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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비서관이 제1야당 대표 ´공개 직격´ 파문


입력 2005.08.09 19:11 수정 2005.08.10 11:10       

양정철,박대표에´책임감·결단·역사의식·성찰 없다´비난

전여옥 "비서관이면 비서관답게…허접한 굿판하는 것 기가 막힐 뿐"

청와대 비서관이 야당 대표에 대해 공개 비난하는 직격탄을 날려 파문이 일고 있다.

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9일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거대 연합정부) 제안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거부한 것에 대해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대안이 없는 거부’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일개 청와대 비서관이 야당 총재에게 이처럼 공개적인 비판을 한 것은 정치 관례상 이례적인 일로, 대연정과 안기부 X파일 문제 등으로 가뜩이나 냉각돼 있는 여야관계를 더욱 경색시킬 것으로 보인다.

양 비서관은 이날 오후 ‘당신의 대안은 무엇인가’란 제목의 기고를 통해 “최근 박근혜 대표의 연정거부 기자회견을 표정으로만 본다면 비장한 결기가 느껴지지만 그러나 그 내용을 뜯어보면 한국 정치의 비정상 구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흔적이 없어 허탈하다”고 공격했다.

양 비서관은 또 “제안의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따지기 전에 국민들에게 불친절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고 “박 대표의 연정 반응은 한 마디로 ‘5무(無)’(‘책임감이 없다’ ‘결단이 없다’ ‘역사의식이 없다’ ‘깊은 성찰이 없다’‘ 일관성이 없다’)다”라고 주장했다.

양 비서관은 “박 대표가 연정 안 한다고 선언하면 끝날 일이 아니며 다른 구체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지역구도라는 망령이 ‘정책정당으로 가자’는 구호 하나로 없어질 그리 만만한 존재란 말인가. 너무 안이한 접근이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현재의 선거제도, 현재의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극복하기 위해선 특단의 제도개정이 불가피한데도 제1 야당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대안 제시도 없이 ´안 해´하고 돌아서기만 해서야 될 일인가”라며 “공당으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 제1야당 대표로서의 책임 있는 태도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자격론´까지 거론했다.

양 비서관은 또 “유신정권 시절 정권연장과 독재운용의 도구로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지역대립 구도가 악용됐다는 사실에 아픔을 느껴야 한다”며 “그런데도 지역기반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은 유신정권의 부채를 자산으로 둔갑시키는 회계부정”이라며 박 대표의 부친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그는 “한나라당에서도 지난 국민의 정부때는 물론이고 참여정부 들어서도 수 차례에 걸쳐 거국내각 구성을 요구했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 역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통해 추천되는 총리에게 국무위원 임명제청권 등 헌법에 보장된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한나라당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양 비서관은 지난해 7월 국내언론비서관으로 일할 당시 ‘청와대브리핑’에 ‘조선·동아는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등의 글을 통해 주요 언론과 대립하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어 9월에는 노 대통령이 참석한 ‘디지털 방송 선포식’ 행사와 관련, 기업들로부터 행사비를 부담할 것을 종용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또 양 비서관은 지난달 7일 노 대통령과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 참석여건을 갖춘 데일리안 등 특정언론을 ‘초청하는 사람 마음대로’라며 배제시켜 언론계를 중심으로 논란을 일으키는 등 물의를 빚은 인물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즉각 발끈 하고 나섰다. 전여옥 대변인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 양반(양 비서관)이 자기의 분수와 직분을 모르는 것 같다”면서 “한때는 저주의 굿판을 거두라 하더니 자신이 허접한 굿판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 대변인은 특히 "비서관이면 비서관 답게 직분을 다해야 하는데 이것은 도가 지나친 것으로, 양 비서관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 뭔지를 모르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전 대변인은 “한 마디로 노무현 대통령의 어떤 제안도 국민의 신용을 잃었다 면서 “그동안 얘기했던 수많은 말들이 제대로 약속이 지켜진게 뭐가 있느냐.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DJ도 정치적으로 등을 돌려 배신을 하는데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정략적 제안에 있어선 신용불량자라면서 파산지경의 신용불량자에게 굳이 대응 할 필요가 뭐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양 비서관은 제대로 윗사람을 모시려면 이렇게 허접한 굿판에서도 하지 않는 글을 올릴게 아니라 연정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노 대통령에게 고언을 해야 제대로 된 비서관” 이라며 “대통령에 대해 무조건 충성하는 이 정권의 홍위병을 홍보기획비서관으로 두고 있다는 것에 기가막힐 뿐”이라고 쐐기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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