대에 대한 부족한 사료로 인해 재현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쌍화점>은 이를 창조적으로 재해석해 우리 역사상 가장 자유분방하고 화려했던 고려 시대를 역동적으로 표현해냈다.

조인성의 전라 노출에 너무 기댄 오직 상업적 영화일 뿐이라는 일부 지적은 18세 이상 관람 등급의 벽을 넘으며 오히려 스타 캐스팅의 거품 아닌 명품 효과라는 평가로까지 뒤바뀌게 됐다.

많은 한국영화들이 흥행 부담을 덜고자 상업적 요소와 관람 등급 여부 사이에서 늘 갈등하며 ´눈치´를 살펴온 현실에서 <쌍화점>의 승리가 젊은 세대와 중 장년층 세대가 따로 또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좋은 작품들이 겁 없이 만들어 질 수 있는 계기로 작용되길 바래본다.[데일리안 = 손연지 기자] syj0125@dailian.co.kr

손연지 기자 (syj0125@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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