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FC 성격ㆍ송금과정 등에선 이견…"국민에게 심려끼쳐 송구"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등의 혐의로 지난 7월1일 구속기소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9일 첫 공판에서 검찰이 제기한 혐의 내용에 대해 대부분 시인했다.
그러나 대우그룹의 해외금융조직인 BFC(British Finance Center)를 통한 재산 국외도피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으로 일관했다.
또 대우그룹의 해외금융조직인 BFC(British Finance Center)의 성격과 국내자금을 수입대금으로 위장해 BFC로 송금한 과정 등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을 보였다.
검찰은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간 가량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황현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1997년과 1998년 ㈜대우 등 대우그룹 4개 계열사에서 이뤄진 20조원 안팎의 분식회계와 9조8000억원의 사기대출, 32억달러(약 4조원)에 달하는 회삿돈의 국외유출 혐의를 집중 추궁했다.
김씨는 분식회계 지시 혐의에 대해 "임원들이 가져온 3∼4개의 분식회계 안(案) 중에서 선정을 했을 뿐"이라며 부인하는 듯 했으나 곧 "제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책임지겠다"고 답변하는 등 혐의 내용을 대부분 시인했다.
김씨는 그러나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하에서 재무제표를 사실대로 작성할 수 없어 분식회계를 하게 됐다. 그러나 당시 큰 규모는 아니었다"며 정상을 참작해 줄 것을 호소했다.
김씨는 검찰이 BFC를 ´비밀 해외금융조직´으로 일컫는 데 대해 "해외자금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설립된 공식적인 조직이다. 국내 외국환관리법의 규제를 피하며 자금을 비밀리에 사용하기 위한 성격의 조직은 아니다"고 극구 부인했다.
그는 또 ´BFC 운영자금 확보가 어렵게 되자 자동차 수출대금을 BFC가 관리하는 해외비밀 금융계좌로 입금시켜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검찰 신문에 대해서도 부인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대우차가 BFC로부터 빌린 차입금을 갚기 위한 자금은 자동차 수출대금 아니냐"고 몰아쳤지만 김씨는 "회사채를 발행해 갚을 것을 지시했다"고 받아쳤다.
김씨는 특히 "BFC는 해외 차입의 신속성, 싼 이자 등 효율성을 위해 30년 전부터 운영해 온 것이다"라며 국내 재산을 국외로 유출했다는 혐의에 대해 "재산도피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BFC의 자금운용 내역을 몰랐느냐"고 다그쳤지만 김씨는 "검찰이 거론하고 있는 BFC의 자금운용 내역은 1999년에 들어서야 알게 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씨는 또 대우사태가 초래된 원인의 하나로 IMF 관리체제 때의 환차손 발생과 이자 부담 가중 등을 강조했다.
김씨 변호인측도 "IMF 관리체제 당시 대우의 금융차입금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환차손과 이자부담, 금융기관의 대출금 상환 요구 속에서 불가피하게 분식회계와 이를 통한 금융대출이 이뤄졌다"고 주장, 재판부에 대해 정상을 참작해 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한편 김씨는 공판에 앞서 "대우의 성장과 발전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줄 알고 열심히 일하고 노력했지만 사법부의 심판대에 서게 돼 안타깝다. 대우사태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치게 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다음 공판은 이달 23일 오후 2시에 열린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