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고건 전 총리 귀하


입력 2005.10.01 10:15 수정 2005.10.01 10:15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연홍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1일 쓴 ´중앙 포럼´

"지금의 1등은 반사이익, 대권나설 생각이라면 링에 올라 당당히 싸워라"

[중앙일보 1일자 오피니언면에 ´중앙 포럼´란에 이 신문 이연홍 논설위원이 쓴 칼럼입니다. 독자·논객 여러분의 활발한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고건 전 총리 귀하.

잘 모르겠습니다. 고 총리가 1등을 하는 이유를 말입니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가 그렇더군요. 단연 앞서가는 대권주자입니다. 처음엔 그러려니 했습니다. 저러다 말겠지 생각했지요. 그런데 갈수록 오르더군요. 참 신기합니다. 이런 경우는 처음 봅니다.

그렇다고 비결을 묻는 게 아닙니다. 솔직히 저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여론조사가 잘못됐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다른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많은 분석이 있더군요. 한다 하는 평론가들의 그것이었습니다. 나름대로 다 근거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것을 뒤집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것을 여기에 옮길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제 생각을 말하고 싶습니다. 고 총리의 1등은 자기 게 아닙니다. 반사이익적 측면이 강합니다. 우선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그것입니다. 대통령 인기가 워낙 바닥입니다. 이런 적이 없었지요. 그런데도 임기는 절반 남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질문을 받는다고 생각해 보지요.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면 좋겠냐고요. 무엇부터 생각할까요. 당연히 현직 대통령을 떠올립니다. 반대되는 유형을 찾지요. 싫을수록 더할 겁니다. 지금 대권주자 중 누가 그 유형일까요. 고 총리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강점일 수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달라집니다. 상황이 변합니다. 기준이 바뀝니다. 현직 대통령은 고려 대상에서 멀어집니다. 선거가 임박할수록 말입니다. 결국은 대권주자들끼리 비교하게 됩니다. 거기서 1등을 해야 진짜입니다.

역대 선거를 짚어 보지요. 국민이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보시나요. 그게 아니라면 차선의 선택이라도 했습니까.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차악의 선택이었습니다. 최악을 피하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만큼 선거문화가 혼탁했습니다. 모든 것이 까발려졌습니다. 없는 것도 만들어졌습니다. 모두가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그 모습으로 선거에 나섰습니다. 차선의 게임이라면 고 총리가 유리할 겁니다. 모든 걸 갖췄으니까요. 능력과 인품, 경륜의 소유자입니다. 그러나 차악의 게임이라면 다릅니다. 경륜도 때론 약점이 될지 모릅니다. 능력도 포장하기 나름이지요. 인품은 선거전의 장애물입니다.

반사이익은 또 있습니다. 무당적(無黨籍)이란 점입니다. 고 총리는 소속 정당이 없습니다. 우리 정치문화를 보시지요. 정당에 대한 불신이 강합니다. 국민의 절반이 그렇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어떤가요. 기존 정당에 대한 호불호(好不好)가 강합니다. 사람을 보기보다 정당을 봅니다. 정당 선호도는 지역과 계층에 근거하지요. 쉽사리 바꾸지 않습니다. 40년 3김정치의 소산입니다. 그 점에서 고 총리는 아주 유리합니다. 싫어해야 할 이유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소속이 없으니까요. 그러나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요. 정당 없이 선거를 치를 수 있을까요. 치를 순 있겠지요. 그러나 이기긴 어렵습니다. 모든 게 조직이니까요. 그렇다면 어딘가 들어가야지요. 그 순간 호불호가 갈릴 겁니다.

반사이익은 더 있습니다. 바로 침묵입니다. 현안에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당장은 유리합니다. 의견이 없으니 반대도 없지요. 그러나 그것도 시간문제입니다. 우리 사회를 보십시오. 얼마나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까. 작은 문제에까지 말입니다. 침묵으로 일관할 수 없습니다. 양시론도 양비론도 안 통합니다. 결국 한쪽에 서야 합니다. 그 순간 반대편은 떠나갑니다.

여쭙겠습니다. 대권에 나설 생각입니까. 아니라면 지금처럼 지내시죠. 인기는 더 올라갈지 모릅니다. 사양의 미덕을 보여주는 거니까요. 그러나 나설 생각이라면 생각을 바꾸십시오. 정치는 계산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링에 오르십시오. 빠를수록 좋습니다. 본인을 위해서도 말입니다.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십시오. 당당한 싸움을 하십시오. 국민에게 그걸 보여주십시오. 그 속에서 심판 받으십시오. 그것을 통해 1등을 노리십시오. 진정한 1등 말입니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