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벗어나는 궤변으로 심심찮게 풍파를 일으켜온 미국 내 보수파 진영에서 이번에는 "흑인 아기들을 다 낙태시키면 범죄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어이없는 발언이 나와 백악관이 논평해야 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문제의 발언을 한 사람은 과거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정권에서 교육부장관까지 지내고 아버지 부시 정부 때는 의약정책 수장을 역임한 윌리엄 베넷 전장관.
지금은 방송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베넷 전장관은 지난 27일 ´베넷의 모닝 인 아메리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범죄율 축소를 원할 경우, 이 나라의 모든 흑인 아기들을 낙태시키면 범죄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베넷 전장관은 "그건 불가능하고, 우스꽝스럽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일이긴 하지만 범죄율은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과 사회단체 등은 일제히 이를 비난하고 나섰다.
하워드 딘 민주당 의원은 이는 "가증스럽고 선동적인 발언"이라며 그의 발언이 공화당의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베넷 전장관의 발언이 풍파를 일으키자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까지 30일 "대통령은 그 같은 발언이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믿는다"고 해명해야만 했다.
베넷 전장관은 그러나 이후 폭스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발언이 아주 가상적인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편부모, 인종, 빈곤 등과 범죄원인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일부 미국내 보수파 인사들은 가끔 몰상식한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곤 해왔는데 지난 8월엔 대표적인 개신교 보수파 인사인 팻 로버트슨 전도사가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암살해야 한다´고 주장해 국무부 대변인 등이 해명하는 소동을 빚은 바 있다.
부시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로 알려진 로버트슨 전도사는 지난 2월엔 "한국은 미국의 보호를 받는 나라이며, 북한 주민의 탈북을 부추겨 북한 정권을 붕괴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해 파문을 빚기도 했다.[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